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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는 역사상 전례가 없는 빠른 성장 속에서 'IT강국, 인터넷강국'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오늘날까지 왔다. 그런데 아직도 그러한 수식어에 걸맞지 않는 누리꾼 문화가 곳곳에서 눈에 띄고 있다.

연예인의 열애 발표와 극비(?) 여행... 사생활은 어디에

최근의 가장 큰 연예계 이슈 중 하나는 '배우 김혜수씨와 유해진씨의 열애 공식 발표'였다. 하지만 이 사실은 김혜수씨나 유해진씨 또는 소속사의 발표 이전에, 모 스포츠신문의 파파라치사진을 동반한 기사를 통해 먼저 알려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이 열애를 인정하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김혜수씨는 '지나친 사생활에 대한 관심은 자제해주셨으면 한다'고 이야기 했다. 그러나 톱스타의 열애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사그라들지 않아, 예전에 시사회 등에 같이 참석했던 일, 갖가지 집안행사에 두 사람의 가족이 동행한 일 등 사사로운 일까지 모두 기사화 되었다. 심지어는 두 사람이 결혼한다면 2세는 어떻게 낳을 것인지를 점친 역술인의 예언까지도 기사로 나왔다. 아무리 연예인이라지만 굳이 알려질 필요가 없는 일들까지 화젯거리가 된다는 이유로 기사화 하는 것은 명백한 사생활 침해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사생활 침해는 비단 인터넷 신문기사들뿐만 아니라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나타났다. 일부 사람들은 두사람이 함께 찍은 예전 사진, 미니홈피 다이어리 등을 마구잡이로 퍼나르며 개인 블로그나 카페, 클럽 등에 올리며 스타에 대한 열정적인(?) 관심을 보여주었다.

비슷한 예로 일상에서 우리가 자주 마주치는 것은 '극비 여행', '극비 출국' 등 극비라는 말을 붙인 헤드라인이다. 이미 기사화 되었는데 대체 무엇이 극비라는 것인지 의아할 따름이다. 최근에도 선남선녀 커플로 화제가 되었던 장동건씨와 고소영씨의 여행이 크게 기사화 되었다. 누리꾼들의 관심이 쏠린 것은 당연지사였고, 그들이 간 여행지와 머무른 호텔 등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고 그중 어떤 것은 '구글링'을 통해 밝혀져 진위여부도 불분명한 채로 사실인 양 누리꾼들 사이에서 떠돌기도 했다.

"과거는 잊어주세요…" 악플에 마음 속 깊은 상처

성형이라는 것이 화장만큼이나 일반화․보편화된 지금에도 연예인들은 '성형의혹', '성형논란'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많은 연예인들이 화면에 더 예쁘게 비춰지기 위해서, 또는 얼굴의 결함을 고치기 위해서 성형을 하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성형한 연예인들에 대한 시선이 아직 그리 곱지만은 않은 듯하다.

이러한 유형의 눈총을 보내는 일에 앞장서는 누리꾼들의 패턴은 전형적이다. 일단 예쁘고 잘생긴 연예인이 나오면 통과의례처럼 어디를 고쳤네, 다 고치고 나왔네 하며 과거사진을 찾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학창시절 사진과 같은 화장기 없고 풋풋한 사진을 발견하면 그야말로 '월척'이다. 즉시 이쪽저쪽 사이트에 그 사진을 올리기 시작한다. 그 사진에는 또 다른 악플러들의 비난이 달린다. 그렇다고 그들이 조금 덜 예쁜(?) 연예인을 옹호하는 것도 아니다. 그들에 대해서는 또 '그 얼굴로 어떻게 연예인이 되었느냐'식의 비난을 보낸다.

이렇게 반응하는 누리꾼들 때문에 연예인들은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성형사실을 밝혀야 하는지, 숨겨야하는지, 또는 더 근본적으로 성형을 해야 하는지 말아야하는지. 또한 숨기고 싶었던 과거가 누리꾼들에 의해 드러나 지고, 수많은 악플에 시달리는 연예인들은 큰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된다.  

