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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의 작가전' 전시장 입구에 보이는 영문제목 'Korea Artist Prize 2012' 임민욱 작가(오른쪽)
 '올해의 작가전' 전시장 입구에 보이는 영문제목 'Korea Artist Prize 2012' 임민욱 작가(오른쪽)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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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관장 정형민)은 21세기적 비전을 제시하고 한국현대미술을 세계적 수준으로 올릴 작가를 뽑는 '올해의 작가상(Korea Artist Prize 2012)' 전이 11월 11일까지 열린다. 이번에 최종예비후보로 임민욱, 문경원-전준호(공동작업), 이수경, 김홍석이 선발되어 그들의 신작을 선보인다.

작가를 뽑기 위해 운영위원회(아래)가 열렸고 여기서 추천위원을 구성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후 먼저 8명 작가를 뽑고 그 중에서 또 3명 작가, 1팀을 선발했다. 이들은 각각 이번 전시를 후원한 SBS문화재단으로부터 3천만 원도 지원받았다. 10월 말에 국내외 심사위원(아래)에 의해 최종작가가 발표된다.

임민욱_미디어로 현실을 어떻게 볼 것인가

 임민욱 I '손의 무게(The Weight of Hands)' 이미지의 한계와 감각의 영역을 온도로 전환시켜 열 감지 카메라로 찍은 로드무비 형식 14분 싱글채널 비디오작품. 이를 설명하는 임민욱 작가(오른쪽)
 임민욱 I '손의 무게(The Weight of Hands)' 이미지의 한계와 감각의 영역을 온도로 전환시켜 열 감지 카메라로 찍은 로드무비 형식 14분 싱글채널 비디오작품. 이를 설명하는 임민욱 작가(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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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욱 작가는 붓 대신 빠른 빛과 하이테크를 활용하는 영상설치미술가가다. 전시장에 들어가면 뉴스데스크를 본 떠 가상방송실을 보여줘 관객이 뉴스가 어떻게 생산되고 편집되고 재생되는지 머리로 그려보게 한다.

미디어 학자 맥루언은 "미디어는 마사지다"라고 했지만 미디어가 권력이 되면 사실보도가 권력가의 입김에 의해 좌우되거나 마사지되는데 작가는 관객이 그런 것도 간접경험해 보라는 듯 전시장 중앙에 앵커석을 설치해 놓았다.

위 작품은 적외선 열 감지카메라를 활용한 것으로 차가운 미디어도 생명체처럼 따뜻한 촉감을 가진 매체임을 보여준다. 그런 상상력은 냉혹한 냉전 속에서도 59년간 한반도가 흘린 눈물로 핵무기에도 구멍을 내 결국 뜨거운 하나의 열대코리아를 이룰 거라는 염원에서 나왔으리라.

 임민욱 I '절반의 가능성(The Possibility of Half)' From still cut 2012. 북한주민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죽었을 때 통곡하는 모습
 임민욱 I '절반의 가능성(The Possibility of Half)' From still cut 2012. 북한주민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죽었을 때 통곡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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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욱 작가의 이번 신작은 남북에서 공통으로 일어난 사건을 다뤄 그 발상이 기발하다. 남한의 박정희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죽었을 때 남북주민이 똑같이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미디어가 낳은 이념의 허구성을 드러낸다.

그리고 전시장 주변에 지구환경의 위기감을 암시하는 오브제와 부표도 같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건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할 어떤 출구가 있다는 메시지인가. 제목이 '절반의 가능성'인 것은 그래도 거기에서 작은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문경원+전준호_예술의 사회적 역할이 뭔지 묻다

 작품에 대해 번갈아가며 설명하는 두 작가 문경원(오른쪽)과 전준호(왼쪽). 뒤 작품은 시대의 의미와 인간역사의 비밀을 간직된 박물관을 형상화한 것으로 항상 공사 중인 것은 예술은 항상 변화하고 진화하는 것임을 일깨워준다
 작품에 대해 번갈아가며 설명하는 두 작가 문경원(오른쪽)과 전준호(왼쪽). 뒤 작품은 시대의 의미와 인간역사의 비밀을 간직된 박물관을 형상화한 것으로 항상 공사 중인 것은 예술은 항상 변화하고 진화하는 것임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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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원 작가와 전준호 작가는 2007년 타이베이비엔날레에 같이 참석하고 오다 비행기에서 우연히 동석하게 된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두 작가가 예술의 사회적 역할 등 같은 고민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둘은 의기투합하게 된다.

