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울시 교육청은 1월 18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교실 마루교체 부실공사에 대해 전면 조사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교육청은 1월 18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교실 마루교체 부실공사에 대해 전면 조사 하겠다고 밝혔다.
ⓒ 이부영

관련사진보기


서울시 교육청(교육장 곽노현)이 1월 18일 자 보도자료를 통해 교실 마룻바닥 부실공사에 대해 전면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서울시 교육청이 교실 마룻바닥 부실공사에 대한 전면적인 감사를 실시하게 된 것은 제가 <오마이뉴스>에 올린 다음과 같은 기사 때문입니다.

1천만원짜리 마루공사 그 뒤의 참혹한 모습
3억5천만 원짜리 공사 취소... 전 참 대단한 교사입니다

기사를 올리자 서울시 교육청에서 관심을 가지고 공사 문제를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지역 교육장이 직접 학교를 찾아오기도 했고, 서울시 교육청 감사담당관이 직접 전화를 해 오고 시설과 사무관도 전화해서 학교 시설문제를 적극 검토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서울 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교사들도 '우리 학교 우리 교실도 그렇다'고 하면서 마루공사 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 공사에 얽힌 문제를 알려주는가 하면, 심지어 마루공사 관련 업자도 마루공사에 대한 좋은 정보를 보내오기도 했습니다.

이 기사를 보고 방송국에서 취재 요청을 해 오기도 했는데, 제가 사진을 찍어 올린 한 학교는 공사한 지 1년 4개월 만에 갑자기 대대적인 하자보수공사를 벌였다고 합니다. 다른 학교의 경우에도 제가 사진을 찍어 올린 부분은 기사가 나간 뒤에 그 부분만은 말끔하게 고쳐놓았더군요.

갑작스런 하자보수공사에 대해 해당 학교와 교육청 쪽은 예정되어 있던 공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학교와 교육청 쪽에 공개정보청구 요청을 해 보니 해당 학교에서 파악하고 있는 부실공사 현황 자료도 없다 하고, 하자보수요청을 위해 학교와 교육청이 주고받은 자료는 아무 것도 없다고 합니다.
   
우연히 제가 본 곳만 그렇다고 주장했지만...

서울시 교육청 감사담당관이 마룻바닥 모습을 직접 보고싶다고 해서 감사담당관과 해당학교를 직접 둘러보기도 했습니다. 제가 교육청 담당자한테 마룻바닥 부실공사 문제를 얘기할 때마다 담당자는 '선생님이 본 그 학교, 그 교실만 그렇다'고 말해서 '어떻게 신기하게도 우연히 제가 본 곳만 그럴 수 있느냐? 그렇다면 다른 학교를 둘러 볼테니 함께 공사한 다른 학교를 알려달라'하니 다른 학교는 알려주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감사담당관과 다른 학교를 돌아보면서 마룻바닥 공사문제가 지금까지 본 것보다 아주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자재도 마감도 죄다 불량입니다. 걸레받이에 구멍을 뚫어놓은 것은 바닥에 공기를 통하게 하기 위해서라는데, 아무리 봐도 벽에 바짝 붙여놓은 모습은 바닥의 공기가 도저히 올라올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 엉터리로 마감한 걸레받이 모습 자재도 마감도 죄다 불량입니다. 걸레받이에 구멍을 뚫어놓은 것은 바닥에 공기를 통하게 하기 위해서라는데, 아무리 봐도 벽에 바짝 붙여놓은 모습은 바닥의 공기가 도저히 올라올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 이부영

관련사진보기


제대로 마감처리를 하지 않아서 시멘트 뜯어낸 곳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 마감 불량인 모습 제대로 마감처리를 하지 않아서 시멘트 뜯어낸 곳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 이부영

관련사진보기


발을 디딜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은 기본이고, 마루판이 솟아오르고 사이가 벌어져 어긋나 있고, 밟으면 들썩거리는 곳이 많았습니다. 금이 가고 낡은 자재를 쓴 곳도 많고, 걸레받이를 엉터리로 붙여놓아 뜯은 시멘트 벽이 그대로 드러나고 덜렁거리는 곳이 많았습니다. 학교마다 하자보수를 했다고는 하나 벌어진 틈새에 실리콘을 쏘거나 덜렁거리는 마루판을 피스로 고정한 정도였습니다. 아이들의 안전이 걱정될 정도인 곳이 많았습니다.

