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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초로 예정된 김황식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는 병역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김 후보자는 2005년(대법관)과 2008년(감사원장) 두 차례 청문회를 치렀지만, 당시에도 그의 병역 면제는 뜨거운 쟁점이었다. 청와대도 병역 면제가 인사청문회의 최대 걸림돌이 될 것을 예상하고 여론을 주시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72년 6월 부동시(不同視)로 병역 면제 판정을 받았다. 부동시는 두 눈의 시력 차이가 나는 현상으로, 김 후보자의 경우 두 눈의 굴절 각도가 5 디옵터 이상의 차이가 나서 당시의 면제기준(2디옵터 이상)을 충족시켰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김 후보자는 총 4차례 징병검사를 연기하거나 재신체검사 판정을 받은 끝에 병역 면제를 받았다. 그러나 고등학교 시절에는 농구반 활동을 할 정도로 체력이 왕성했다고 한다.

 

김 후보자는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다니던 1968년과 69년 대학생 신분으로 징병 처분을 연기 받았다. 김 후보자는 1970년 서울대를 졸업했는데, 그해에도 불분명한 사유로 징병 연기 처분을 받았다.

 

2008년 9월 2일 감사원장 청문회에 질의자로 나선 미래희망연대 송영선 의원은 "1970년에 재신검 대상이 돼서 신체등위를 무종으로 받았다. 무종이면 재신검 사유들이 많으니 분명히 기록을 해 놓아야 되는데 (질병명이) 비어있다"고 따져 물었지만, 김 후보자는 "그 부분에 대해서 제가 뭐라고 답변을 하겠냐"고 되물었다. (무종은 신체검사를 받은 해에 병역을 치러야 할 갑종·을종을 받지 못했으나 다음해에는 갑종·을종으로 판정될 가능성이 높은 남성에게 내려지는 판정이었다.)

 

자신이 작성한 병역기록이 아니라는 취지의 답변이었지만, 그 자신의 징병 연기 사유를 몰랐다는 점에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그런데 김 후보자는 1971년에는 갑상선기능항진이라는 병으로 무종 판정을 다시 받았다.

 

갑상선기능항진은 갑상선의 이상으로 호르몬이 과다 분비돼 쉽게 피곤을 느끼고 눈이 튀어나오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 병은 지금도 병역면제 판정을 받을 수 있는 질환으로 분류되는데, 김 후보자에게 왜 재신검 판정이 내려졌는지는 의문이다. 김 후보자는 이듬해 3월 14회 사법고시에 합격하는데, 어쨌든 71년 판정으로 시험공부를 더 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된 셈이다.

 

김 후보자 병 치료한 사람은 바로 그의 형

 

 

당시 김 후보자의 병을 치료한 사람이 그의 형이었다는 점도 논란을 일으킬 만하다.

 

김 후보자는 감사원장 청문회에서 "제 큰형님이 의사였는데 큰형님 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양승조 의원이 "갑상선기능항진이 쉽게 치유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명확한 증거자료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자 김 후보자는 "70~71년의 문제가 아니냐? 내가 7남매의 막내인데 제 형님은 이미 오래전에 작고하셔서 지금은 어떻게 소명할 방법이 없다"고 난색을 표했다.

 

김 후보자가 실제로 병역연기 판정을 받을 만한 질병을 앓았을 수도 있지만, 김 후보자에 유리한 진단을 내릴 수 있는 직계가족의 병원에서 치료받은 터라 김 후보자로서는 이 부분에 대해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받은 법관 채용 신검(1972년 6월)에서는 갑상선기능항진이 아닌 부동시로 병역면제 판정을 받았다.

 

김 후보자는 2005년 11월9일 대법관 청문회에서는 "내 기억으로는 양쪽 눈이 약 7디옵터 차이 났다"고 얘기했다가 2008년 감사원장 청문회에서는 "정확히 몇 정도 차이가 나는가는 지금 모르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부동시 때문에 병역을 면제받은 김 후보자가 72년 신검 당시에는 병역 이행에 어려움이 없는 시력(나안 좌 0.2, 우 0.1, 교정시력 좌우 모두 0.5) 판정을 받은 것도 미스터리다.

 

2008년의 김 후보자는 "그냥 공무원 임관시키는 신체검사이기 때문에 신체검사 하는 사람들이 적절히 그냥 '안경 쓰고 괜찮냐', 이렇게 하고 넘어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공정한 사회' 화두된 2010년 총리 인사청문회, 그 결과는?

 

병역 면제에 대한 김 후보자의 두루뭉술한 해명은 당시 청문회에서도 논란거리가 됐지만, 여야의 정치 쟁점으로 확산되지는 못했다. 3차례나 질의 기회를 얻어 속시원한 해명을 받아내려고 했던 송영선 미래희망연대 의원도 "그냥 제 질의 던지는 것으로 양심에 맡기겠다"고 두 손을 들었다.

 

그러나 '공정한 사회'가 화두가 된 2010년의 총리 인사청문회에서는 병역 면제의 파괴력이 과거와는 다를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에 이어 국무총리까지 병역면제자"라는 따가운 여론도 김 후보자가 넘어야 할 숙제다. 보수논객 조갑제씨가 김 후보자가 국무총리로 내정되자 "대통령, 국무총리는 남자의 경우 군 복무자가 아니면 앉을 수 없도록 헌법 개정이라고 해야 하냐"고 개탄할 정도다.

 

김 후보자도 이 같은 여론을 예상한 듯 청와대의 총리 제안을 여러 차례 고사했다고 한다.

 

그러나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김 후보자의 (병역 문제가) 지난번 감사원장 임명 때도 한번 거론됐고, 이게 총리 직책을 수행하지 못할 결정적 사유라고 보지는 않았다"며 "군을 의도적으로 회피한 게 아니고 가려고 해도 갈 수 없었던 신체적 조건 때문에 그런 것이니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태그:#김황식, #국무총리,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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