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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다 신형 CR-V
 혼다 신형 CR-V
ⓒ 혼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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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혼다자동차의 CR-V는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이다. 이 세그먼트에서 그리 덩치가 큰 편은 아니다. 대신에 승용 세단에 견줄 만한 승차감이 돋보인다. 비좁은 골목길 주차도 쉽다. 또 SUV의 장점인 오프로드 주행이나 레저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혼다는 그래서 이 차를 '도심형 콤팩트 SUV'라고 부른다.

이 때문일까. CR-V는 일본 혼다자동차의 대표선수로 불릴 만큼 글로벌시장서 숱한 러브콜을 받았다. 1995년 데뷔 후 전 세계 160개국에서 500만 대 이상 팔렸다. 글로벌 베스트셀러 모델이다.

CR-V는 역시 명불허전(名不虛傳)이었다. 2004년 한국진출 이후 국내 SUV 시장을 단숨에 석권했다. 이후 그 명성은 한국에서도 4년 연속 이어졌다. 거침없는 질주는 여기까지였다.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은 시간이 흐르면서 바뀌었고, CR-V의 진화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그리고 2011년 12월. 혼다 CR-V가 성형수술(?)을 마치고 현해탄을 건너 컴백했다. 4세대 모델이다. 3세대에 비해 얼굴(디자인)은 날렵하면서 모던해졌다. 출력과 토크도 높아졌고 연비도 개선됐다. 게다가 첨단 편의사양을 대거 장착했는데도 가격이 20만~120만 원 정도 낮아졌다. CR-V가 완벽한 상품성을 갖추고 한국 땅을 다시 밟은 것.

CR-V는 한국에서 할 일이 많다. 임무가 막중하다. 엔화 가치 상승과 글로벌 경제 위기, 일본발 대 지진 등의 영향으로 작년 한국시장서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지 못한 혼다코리아를 부활시켜야 한다. 때문에 회사 측은 이 차에 거는 기대가 크다. 얼마나 야무지게 달라졌는지 구원투수 역할을 자청한 신형 CR-V를 시승했다.

섬세함과 스포티함이 더해진 겉모습

 신형 CR-V 실내는 구형보다 깔끔하면서 심플해졌다.
 신형 CR-V 실내는 구형보다 깔끔하면서 심플해졌다.
ⓒ 정영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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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봐서는 3세대 모델과 흡사해 보인다. 하지만 곳곳에 섬세함을 담아냈다. 간결하면서 샤프해졌다. 이전의 보수적인 이미지를 벗어낸 것. 앞 부문의 모양이 구형대비 많은 변화를 줬다. 우선 라디에이터 그릴이 대담해졌다. 가로 2선의 크롬 그릴이 3선으로 늘어나는 등 한층 젊어졌다.

눈꼬리가 길게 늘여진 헤드램프는 그릴과 펜더를 파고들면서 역동적이면서 날렵해졌다. 그리고 앞 범퍼와 원형의 안개등도 커져 존재감이 뚜렷해졌다. 큼직한 창들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뒷모습은 압권이다. 루프(지붕)를 타고 흐르는 선은 뒷유리까지 이어지면서 세련돼 보인다. 루프와 연결된 혼다 특유의 화살코 모양의 리어램프와 블랙으로 처리된 뒤 유리는 고급스러움을 연출한다. 빵빵하게 올라선 뒤태는 섹시미가 물씬 묻어난다.

디자인에 대한 느낌은 지극히 주관적이라 할 수 있지만, 이전 모델과 비교해서는 확실히 단정하면서도 깔끔해졌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도시적인 세련미를 갖췄다. 디자인 밸런스와 균형미도 이전 모델보다 훨씬 안정적이다. 마치 깔끔하게 차려입은 댄디보이 같은 느낌이 난다. 

심플한 실내... 공간 활용성 극대화

인테리어는 훨씬 고급스러워졌다. 전반적으로 구형에 비해 실내가 넓고 쾌적해진 느낌이다. 운전석에 앉으면 전방이 확 트여 보인다. 좌우 공간이 넓고 개방감이 있어 좋다.

가죽 시트는 편안하다. 힙을 받쳐주는 느낌이 만족스럽다. 특히 허리와 등을 지탱해주는 시트의 착좌감은 장시간 운전을 해도 피로감이 없다. 시트 질감도 좋고 시트 포지션은 고급 승용차 수준이다.

