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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점포 분양계약서에 권장업종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더라도, 특정업종을 규정하는 문구를 '여백'에 기재했다면 영업업종을 지켜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계약서의 정식란이 아닌 '여백'에 기재한 사항도 준수해야 한다는 것으로 계약서의 효력을 강조한 것이다.

A(35)씨는 2002년 10월 D건설사로부터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상가건물 점포(302호)를 태권도장 용도로, B씨는 같은 상가건물 점포(412호)를 보습학원 용도로 각각 분양받았다.

계약 체결 당시 분양대행사 직원은 A씨의 분양계약서 하단 여백에 "본 건물 내 태권도 같은 업종 신규 분양치 않음"이라는 표기를, B씨의 분양계약서 우측 상단에는 "※보습학원"이라는 표기를 수기로 기재했다.

A씨는 체육시설업 신고를 마치고 이듬해 9월부터 자신의 점포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해 왔는데, B씨는 당초 보습학원을 운영하려 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자 L씨에게 태권도장 용도로 임대해 L씨도 이 점포에서 2003년 10월부터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다.

같은 상가건물에 태권도장이 2개가 된 것. 이에 A씨는 "B씨가 보습학원으로만 용도 지정된 점포를 L씨에게 태권도장 용도로 임대해 같은 상가건물 내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게 한 것은 분양계약상의 업종제한약정을 위반한 것이고, 이는 태권도장 영업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로 결과적으로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 1심 "여백에 쓴 것은 추천업종 또는 권장업종을 기재한 것"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26민사부(재판장 조해섭 부장판사)는 2005년 12월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분양계약서에 '지정업종' 또는 '용도' 란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고 '※보습학원' 등의 문구는 분양계약서 여백에 기재한 점, 상가건물 86개 점포 중 60여개가 업종이 특정되지 않은 채 분양된 점 등을 종합하면 분양대행업자가 분양계약서에 업종을 수기한 것은 추천업종 또는 권장업종을 기재한 것으로 추단될 뿐 업종제한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전제로 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또 "일반적으로 같은 상가건물 안에 태권도장이 2개가 존재한다고 해서 한 곳이 다른 곳의 영업권이나 법익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 2심 "여백에 특종업종 기재는 영업제한의무를 부담키로 하는 묵시적 약정"

하지만 2심인 서울고법 제13민사부(재판장 조용구 부장판사)는 2006년 12월 A씨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B씨에게 "412호에서 태권도장 영업을 하게 해서는 안 된다"며 영업금지명령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분양계약서에 권장업종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권장업종의 특정이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할 수 없고, 또한 분양받은 자에 대한 영업제한의무를 인정하기 위해서 반드시 모든 상가별로 업종이 특정돼야 한다고 볼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상가에 대해서만 업종이 특정돼 분양된 경우에는 적어도 업종을 특정해 분양받은 자들 사이에서는 상호 특정된 업종에 대한 독점적 영업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영업제한의무를 부담하기로 하는 묵시적 약정이 있다고 봐야 하므로, 각자 업종을 특정해 분양받은 원고와 피고는 상호 특정 업종에 대한 영업제한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동일한 상가건물에 동종 업종의 영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반드시 손해가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손해배상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건은 B씨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상가 내 업종제한 약정을 위반했다"며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및 영업금지 청구소송에서 "B씨가 임대한 태권도장 영업을 중지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B씨가 분양계약을 체결할 때 굳이 '※보습학원'이라는 문구가 기재된 계약서를 받은 것은, 그 기재 업종에 대한 독점적 이익을 보장받는 대신 다른 업종을 분양받는 자에 대해서도 그 독점적 이익을 보장하는 영업제한의무를 인정한다는 의미"라며 "따라서 각자 업종을 특정해 분양받은 자들인 원고와 피고는 상호 특정 업종에 대한 영업제한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계약서#여백#특정업종#영업제한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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