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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대검찰청 중수부 폐지' 문제를 뒤로 미룰 분위기다. '청와대 입장에 상관없이 입장을 정하겠다'지만, 이렇게 급격한 입장 변화를 만들어낸 것은 '청와대의 반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9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는 '중수부를 폐지하면 안 된다'는 발언이 주를 이뤘다. 관련 발언을 한 16명의 의원 중 검찰 출신인 박준선, 정미경 의원 등 15명이 폐지에 반대했고, 주성영 의원 1명만 폐지하자는 의견을 내놨다.

 

주 의원의 의견도 '당장 중수부를 폐지하자'는 것이 아니라 '폐지하되 여론 흐름상 지금 하는 것은 어려우니,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활동 기한을 연장하고 특수수사청 등 대안 마련부터 하자'는 것이었다.

 

이날 의원총회는 당론을 정하기보다는 중수부 폐지문제와 관련한 당 내 의견을 수렴하는 취지로 열린 것이어서 의결사항은 없었지만, '일단 뒤로 미루자'는 공감대를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황우여 원내대표도 "사개특위는 국회 차원의 특위여서 당에서 일정한 의견을 갖고 지침을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사개특위 활동기한 연장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황 원내대표는 "청와대·정부 입장과는 상관없이 국민 의견, 국회의원 의견을 많이 수렴해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의원총회 직후 열린 한나라당 사개특위 위원 간담회에서도 사개특위 활동 기한 연장에 대한 위원들의 의견은 '연장하자'가 6명, '연장하지 말자'가 4명으로 갈렸다.

 

10일 예정된 사개특위 전체회의에서 한나라당 위원들이 '중수부 폐지문제는 사개특위 활동시한을 연장해 더 논의해보자'고 강력하게 주장하면, 중수부 논의는 또다시 뒤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2월 출범해 별다른 성과도 없이 연장을 거듭해온 사개특위 활동시한이 또다시 연장되고 중수부 폐지안도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대세'로 자리 잡고 있던 중수부 폐지안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지난 주말 청와대가 중수부 폐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낸 것이 결정적이다. 중수부 폐지안은 두 달여 전부터 사개특위 내에서 대세로 자리 잡고 있었고 그 대안으로 특수수사청 설치냐 상설특검제 도입이냐와 같은 문제, 법제화 시 어떤 방법으로 할지 등에 대한 이견이 남아 있었다.

 

이런 흐름에 대해 법무부는 지속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왔지만, 국회에서 법무부의 편을 들어주는 의원들은 많지 않았다. 6월 말로 사개특위 활동종료 시점이 다가온 시점에서 갑자기 중수부 폐지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온 셈인데,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은 '현재 여론이 좋지 않다'는 이유를 대기도 했다.

 

검찰이 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하고 있고 정치권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부 폐지를 법제화하면, 결국 '검찰 힘빼기'로 비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중수부 폐지 내용을 담고 있는 법이 적용되기 시작하는 시점은 2012년 1월부터다. 저축은행 비리 수사가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몰라도 저축은행 수사가 중수부 폐지여부와 논리적으로 관련돼야할 이유는 없는 셈이다.

 

4·27 재보선 패배 이후 쇄신바람을 타고 원내대표로 선출, 수락연설에서 "한나라당의 변화가 시작됐다"는 일성을 던지며 '청와대의 거수기'를 거부한다고 선언한 황 원내대표이지만, 취임 한 달 만에 '다시 거수기로 돌아가나'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야당은 한나라당 입장 변화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9일 "애초부터 한나라당에 기대한 것이 잘못이었다"고 논평했다. 이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국회의 존재 이유를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청와대를 위한 한나라당이 아닌 국민을 위한 한나라당으로 되돌아오길 간절히 바란다"며 "'국민의 뜻을 반영하겠다'는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의 힘 빠진 발언에 마지막 기대를 걸어 보겠다"고 말했다.


태그:#중수부, #검찰, #거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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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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