스티어링 휠(운전대)은 3스포크 타입이다. 손에 꽉 잡히는 그립감도 좋다. 입체감이 돋보이는 원형 계기판은 인상적이다. 좌측에는 RPM이 우측에는 수온계가 있다. 그 가운데에는 속도계가 위치한다. 속도계 옆으로 반원 타입의 시프트 레버 위치 표시등이 있다. 3세대 모델과 확연히 달라진 모양이다.

운전석 바로 옆에 위치한 이콘모드 스위치를 누르면 이 계기판에 나타난다. 특이한 것은 운전자의 가속페달 조작에 따라 계기판의 색상이 바뀐다는 것. 녹색이 표시되면 연비가 좋은 주행이고 황색은 느린 가속, 백색은 급가속시 나타난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다. 연비절감의 효과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2열 시트를 접을 경우 좌우 폭이 140㎜ 가량 커지는 등 적재공간이 넓어졌다. 트렁크 내부 좌우 벽면에 위치한 레버만 당기면 쉽게 접을 수 있다.
 2열 시트를 접을 경우 좌우 폭이 140㎜ 가량 커지는 등 적재공간이 넓어졌다. 트렁크 내부 좌우 벽면에 위치한 레버만 당기면 쉽게 접을 수 있다.
ⓒ 혼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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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트루먼트 패널 디자인은 단순하면서 심플하다. 대시보드 상단에는 움푹 들어간 오디오 창이 있다. 5인치 컬러 모니터다. 인텔리전트 멀티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i-MID)로 불리는 이 창에는 주행정보와 오디오, 라디오 웰페이퍼, 후방카메라(4WD EX-L) 등의 정보가 나타난다. 신형 CR-V에 새롭게 적용된 시스템이다.

기어레버가 대시보드에 있는 것도 독특하다. CR-V만의 특징이다. 운전석 옆에 위치할 기어레버 자리에 컵홀더와 간단한 물건을 담을 수 있는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센터 콘솔 박스는 슬라이딩 타입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앞으로 당기면 팔걸이로 활용할 수 있다. 안에는 USB와 충전 단자 등 외부기기와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숨어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내비게이션이 없는 점이다.

신형 CR-V는 전장×전폭×전고는 4535×1820×1685mm, 휠베이스는 2620mm이다. 길이는 이전보다 30mm 짧아졌지만, 오히려 적재 공간은 늘었다.

2열 시트를 접을 경우 좌우 폭이 140mm 가량 커지는 등 적재 공간이 넓어졌다. 조작 방법은 간단하다. 트렁크 내부 좌우 벽면에 위치한 레버만 당기면 시트를 쉽게 접을 수 있다. 게다가 트렁크 바닥이 낮아 키 작은 여성들이 쉽게 짐을 실을 수 있도록 했다.

세단 승용차 수준의 승차감과 핸들링

시승차는 2.4L i–VTEC DOHC 엔진을 장착한 4WD EX-L 모델이다. 가속 페달을 살짝 밟았다. 반응이 예민하다. 차가 쭉 튀어나가는 느낌을 준다.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넘친다. 좀 과하자면 스포츠 세단에 견줄만한 수준이다.

중·저속 구간에서의 파워는 충분하다. 낮은 토크에서 뿜어내는 힘은 디젤 차량 못지않을 정도다. 특히 시속 80~100km 내의 승차감은 편안하다. 옆에 탄 동승자도 이 같은 느낌을 전한다. 이는 부드러운 서스펜션 덕이다. 신형 CR-V는 이전 모델보다 전고는 5mm 높지만, 지상고가 25mm로 낮아졌다. 무게중심이 낮아진 만큼 승차감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 구간에서의 코너링도 무난하다. 쏠림현상이 크지 않고 공략지점을 따라 잘 돌아 나온다. 차체제어장치인 VSA가 민첩하게 반응한다. 신형 CR-V는 엔진과 배기량, 변속기는 3세대와 동일하지만 성능은 개선됐다. 5단 변속기와 어울려 최대출력은 190마력으로 20마력 늘었고, 최대토크도 22.6kg·m로 0.2kg·m 높아졌다.

