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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선 철도는 경상북도 영주와 강원도 강릉을 연결하는 산악철도로서, 서울(청량리역)에서 강릉을 갈 때 타게 되는 철도이다. 많은 사람들이 정동진의 일출을 보러 영동선 열차에 오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오는 6월 27일 영동선 철도에서 중요한 변화가 일어난다. 바로 스위치백(Switch-back)이란 시설이 없어지고 대신 루프식 터널(Loop Tunnel)이 개통되는 것이다.

스위치백이 사라진다

 스위치백 구간 개념도
 스위치백 구간 개념도
ⓒ 한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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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백이란 열차가 급경사를 오를 때 쓰는 방법의 하나로서, 하나의 급경사를 여러 개의 작은 경사로 나누어 놓은 것이다. 스위치백에서 열차는 마치 톱질을 하듯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며 산을 오르게 된다. 현재 영동선에는 심포리~흥전~나한정~도계 구간에 스위치백이 설치되어 있다. 강릉으로 가는 열차를 탔던 승객들은 통리재 근처에서 열차가 잠시 후진을 하는 것을 경험해본 적이 있을 텐데, 바로 스위치백을 지났기 때문이다.

영동선 스위치백 구간은 통리~심포리~흥전~나한정~도계의 5개 역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해발 680m의 통리역에서 해발 245m의 도계역으로 급하게 내려가는 형태로 되어 있다.이 중에 흥전~나한정 구간이 후진운전 구간이다. 한편 통리~심포리 구간에는 1963년까지 케이블로 화차를 끌어올리는 강삭철도(인클라인)가 설치되어 있었으나, 산을 U자형으로 타고 내려오는 '산골터널' 완성후 지금은 평범한 산악철도가 되었다.

 해발 680m라는 높은 곳에 있는 영동선 통리역
 해발 680m라는 높은 곳에 있는 영동선 통리역
ⓒ 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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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백은 저렴한 비용으로 빠르게 설치가 가능하지만 단점도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스위치백에서 전후진을 할 때마다 열차를 세워야 하므로 시간이 낭비된다는 것이다. 특히 후진을 하는 구간에서는 안전을 위해 속도도 제대로 낼 수 없다.

이 때문에 철도당국에서는 이 구간에 루프식 터널을 새로 만들고 열차를 이쪽으로 대신 달리게 할 계획을 추진해 왔다. 루프식 터널이란 하나의 큰 경사를 둥글게 돌면서 완만하게 올라가는 방식으로서, 뱀이 똬리를 튼 모습과 비슷하다고 하여 '똬리굴'이라고도 불린다. 똬리굴에서는 열차가 정지할 필요도 없고 경사도 완만하여 속도를 내기 좋다.

그리고 앞으로 한 달 후인 6월 27일에는 동백산~도계 사이에 똬리굴인 '솔안터널(16.2km)'이 개통되고, 스위치백에는 더 이상 열차가 다니지 않게 된다. 1940년 개통된 이래 70여 년간 운영되어온 스위치백 최후의 날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스위치백과 솔안터널(똬리굴) 개념도
 스위치백과 솔안터널(똬리굴) 개념도
ⓒ 국토해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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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스위치백 대신 똬리굴로 열차가 다니게 되면 승객들에게는 큰 혜택이 있다. 현재 통리역에서 도계역을 가는 데는 스위치백을 이용하여 약 30분이 걸리지만, 똬리굴을 이용하면 12분이 단축된다고 한다. 열차운영자인 코레일 입장에서도 스위치백 구간에 여러 역을 운영할 필요가 없어져 간편해진다.

하지만 강원도로 가는 관광객들에게 이색체험을 하게 해주며 학생들에게는 교육의 장소까지 되었던 스위치백이 없어진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기도 하다. 실제로 스위치백 폐지 1달을 앞둔 지금, 전국에서 스위치백을 타보기 위해 몰려오는 사람들로 인해 이 구간에는 평소보다 승객이 늘었다는 후문이다. 스위치백의 관광자원 가능성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정선 사북에서 하이원리조트를 운영하는 ㈜강원랜드에서는 삼척시와 손을 잡고, 이곳에 스위치백을 테마로 한 '하이원 스위치백 리조트'를 2015년까지 건설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http://www.high1sbr.com) 하이원 스위치백 리조트에서는 캠핑장과 숙박시설은 물론이고 스위치백 시설을 활용한 철도박물관, 카페역사, 레일바이크 등을 설치하여 이곳을 4계절 관광지로 개발하고 지역 명소로 만든다는 복안이다.

