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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하지 않는 비번 날에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다가 물적 피해만 입힌 교통사고를 낸 경찰관에 대한 '해임' 처분은 징계가 지나치게 무거워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전북 장수경찰서의 한 파출소에 근무하던 경사 K(47)씨는 2009년 4월 근무가 없던 날 저녁 친구와 맥주 25병을 나눠 마시고 운전해 다가다 전주시 팔복동 추천대교 앞 도로에서 신호대기 중인 택시를 충돌하는 교통사고를 냈다. 택시 수리비는 177만원 나왔고, 당시 K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82%로 술에 취한 상태였다.

이로 인해 K씨는 2009년 5월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 복종의무, 품위유지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장수경찰서 보통징계위원회의 징계의결에 따라 해임 처분을 받았고, 이후 행정안전부 소청심사위원회에서도 감경되지 않자 소송을 냈다.

K씨는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발생시킨 것은 사실이나,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 정도, 이 사건 전까지 17년 동안 성실하게 근무해 온 점 등에 비춰 보면 해임 처분은 징계사유의 정도에 비해 지나치게 과도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심인 전주지법 행정부(재판장 강경구 부장판사)는 지난해 5월 음주 교통사고로 해임된 K씨가 전북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경찰공무원으로서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이미 수차례에 걸친 음주운전 방지를 위한 교육 등을 받은 점 등에 비춰 볼 때 원고가 이 사건 교통사고를 일으킨 비위행위의 정도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 정도가 비교적 경미하고 피해자와 합의한 점, 교통사고가 근무시간이 아닌 비번 날에 발생한 점, 원고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적이 없으며, 경찰공무원으로 17년간 재직하면서 6회에 걸쳐 표창을 받았을 뿐 아니라, 한 번도 징계처분을 받은 적도 없었던 점, 연로한 부모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가장인 점 등에 비춰 보면, 피고가 징계에 의해 달성하려는 행정목적 등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무거워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남용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이에 전북지방경찰청장이 항소했으나, 광주고법 전주제1행정부(재판장 고영한 부장판사)도 지난해 10월 "해임 처분은 취소돼야 한다는 1심 판결은 정당하다"며 K씨의 손을 들어줬다.

사건은 전북지방경찰청장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도 "K씨에 대한 해임 징계처분은 너무 무거워 위법하다"며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가 경찰공무원으로서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일으킨 비위의 정도가 가볍지 않다"면서도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가 물적 피해에 그친 점, 원고가 근무하지 않은 날에 교통사고를 일으킨 점, 음주운전으로 입건된 적이 없는 점, 음주운전을 하다가 물적·인적 피해까지 발생시킨 다른 경찰관은 소청심사에서 정직 3개월 처분이 내려진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해임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거나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부당해 징계권의 한계를 일탈하거나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경찰관#해임#징계처분#음주운전#교통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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