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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 국기가 휘날리는 의회 전경
 그리스 국기가 휘날리는 의회 전경
ⓒ Rachel Knickme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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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유럽을 넘어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그리스 2차 총선이 불과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스는 17일 치러질 2차 총선에서 지난 1차 총선 때 1, 2위를 차지했던 우파 성향의 전 여당 신민당과 급진좌파연합 시리자가 맞붙는다. 재정 위기에 빠진 국가와 유로존의 운명을 건 총선을 앞두고 그리스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신민당과 시리자가 여론조사 결과 1% 이내의 치열한 접전을 벌이면서 누구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지만, 최근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시리자가 근소한 차이로 제1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단독 과반은 힘들 것으로 보여 연립정부 구성이 불가피하다. 만약 이번에도 정부 구성에 실패할 경우 3차 총선을 치르게 되지만 이는 사실상 국가 부도를 의미하기 때문에 모두가 원하지 않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때문에 그리스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은행 예금이 하루에 1조 원씩 빠져나가는 '뱅크 런'과 일부 시민이 식료품과 의약품을 사재기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부동층 잡기' 총력... 느슨해진 공약

극과 극의 성향을 보이고 있는 신민당과 시리자지만 총선을 앞두고 부동층을 조금이라도 더 껴안기 위해 서로의 공약을 닮아가는 흥미로운 양상을 띠고 있다.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 등과 약속한 구제금융 조건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던 신민당은 유로존 잔류는 당연하지만 구제금융 조건은 재협상할 수 있다는 쪽으로 한 발 물러섰다.

반면, 구제금융 조건을 모두 파기하고 전면 재협상에 돌입하겠다며 유로존 탈퇴도 불사할 것처럼 보였던 시리자도 유로존에는 계속 남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친 유럽 성향의 신민당은 독일, 프랑스 등 유로존을 이끄는 다른 국가들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은 수준에서 구제금융 조건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리자는 벌써 이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신민당을 이끄는 안토니스 사마라스 당수는 안정감을 강조하며 국정 경험이 없음에도 과격한 개혁정책을 주장하는 시리자에 국가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는 주장이다. 

37세 당수가 이끄는 시리자의 돌풍

긴축정책을 완화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공약으로 20~30대 젊은 유권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시리자는 구제금융을 받지 않거나, 조건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며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최근 스페인이 별다른 조건 없이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그리스가 강한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것도 시리자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히지만 37세의 당수 알렉시스 치프라스가 이끄는 시리자의 공약은 현실과 괴리감이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리자의 집권에 대한 우려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25살의 젊은 유권자 아포스톨로스 미스롤레오스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시리자에 표를 주기가 걱정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기존 정당은 어떠한 성과도 보여주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리스를 국가부도의 위기에 빠뜨리고 부정부패 만을 남긴 기존 정치권에 대한 깊은 실망이 군소 정당이었던 시리자가 유력한 제1당 후보로 떠오른 발판이 되고 있다는 평이다.

독일, 총선 앞둔 그리스 '압박'

이처럼 그리스 총선이 유로존의 운명을 뒤흔들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 되자 주변국도 끼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특히 유로존을 지키기 위해 출혈을 감수하고 있는 독일은 노심초사하며 총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가 위기를 탈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위기 극복을 위해) 고통을 감수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쇼이블레 장관은 "총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현실 상황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라며 "최저임금을 줄이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그리스의 긴축정책이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시리자의 당수 치프라스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이 투표를 앞둔 유권자를 겁주고 있다"고 선거 개입을 비판했다. 전 세계가 지켜보는 총선. 그리스 국민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그리스 총선#유로존#구제금융#유럽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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