사라지는 철도유물을 위한 세가지 제안

 하이원 스위치백 리조트의 다양한 사업 구상
 하이원 스위치백 리조트의 다양한 사업 구상
ⓒ 하이원스위치백리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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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스위치백 폐지 1달을 앞 둔 지금, 관광자원으로서의 이곳의 가치를 유지하고 사라져간 우리나라의 철도유물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도록 해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필자는 아래 세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첫째는 스위치백 폐지 전까지 심포리역과 나한정역에 열차를 임시 정차시키는 것이다. 스위치백을 구성하는 5개의 역인 통리~심포리~흥전~나한정~도계 중에서 통리와 도계를 제외한 중간 역들에는 현재 열차가 전혀 정차하지 않는다. 특히 스위치백 운전 때문에 흥전역과 나한정역에는 열차가 반드시 정지를 함에도 불구하고 승객을 취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 역이 처음부터 승객 취급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심포리역과 나한정역에는 열차가 간간히 정차했었다. 하지만 지속적인 수요 감소 때문에 통과역이 되어 버린 것이다. 결국 스위치백 폐지를 앞두고 스위치백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지금, 오히려 열차로는 스위치백 역에 갈 수 없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코레일 나한정역. 역내에 승강장이 있고, 한때 승객을 취급했었다
 코레일 나한정역. 역내에 승강장이 있고, 한때 승객을 취급했었다
ⓒ 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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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필자는 스위치백에 관심을 갖고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스위치백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운행이 중단되는 마지막 날까지 만이라도 중간 역들에 임시 정차를 해주었으면 한다. 가급적이면 모든 중간 역에 세워준다면 좋겠지만 여건이 어렵다면 나한정역만이라도 좋다. 나한정역은 다른 중간 역들과 달리 승강장이 설치되어 있고 스위치백 운전 때문에 어차피 항상 정차해야 하는 역이기 때문이다.

스위치백은 열차에 타면서 느끼는 것과 역에서 느끼는 것이 사뭇 다르다. 모든 열차가 어렵다면 주말이나 일부 열차에 한해서 만이라도 중간 역에 임시정차를 해준다면 스위치백을 체험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왼쪽이 후진으로 흥전역으로 올라가는 선로. 나한정역에서 확실히 볼 수 있다
 왼쪽이 후진으로 흥전역으로 올라가는 선로. 나한정역에서 확실히 볼 수 있다
ⓒ 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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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로 스위치백 역들 간의 셔틀버스를 운행시켜주면 좋겠다. 통리역에서 도계역은 38번 국도로 이어져 있으며 중간역인 심포리, 흥전, 나한정역을 둘러보기 위해서는 이 국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곳은 시골마을이라 버스가 변변히 없고, 38번 국도는 경사가 급하고 곡선이 많으며 인도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도보 여행이 쉽지 않다. 따라서 통리역과 도계역을 왕복하며 중간에 심포리역, 흥전역, 나한정역을 들르는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된다면 보다 손쉽게 이곳을 둘러볼 수 있을 것이다.

수요가 적다면 봉고차 크기도 관계없으며, 주말에만 운행해도 좋다. 스위치백 폐지를 앞두고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이 통리역이나 도계역에서 셔틀버스를 이용하여 스위치백 각 역을 둘러볼 수 있다면 스위치백을 홍보하고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흥전역은 접근이 쉽지 않다. 심포리역도 마찬가지다
 흥전역은 접근이 쉽지 않다. 심포리역도 마찬가지다
ⓒ 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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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스위치백 폐지 마지막 날 간단한 환송 행사가 열렸으면 한다. 스위치백은 70여년 동안 산업철도로서 자기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 온 우리의 소중한 철도유물이다. 또한 이곳을 거쳐 간 철도원들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안전운행과 물류수송을 위해 헌신해온 산업 역군들이다. 스위치백의 마지막 날 이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조촐한 기념식을 여는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다. 이제 앞으로 새롭게 자기 역할을 하게 될 솔안터널 및 스위치백 리조트와의 임무교대식이라는 의미도 부여할 수 있다.

이미 우리는 지난 2010년 12월 20일 경춘선 단선철도의 마지막 날, 서울에서 춘천으로 가는 경춘선 마지막 기차가 종착역에 도착한 후 없어지는 열차에 대한 아쉬움과 새로 운행되는 전철에 대한 기대로 야심한 시각 남춘천역이 축제처럼 들썩인 것을 목도한 바가 있다.

이렇듯 옛것이 은퇴하고 새것이 들어오는 날은 그곳에 모인 사람들이 기념을 할 만한 행사가 비록 작더라도 응당 필요한 법이다. 기념을 해야 할 시점에 제대로 기념을 하지 못하고 넘어가면 앞으로 새롭게 나아가는데 걸림돌이 된다. 오랜 역사를 마치는 스위치백의 마지막 날이, 스위치백을 아꼈던 모든 사람들이 아쉬움과 기대를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감의 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위치백의 산 밑 출발점인 도계역. 앞으로는 똬리굴을 타고 산을 오르게 된다
 스위치백의 산 밑 출발점인 도계역. 앞으로는 똬리굴을 타고 산을 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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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선과 스위치백을 운영하는 코레일(한국철도공사)에서는 지난 2월 정창영 사장 취임이후 철도문화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매달 철도이용 활성화를 위한 레일데이(RailDay) 이벤트를 열고 있으며, 오는 7월에는 옛 서울역에서 철도모형경진대회 등이 함께 진행되는 철도문화체험전도 개최할 예정이다.

그런 점에서 이색 철도시설이자, 산업화 시대 철도의 유물, 외국 철도동호인들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스위치백은 우리나라 철도문화의 중요한 아이템이다. 결국 폐지 1달여를 앞두고 스위치백에 대한 관심을 철도에 대한 관심으로 승화시키고, 솔안터널 개통을 통한 철도경쟁력 강화, 리조트 건설을 통한 철도문화 보존과 지역경제발전을 이끌어내는 것은 철도공기업인 코레일의 의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필자 제안한 내용들이 참고사항이 되어, 스위치백에 대한 마지막 관심과 경험을 이끌어내는데 기여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한우진은 교통평론가, 미래철도DB(frdb.wo.to) 운영자, 코레일 명예기자입니다.



#스위치백#영동선#철도#코레일#국토해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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