하자보수를 했다는 모습을 보니 벌어진 틈에 실리콘을 쏘고, 여기저기 피스를 박아 고정한 것이 다 입니다. 이런 보수공사는 임시 방편일 뿐, 처음부터 부실시공이기 때문에 보수를 한다해도 결코 좋아지지 않습니다.
▲ 하자보수를 했지만.... 하자보수를 했다는 모습을 보니 벌어진 틈에 실리콘을 쏘고, 여기저기 피스를 박아 고정한 것이 다 입니다. 이런 보수공사는 임시 방편일 뿐, 처음부터 부실시공이기 때문에 보수를 한다해도 결코 좋아지지 않습니다.
ⓒ 이부영

관련사진보기


 마루바닥 곳곳 틈새에 실리콘을 쏘고 피스를 박아 놓은 곳이 많았습니다. 근본적인 부실공사이기 때문에 이런 땜방 보수를 하면 할수록 마루바닥은 엉망이 됩니다.
▲ 하자보수한 모습 마루바닥 곳곳 틈새에 실리콘을 쏘고 피스를 박아 놓은 곳이 많았습니다. 근본적인 부실공사이기 때문에 이런 땜방 보수를 하면 할수록 마루바닥은 엉망이 됩니다.
ⓒ 이부영

관련사진보기


업자 편만 드는 학교 관리자와 교육청 시설담당자들

학교를 돌아보면서 저도 그랬지만 감사담당관도 화가 많이 났습니다. 철저한 점검 없이 공사를 한 것도 그렇고, 마무리가 엉망인데도 준공검사가 난 것도 그렇고, 여기저기 벌어지고 뒤틀리고 덜컹거리는 모습이 교실당 천만 원을 들여서 한 공사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공사한 뒤 1년여 만에 교실이 엉망이 되었는데도 학교와 교육청 어느 곳에도 하자발생조사표 하나없고, 정식으로 보수요청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에 화가 났습니다.  

화를 더 크게 부추기는 것은 부실한 마룻바닥을 살펴보는데, 학교 관리자와 교육청 시설
담당자가 공사 업자를 두둔하는 태도였습니다. 누가 봐도 마룻바닥이 엉망인데도 사진을 찍는 제게 '괜찮은 부분도 많은데 왜 망가진 부분만 사진 찍느냐?'면서 이 정도 가지고 왜 그러냐는 식의 태도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또 마룻바닥이 들썩이는 것은 아이들이 많이 다녀 그렇다면서 아이들 탓을 하는가 하면, 마루바닥이 솟고 사이가 벌어진 것은 원래 나무재료가 여름에 솟아오르고 겨울에는 사이가 벌어지는 거라고도 합니다. 교실에서 물걸레 청소를 하기 때문에 솟아오르고 벌어진 것이라고 하기도 했는데, 어느 지역청 담당자는 교사의 책이 많아서 책 무게 때문에 그랬다고도 했답니다.

그러나 마루바닥이 책이 많은 교사 교실만 문제가 있던게 아니고 다른 교실도 마찬가지였다고 합니다. 불량자재 문제를 얘기하면 '이게 무슨 불량 자재냐?'면서 원래 나무재질이 그런 거라고 계속 업자 편만 들었습니다. 저는 업자 편만 들려는 분들에게 묻고 싶었습니다. 과연 자기 돈을 들여서 한 자신의 집 공사를 이렇게 엉망으로 했어도 괜찮다고 그냥 넘어갈 수 있는지를요.