 신형 CR-V는 2.4L i?VTEC DOHC 엔진을 얹었다. 5단 변속기와 어울려 최대출력은 190마력,최대토크도 22.6kg·m를 나타낸다.
 신형 CR-V는 2.4L i?VTEC DOHC 엔진을 얹었다. 5단 변속기와 어울려 최대출력은 190마력,최대토크도 22.6kg·m를 나타낸다.
ⓒ 정영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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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면이 불규칙한 곳이나 턱이 높은 도로를 지날 때도 튕기는 느낌이 없이 안정감 있게 가볍게 스쳐 나간다. 브레이크 성능도 만족스럽다. 가속 후 급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밀려 나가지 않고 부드럽게 정차한다.

풀 스로틀을 해봤다. 시속 140km까지는 무난하게 치고 나간다. 확 트인 고속도로에서의 직진 안전성은 만족스럽다. 순간 가속력은 SUV 차량치고는 수준급이다. 하지만 속도를 150km/h까지 올리면 탄력이 떨어진다. 도심형 SUV의 특성이 반영된 듯하다. 풍절음과 소음이 생각보다 심하다. 단, 120km/h 이하의 달리기 구간에서는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

CR-V는 운전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시스템이 대거 들어있다. 핸들에 장착된 패들시프트와 크루즈컨트롤 등을 적용해 운전 중 재미를 더했다. 좀 더 거칠고 파워 있는 주행을 원한다면 수동변속 기능의 시퀸셜 모드(S)를 이용하면 된다.

또한 연비절감 시스템인 이콘(ECON)모드를 적용할 경우 연비를 더 높일 수 있다. 혼다측에 따르면 공인연비는 리터당 2WD 모델이 11.9km, 4WD 모델이 11.3km다. 3세대 모델(10.4km·10.0km)보다 높아졌다. 국내 기준 연비등급도 4등급에서 3등급으로 올랐다. 특히 시내주행의 경우 3세대 모델보다 4.8%, 고속주행의 경우 11.1% 좋아졌다는 것.

정우영 혼다코리아 사장은 신차발표회에서 "신형 CR-V의 연간 판매목표를 2천 대 정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승 후 느낀 점은 다소 보수적인 목표라 생각됐다. 중형 세단 수준의 승차감과 뛰어난 핸들링, 그리고 첨단편의사양으로 무장한 신형 CR-V는 분명 이전 모델과 달라서다.

매번 시승차를 반납할 때만 되면 여운이 남는다. 좀 더 타봤으면 하는 아쉬움이 많다. 혼다 CR-V도 이런 생각이 드는 시승차 중의 하나다.

 CR-V 인스트루먼트클러스터. 주행속도에 따라 계기판의 색깔이 바뀐다.
 CR-V 인스트루먼트클러스터. 주행속도에 따라 계기판의 색깔이 바뀐다.
ⓒ 정영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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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창의 아우토반
신형 CR-V는 이전 모델에 비해 전반적으로 완성도가 높아졌다. 세단 승용차 수준의 승차감과 공간 활용성 면에서는 진화된 것이 눈에 띤다. 기존의 파워트레인을 유지하면서 출력과 연비를 높인 점도 돋보인다.

게다가 상품성이 한층 개선됐는데도 3세대 모델보다 낮은 가격이 매력 포인트다. 신형 CR-V 가격은 2WD LX 3천270만 원, 4WD EX 3천470만 원, 4WD EX-L 3천670만 원으로 20~120만 원 가량 싸졌다. 이 정도면 동급의 국산 SUV 모델과의 경쟁도 충분히 가능하다.

아울러 레인센서, 오토라이트 헤드램프, 버튼 시동 스마트키 시스템, 패들시프트, 후방카메라 등 첨단 편의사양을 적용한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만족스럽지는 않다. 문제는 여전히 귀에 거슬리는 소음이다. 방음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했다지만 아직도 부족하다. 매립형 내비게이션이 없는 것도 옥에 티다. 웬만한 경쟁 모델에게는 기본 사양이 된지 오래다.

또 패들 시프트와 후방카메라 기능을 갖춘 5인치 디스플레이(i-MID)가 4WD(사륜구동) 모델에만 장착한 것도 아쉽다. 2WD(이륜구동)에도 적용하면 어떨까 싶다.

* 정영창 기자는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닝> 편집국장입니다. 이 기사는 오토모닝에도 동시에 게재됩니다.

덧붙이는 글 | 정영창 기자는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닝> 편집국장입니다. 이 기사는 오토모닝에도 동시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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