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의 진산은 해운대 12경의 하나인 장산. 장산은 1900여 년 전 신라 탈해왕 23년경 부족국가 장산국이 살았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는 천년의 산이다. 조선 중엽에 봉산으로 지정되기도 한 장산은 물과 돌과 전설의 산, 바람과 나무와 풀과 폭포로 이루어진 산이다.

이 해운대의 장산에 마고당(민속 자료 제 6호)이 있다. 그동안 장산 너덜겅을 몇 수십 번 다녔으나 울울한 숲과 너덜겅 속에 자리한 마고당이 내 눈에 얼른 다가오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27일 비가 뿌리는 가운데 장산에 올라 '마고당'을 드디어 만났다.

바라는 것을 빌면 이루어져... 마고당 전설

마고당은 장산의 중턱 너덜겅 근처에 있었다. 이  마고당이 언제 세워졌는지 정확한 기록이나 문헌은 없다. 다만 <동하면고문서> 기록에는 수백 년부터 신당(마고당)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마고당은 외곽 돌담으로부터 사방 10m 이내가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렇게 우리 고대의 토속적 민속신앙의 제장이 옛 모습대로 보존되어 오고 있는 것은 드문 현상이다. 동래부 동하면고문서 <산신당중건모연문>에 의하면 마고당은 조선시대부터 있었는데1924년에 중건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매년 정월 유월 두달에 세 동네 사람들이 치성을 드리고 제사를 올리고, 바라는 게 있으면 무엇이든 반드시 이 신당에 빌어서, 우리에게 수명을 주고 우리에게 복을 주며 여귀를 멀리 몰아내고 오곡을 풍성하게 익게 하였으니 신이 참으로 영험하다. (중략) 여러 군자들은 조그마한 돈 한푼을 아끼지 마시고 십시입안을 이루게 하시어 이 신당이 썩지 않고 영구히 전해지도록 하신다면 복을 구하고 신을 섬기는 도리에 천만 다행이라 여깁니다."

- <산신당중건연문> 중

장산 약수는 신선이 마셨던 물

당집의 오른쪽 옆에 자연석을 차곡차곡 쌓아 산신단이 조성되어, 그 신성한 느낌을 더해 준다. 당집 바로 아래에 석간수(약수)가 마르지 않고 솟아나고 있다. 이 약수로 신단에 바치는 정화수로 쓰고 있다.

마고당 옆에는 제기와 제물을 보관하는 부속채가 있다. 이곳의 물은 산신이 마셔서 이 물을 마시면 건강하고 장수한다고 민간에서 전해지고 있다. 마고당은 너덜겅이라는 장소성과 그 주변의 지물을 최대한 이용한 이례적인 건축 구성으로 민속적 가치가 매우 크며 민속신앙 제장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마고당은 자연석으로 돌단을 쌓고 3기의 입석을 세워 신단을 조성하여, 신성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신단 뒤편의 큰 바위를 벽체로 삼고, 그 양편으로 자연석을 쌓아 돌담장을 만든 것도 한국적인 멋을 가지고 있다.

돌담장이 높다랗게 네 방향으로 둘러쳐져 있다. 장산 자락의 너덜겅 막돌을 이용해서 돌무더기 탑과도 같은 구성을 보여 주고 있고, 무엇보다 돌담장의 구성미가 뛰어났다. 가는 비가 뿌리는데도 한 아주머니가 면벽 수도승마냥 열심히 기도를 하고 계셨다. 나도 두 손 모아 소원 하나 빌었다….

장산의 물이 좋아... 코카콜라 펩시 콜라 등 세계적 음료수 생산 

장산은 물이 많은 산이다. 민간에서 전해지는 해운대 전래에 의하면 '장산은 백두산 천지물과 연결되어 있고 화산의 화기가 충만한 산이라 폭포가 많고 온천 수맥이 흐른다'. 정말 장산은 물산이다. 샘솟는 온천을 비롯해 장산은 폭포가 많다.

장산폭포(장석폭포), 장원폭포, 양운폭포, 장산 구시폭포, 장산춘천 애기소, 춘천 수중보, 장산물망골, 신선천 계곡 등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이 폭포와 소(沼)가 산재한 산이다. 뿐만 아니라 장산은 수질이 좋아, 과거 세계적 음료 제조회사 우성식품(코카콜라), 펩시 콜라 등이 있었다. 음료수 공장은 수질이 좋지 않으면 도저히 생산이 불가능하다고 할 때 장산이 얼마나 물이 좋은 산인지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