학교마다 물어보면 하자보수를 했다고는 하는데 전화로 교육청에 요청해서 했다는 말뿐이지, 하자보수에 대해 교육청 쪽에 요청한 자료나 보수한 증거는 남아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몇 학교를 돌아봤는데도 나타난 문제가 아주 심각해서 단지 이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마루공사를 한 다른 학교도 똑같은 문제를 지니고 있을 거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뒤 서울시 교육청에서는 여러 각도로 마룻바닥 부실공사를 짚어본 결과 문제가 심각했다고 판단했는지 지난 3년 간의 마루바닥 공사에 대해 전면적인 감사를 벌이겠다고 1월 18일 자로 다음과 같은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교실 마루교체 부실공사에 대한 전면 조사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감 곽노현)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총 319개교에 820여 억원의 예산을 들여 시행한 학교 바닥교체(후로링) 공사에 대하여 조사에 착수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부실공사에 대한 제보를 받고, 2011. 1월초 3개교를 대상으로 현장을 방문하여 조사한 결과 후로링의 틈새가 벌어지거나, 바닥 요철 발생, 마감공사 불량 등 부실공사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전면적인 조사를 실시하게 되었다.

해당 학교장에게는 부실공사 내역을 보고하도록 하였고,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최근 3년간 시행한 모든 학교의 명단을 공개함으로써, 교사 및 학부모 등 학교 구성원들에게 부실공사 여부를 서울시교육청에 제보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서울시교육청은 지역교육청 감사자료 및 28개 학교로부터 받은 하자내역에 대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특정 공법의 하자 과다 발생, 교육환경개선사업 현장 실사 미흡 등 문제점을 인지하고, 1월말까지 예비조사를 마친 후 2월부터 본격적인 본 감사에 착수한다.

서울시 교육청의 전면적인 감사 소식을 듣고 처음 부실공사 문제를 제기했던 사람으로서 학교공사 문제를 제대로 점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에 마음 뿌듯합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봅니다. 무슨 일인지 학교 공사 문제는 절대로 학교 관리자가 제대로 파악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학교 공사 문제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보면, 웬일인지 학교관리자와 교육청 시설담당자들은 부실공사 문제를 자꾸 덮기에 급급했습니다.

부실공사가 드러나도 제대로 현황조사를 하지 않습니다. 교사들은 분명히 문제있다고 하는데, 학교 관리자는 '상태 양호'라고 합니다. 무료 하자보수기간이 분명히 있고, 교사들이 하자문제를 제기해도 학교 관리자는 문제 제기 자체를 못하게 하는데만 급급하고 교육청에 하자보수 요청을 하지 않습니다.

학교 관리자와 교육청은 믿을 수 없습니다

학교 공사 문제점을 파악하는데 학교 관리자와 교육청 담당자가 조사하는 것은 믿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서울시 교육청이 마루공사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나서야 합니다. 서울시 교육청은 보도자료에서 마룻바닥 부실공사에 대한 제보도 받는다고 하니까 그 누구보다 교사들이 가장 먼저 아이들과 안전하게 공부해야 할 내 교실의 문제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정리해서 제보하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이번에 저는 마룻바닥을 비롯해 그늘이 지지않는 스탠드 그늘막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는데, 공사 문제를 제기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학교 공사는 원래 그런거야'였습니다. 저는 부실공사의 책임이 학교 관리자와 교육청 시설담당자에게만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부실시공을 보고도 '원래 그렇고 그런거야'라면서 묵인한 사람들도 공범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시 교육청이 이왕에 감사의 칼을 빼들었으니, 이번에야말로 관례적으로 해 오던 학교 부실공사 문제를 뿌리 뽑아서 제대로 공사를 해서 혈세도 아끼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공부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서울시 교육청 보도자료에서는 감사와 함께 마루바닥 공사 문제에 대한 제보를 받는다고 합니다. 이번에 감사대상학교는 2008년부터 2010년 3년동안 공사를 한 319개 학교로, 연도별, 교육청별 학교이름은 첨부자료에 있습니다. 특히 자신의 학교에 대한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의 제보 바랍니다. 이 기회에 마루공사가 아니더라도 다른 학교 공사에 문제가 있는 것도 제보하길 바랍니다. 제보할 곳은 서울특별시교육청 감사담당관실 02-3999-776, 274 입니다.



태그:#학교공사문제, #마루바닥부실공사, #서울시교육청, #서울시교육청감사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