아이디만 쳐도 다 나온다고?... 개인정보 유출과 네티즌수사대

최근 소위 '구글링'이라 하는 구글을 통한 검색으로 개인의 중요한 정보까지도 아무렇게나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큰 충격을 준 바 있다. 사람들이 구글을 이용해서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빼내 금전적 이익을 위해 사용하거나 그 정보를 도용하여 사기행각을 벌인 사건이 기사화 되기도 하였고, 이별을 선고한 여자친구의 소재를 구글로 알아내 복수를 했다는 다소 엽기적인 기사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개인정보의 무분별한 유출은 많은 사람들에게 지금도 어디선가 자신의 정보가 유출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겨주었다.

한편, 구글링을 활용하여 아무도 몰랐던 정보까지 끌어내는 누리꾼들을 통칭 '네티즌수사대'라고 부른다.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악의적으로 사용하지는 않는 편이지만, '루저'발언으로 논란이 되었던 이도경씨의 개인정보라고 할수 있는 신상정보부터 가입한 사이트, 온라인으로 구매한 물건까지 낱낱이 밝혀냈던 것이 '네티즌수사대'였다. '네티즌수사대'는 공식적인 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구글링 등을 통해 놀라울 정도로 숨겨진 사실들을 잘 찾아내는 누리꾼들을 이를 때 '수사대'급의 검색능력을 발휘한다 하여 붙여진 말이다. 요즘에 이러한 누리꾼들은 신문기사에서 연예인이나 일반인의 이름이나 소재가 이니셜로 나와 있는 것을 친절하게(?) 알아내서 다른 누리꾼들에게 알려주기도 한다.

 앞서 제시한 사례들은 다소 극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도 있다. 연예인들의 사생활과 개개인의 사생활을 존중해주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연예인의 성형에 대해서도 점차 관대해 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인터넷 신문기사의 인기순위에 오르는 것은 앞서 말한 가십성 기사들이고, 여러 포털사이트들의 글에는 수많은 악플이 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인터넷문화행태를 개선하자는 움직임도 있지만, 아직은 미미하다는 얘기다.

  물론 사생활 침해 수준의 기사를 올리는 기자들, 성형을 했으면서 안했다고 발뺌하는 연예인들도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책임을 묻기 전에 왜 기자들이 그런 기사를 쓰게 되었고, 왜 연예인들이 성형사실을 숨기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기자들은 톱스타들의 사생활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크기 때문에 그에 대한 기사를 쓰면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연예인들 역시 성형사실을 밝혔을 때 돌아올, 성형사실을 밝힌 용기에 대한 몇몇의 박수로는 전혀 위로가 되지 않을 만큼의, 엄청난 비난에 대해 알고 있다. 사람들의 반응이 그렇지 않았다면 기자들도, 연예인들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러한 기사에 대해 무분별하게 호응하고, 연예인들의 외모에 대해 무분별하게 비난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자신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또한 '네티즌수사대'의 놀라운 검색 능력도 이제는 더 좋은 쪽에 쓰여야 할 때이다. 한 사람의 실언 때문에 그 사람을 비난하기 위한 정보를 찾는 일에 쓰이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능력이다. 때때로 절대 알 수 없을 것 같은 사실까지 밝혀내는 이들의 검색능력은 '전지전능하다'는 찬사를 받기도 한다. 마음만 먹는다면 이들의 능력은 무궁무진하게 활용될 수 있다. 위생관련법규를 지키지 않는 식품회사의 천태만상을 고발한다든지, 수많은 가십 기사들 속에 묻혀버린 정말 사람들이 알아야 할 기사를 찾아 널리 퍼뜨린다든지, 억울한 일을 당한 서민들의 사연을 찾아 알리고 그들을 돕는 캠페인을 유도한다든지, 대기업, 정치권 등의 부정부패와 비리를 찾아낸다든지 하는 등등의 정의로운 일에 쓰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모 사이트의 신문기사에 몇몇의 누리꾼들이 '저의 댓글이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댓글인 '베플'이 된다면 크리스마스에 명동에서 삼겹살을 구워먹겠습니다, 삼겹살을 구우며 탬버린을 치고 노래를 부르겠습니다'라는 공약성의 댓글을 달고 그 약속을 실천한 것이 크게 화제가 되었었다. 단지 기념일을 맞은 세 사람의 용감하고 재미있는 이벤트였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 실천에서 아주 바람직한 누리꾼의 모습을 보았다고 하고 싶다. 자신이 단 댓글 한마디에도 책임을 지는 누리꾼의 모습을 말이다.

이런 모습이 모든 누리꾼들에게서 발견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댓글문화#누리꾼#사생활#구글링#김혜수유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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