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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오바마 대통령의 연두교서. 올 11월에 있을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하지 못하면 마지막이 될지도모를 연두교서에서 오바마가 과연 어떤 얘기를 할지는 미국에서 매우 큰 관심사였다. 특히 오바마의 대항마를 고르기 위한 공화당 경선이 현재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공화당의 대표인사들은 미리부터 오바마의 연두교서를 비판했다.

 

미치 맥코널 공화당 상원대표는, "오늘 밤 연설을 듣지 않아도 벌써 실망감을 느끼지 않기 어렵다"며, "대통령 측근들이 기자들에게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연설의) 목표는 이 나라의 문제를 풀자는게 아니라 공화당을 정복하자는 것 같다. 목표가 난제를 막자는 것이 아니라 그 난제를 더 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오바마의 연설이 "선거용 연설"일 것이라며, "대통령은 노동절 이후로 계속 선거분위기 일색이었다. 재선팀이 연설을 작성한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나는 우리가 선거 유세를 듣게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오바마가 공정함과 불평등, 그리고 중산층에 초점을 맞춘 연설을 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에 대해 < MSNBC >를 비롯한 <뉴욕 타임즈> 등은 그러한 문제가 2012년 대통령 선거를 관통하게 될 것이라고 해석을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언론이 더욱 집중한 것은 오바마가 미국의 세금 문제를 어떻게 언급할 지에 대해서였다. 무엇보다 연두교서가 있던 날 아침, 공화당의 유력대선 후보자인 미트 롬니 전 메사추세츠 주지사가 2010년 세금 신고서를 언론에 공개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일반 가정 세율보다 훨씬 낮은 롬니의 세금신고서

 

롬니는 원래 그의 소득 내역 및 납세율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세금 신고서를 공개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러다 최근 공화당 경선과정에서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이 이 문제로 강력한 공세를 펼치자 24일 아침에 공개한 것이다.

 

공개된 세금 신고서에 따르면 롬니는 2010년과 2011년 2년 동안 무려 4260만 달러(한화로 약 470억원)을 벌었고, 이 중 620만 달러, 한화로 약 68억원을 세금으로 납부했다.

 

그런데 롬니에게 부과된 세율은 겨우 13.9%로, 이것은 미국의 일반 가정이 내는 세율 15%(결혼한 가정으로 연 소득이 1만7천달러~6만 8천 달러일 경우) 또는 25%(결혼한 가정으로 연 소득 6만 8천 달러~13만 7천 달러) 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억만 장자인 롬니가 13.9%라는 낮은 세율로 세금을 납부한 까닭은 그의 소득의 대부분이 주식 배당금이나 펀드에 대한 투자 이익, 그리고 이자금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롬니는 자신의 대권도전을 위해 풀타임으로 일을 하지 않고도 하루에 5만 7천달러(한화로 6270만원)을 번 셈이다. 미국 국민의 연소득 중간값이 5만 221불(한화로 약 5524만원)인 까닭에 레이첼 메도우 같은 정치 평론가는 롬니가 하루에 버는 돈이 일반 미국인들이 1년 동안 버는 것보다 많아 충격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연두교서 자리에 오바마가 투자의 귀재인 워렌 버핏의 비서 데비 보사넥을 초대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백악관이 보사넥을 초대한 이유는 오바마가 부자들이 지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미국의 세제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억만장자인 버핏이 그의 비서보다 실질적 세제율이 더 낮다는 것을 예로 들곤 했다.

 

 

오바마 "최상위 부자들을 위한 세제를 유지하고 싶나"

 

