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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여왕 5월이면 대학가 축제가 한창이지요. 마포 성미산마을 축제도 향기로운 향을 내뿜는 장미처럼 만개했습니다.

5월23일 마을극장에서 공연한 어린이합창단이 축제 개막을 알렸고, 일주일동안 동네 곳곳에서 공연과 전시, 영화제가 이어졌습니다. 28일, 29일 주말에는 성서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먹거리 장터와 공연이 열려 축제의 절정을 이뤘습니다.

성미산마을의 축제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마을 사람들이 기획하고 공연하고 준비하는 '주민 잔치'라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동네 카페 '작은나무'에서 열리는 재미난 사진전도, 마을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도 동네 사람들이 만드는 것입니다. 이번 축제에서 우리 집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 원장님과 엄마들이 성서초등학교에 마련된 부스에서 나무목걸이를 만들기도 하고 솜사탕도 만들어 팔기도 했지요. 이날 원장님은 솜사탕 만들기의 대가가 되셨답니다.

마을 풍물놀이패가 온갖 만장을 앞세우고 동네를 돌며 길놀이 하면서 동네 사람들에게 '같이 놀아요'를 외쳤습니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날씨에 지칠 법도 한데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씩 받아 마시고는 또 흥이 나서 덩실덩실 춤이 절로 나는 풍물놀이를 해주었습니다.

마포두레생협이 마련한 먹을거리장터에 가면 먹을 게 넘쳐났습니다. 생산지에서 바로 가져온 싱싱한 먹을거리와 생활재를 싼 값에 구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오창지역 생산자가 아침에 따서 가져온 완숙토마토와 방울토마토는 장터를 연 지 세시간만에 바닥나는 기염을 토했지요. 냉장고에 남아있는 재료로 만드는 '착한 김밥'을 만들어 판 성미산학교 아이들도 축제에서 맛깔스러운 솜씨를 발휘했습니다.

축제 마지막 날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문화공연은 그야말로 신나는 한바탕 잔치였습니다. 아마추어들이 모여서 만든 오케스트라 '마론'의 격조있는 연주도 대단했지만 동네 주민들의 노래와 합창은 깜짝 놀랄 정도였습니다. 4월부터 한 달 반동안 연습해서 공연한 생협 합창단의 실력에 모두가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노래 한 자락씩 한다는 사람들이 무대에 올라 솜씨를 발휘했는데 눈이 휘둥그레지는 의상과 무대 장악력이 놀라울 뿐이었습니다. 평소에 저런 끼를 숨기고 사느라 힘들겠다 싶을 정도였지요. 벌써 4년차에 이르는 동네 밴드의 연주도 놀라웠고 긴 머리를 돌리며 락을 하는 리드싱어도 동네 골목에서 마주치는 **이 아빠라서 더 재미있습니다. 차전놀이와 대동놀이로 축제가 마무리 되는 동안 축제 참가한 마을 사람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동네 골목에서 오다가다 마주친 사람들이 꾸미는 공연과 자랑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축제가 됩니다. 축제 전문가가 필요한 게 아니라 잘하든 못하든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 자리와 용기만 있으면 누구나 신나게 축제를 같이 할 수 있습니다. 무대에서 흥에 겨워 드럼을 치는 **이 아빠를 보고 '나도 내년에 한번 도전해봐?'라고 손쉽게 생각하게 됩니다.

축제를 준비한 사람과 보는 사람이 따로 있지 않고 축제의 문턱도 없는 셈입니다. 동네 아줌마와 아저씨가 하는 공연과 노래이기 때문에 더 신나는 축제입니다. 이런 동네 사는 게 어쩌면 행운이구나 싶습니다. 이게 다 성미산이 떡 하니 자리잡고 있는 덕분이기도 하구요. 내년 5월이 기다려집니다.


#성미산#마을 축제#누구나#동네잔치#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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