미국시각으로 저녁 9시(동부시각 기준)에 시작된 연두교서에서 오바마가 강조한 것은 역시 공정함이었다. 각자가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을 책임감있게 수행한다면 그에 맞는 혜택을 공정하게 받을 수 있다는 미국의 기본적인 약속이 되살아나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오바마는, "점점 더 많은 미국인들은 겨우 버티며 살아가는 반면 점점 더 적은 사람들은 잘 사는 나라에서 살지, 아니면 모든 사람들이 공정한 기회를 얻고 공정한 몫을 받으며 똑같은 규칙에 따라 경쟁하는 사회에서 살지를 우리는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또한 예상대로 세제 개혁을 강조했다. 오바마는 "바로 지금, 우리는 미국의 상위 2% 부자들에게 일시적인 세제 혜택을 주기위해 약 1조 달러에 달하는 돈을 추가로 쓰게 됐다. 바로 지금, 세제가 갖는 허점 때문에 미국 백만장자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수백만의 중산층 가정들보다 더 적은 세금을 내고 있다. 바로 지금, 워렌 버핏은 그의 비서보다도 더 적은 세율로 세금을 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미국의 최상위 부자들을 위해 이런 세제를 계속 유지하고 싶냐"고 반문한 뒤, "저같은 또 여기 의원들의 상당수와 같은 사람들이 공정한 세금을 지불하기 위해 세제를 바꿀 필요가 있다. 세제개혁은 버핏 룰을 따라야 한다. 만약 여러분이 1년에 백만불 이상을 번다면, 적어도 30% 이상의 세율로 세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이것을 여러분들(공화당 의원들을 가리키며: 기자 주)은 계급 전쟁이라고 부르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억만장자에게 최소한 자신의 비서가 내는 것만큼이라도 세금을 내라고 요구하는 것을,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상식이라고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는 "이 나라에서 우리는 금전적 성공을 시샘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것을 존경한다. 미국인들이 정당한 몫의 세금을 내는 것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그들이 부를 시기해서가 아니다. 내가 나에게 필요하지도 않고 국가에도 부담이되는 세제 혜택을 받을 때, 그 혜택은 정부 적자를 늘리거나 또는 어떤 다른 사람, 가령 노약자나 고정 수입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메꿔야 할 부분으로 남기 때문이라는 것을 미국인들은 이해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에서 세제 개혁이 이뤄지기 어려운 이유가, "부패한 돈이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의원들에 의한 내부자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어달라고 의원들에게 요구했다. 또한 선출직 공무원이 그의 업무가 영향을 줄 수 있는 업계의 주식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제한하자고도 주장했다.  

 

"해외로 공장 이전하는 기업에는 모든 세제혜택 박탈"

 

한편 오바마는 미국이 당면한 침체된 경기와 누적된 실업 문제, 그리고 교육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공정함을 강조했다.  

 

가령, 그는 미국의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제조업이 부활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세금법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해외로 공장을 이전해서 미국내 일자리를 없애는 기업에게는 기존의 모든 세제혜택을 박탈하는 반면 미국에서 생산과 일자리를 늘리는 기업에게는 새로운 혜택까지 더해 주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이와 관련 오바마는 미국 정부가 미국 상품이 해외에서 잘 팔릴 수 있도록 협조를 다할 것이라며, 작년 그가 서명했던  파나마와 콜롬비아, 그리고 한국과의 자유 무역 협정 때문에 미국 상품을 소비할 수 백만명의 새로운 고객들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얼마 안있어 서울의 거리에는 디트로이트와 톨레도 그리고 시카고에서 수입한 새 자동차들이 다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업 및 취업문제 해결을 위해 오바마는 교육을 강조했다. 재취업 교육을 위해 그는 커뮤니티 칼리지를적극 지원하고 취업문제 및 미국 기업의 노동력 확보를 위해 미국 교육에 정부가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는 특히,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하면 가장 큰 어려움이 등록금 부채"라고 미국 대학의 비싼 등록금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미국인들이 크레딧 카드 보다 대학 등록금 때문에 더 많은 빚을 떠안고 있을 때, 의회가 7월까지 대학 등록금 융자의 이자를 두 배로 올리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중산층 가정이 수천달러를 아낄 수 있도록 학자 융자금의 세제 혜택을 늘려야 합니다. 또 향후 5년간 워크 스터디 잡(학교에서 일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일자리: 기자 주)의 숫자를 두 배로 늘려 대학을 통해 젊은이들이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오바마는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의 대학들도 공정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학들에게 다음과 같은 경고를 주겠다. 만약 당신들이 등록금 인상 행진을 멈추지 않는다면, 당신들이 세금으로부터 얻는 혜택들도 줄어들 것이다. 고등교육은 사치가 될 수 없다. 그것은 미국의 모든 가정들이 누려야 마땅한 경제적 필수"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두교서에서는 경제문제와 그와 관련한 공정성이 강조된 반면 안보나 국제문제에 대한 언급은 예전의 연두교서에서보다 많이 줄었다. 이에 <뉴욕 타임즈>는 이번 연두교서가 경제 문제가 선거 이슈를 독점한 올해 선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연두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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