이번 제목이 '공동의 진술(Voice of Metanoia)'인 것은 역시 공동작업이기 때문이리라. 예술이 인간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그 지평을 넓힌다는 점에서 동의하고 있다.

이번 신작에서도 인류가 태고적부터 추구해 온 예술에 대한 갈구와 열정, 그 본질과 의미를 묻으며 사고의 폭과 시각을 확장시키려는 모색을 엿볼 수 있다. 울퉁불퉁한 거울이 움직이는 것이나 쿠르베 그림에서 인물을 빼버린 패러디작품 옆에 사다리를 둬 위에서도 보라고 한 건 기존의 통념을 넘어 새로운 관점을 가져보라는 제스처다.

 문경원+전준호 I '유토피아에서 온 소식(News from Nowhere)' 프로젝트 '세상의 저편(El Fin del Mundo, The end of the world 2012)' 등 영상작품이 소개된다
 문경원+전준호 I '유토피아에서 온 소식(News from Nowhere)' 프로젝트 '세상의 저편(El Fin del Mundo, The end of the world 2012)' 등 영상작품이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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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올 6월 독일 '카셀 도쿠멘타'에서 소개되고 2012년 광주비엔날레 '눈상'을 수상한 '세상의 저편'도 포함된다. 이 작품은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 1834-1896)가 말한 "예술이란 자유롭고 행복한 사람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것"이라는 말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작업을 완성하는 데 2년 6개월이나 걸렸다.

'세상의 저편'은 영화배우 이정재, 임수정이 출연료 없이 연기한 작품으로 급격한 기후환경 속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자에 대한 15분짜리 예술영화다. 이 작품이 나오기까지 네덜란드의 건축가 MVRDV, 패션디자이너 정구호, 과학자 정재승, 영화감독 이창동, 시인 고은, 생물학자 최재천, 작곡가 이치야나기 등과도 대화와 토론이 있었다.

이수경_고전에서 현대미술을 어떻게 끌어낼지 묻다

 이수경 I '쌍둥이 성좌(Constellation Gemini)' 설치작품 2012
 이수경 I '쌍둥이 성좌(Constellation Gemini)' 설치작품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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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중앙에 12각형의 좌대위에는 1000점으로 만든 이 작품은 이수경 작가가 2001년 이탈리아 알비솔라 도자기비엔날레 참석을 계기로 시작한 '번역된 도자기'의 연장선에 있다. 이전 것이 하나로 모아지는 긴장의 미를 연출했다면 이번 것은 사방팔방으로 흩어지는 이완의 미를 뽑낸다. 관객은 그 스펙터클한 규모에 압도당한다.

사실 이 작품은 도자기예술이 아니라 도자기로 그린 회화나 설치로 보는 게 옳다. 깨진 도자기를 모성의 품으로 안아 구현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금(crack)'이 간 도자기를 '금(gold)'으로 꿰맨다는 콘셉트'는 독창적이다.

여기에서 한 가지 더 의미를 부여한다면 먼지로 시작하는 도자기를 작가가 현대적 조형언어로 새롭게 변형시켰다는 점이다. 이는 "한 톨의 먼지 속에 시방세계 즉 우주만물이 다 들어 있다"는 <화엄경>의 세계와도 통한다. 천(千) 개의 도자기 파편이 천(天) 즉 웅장한 우주로 환생된 셈이다.

 이수경 I '불꽃변주(Flame Variation)' 실크에 채색 2012. 대칭그림
 이수경 I '불꽃변주(Flame Variation)' 실크에 채색 2012. 대칭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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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작가는 고전에서 어떻게 현대미술을 찾을 수 있을지 물어왔는데 이번엔 우리 전통예술의 근간이 되는 '좌우대칭미'를 발견하고 이에 매료된다. 그의 작업에 이를 도입하여 재해석한다. 위에서 보는 족자뿐만 아니라 교방춤 등에서도 이런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이를 가시화한다.

김홍석_작품이 작품이게 하는 것이 뭔지 묻다

 김홍석 I '사람 객관적-나쁜 해석(People Objective-Wrong Interpretations)' 미스터 킴(Mr Kim) 합성수지 조각 2012. 원작자와 해설자와 감상자의 입장을 다양하게 수용한 전시다
 김홍석 I '사람 객관적-나쁜 해석(People Objective-Wrong Interpretations)' 미스터 킴(Mr Kim) 합성수지 조각 2012. 원작자와 해설자와 감상자의 입장을 다양하게 수용한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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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김홍석 작가는 작품을 보자. 그는 설치, 퍼포먼스, 조각, 영상 등으로 작업을 해온 개념미술가다. 위 제목처럼 객관적 해석이 나쁜 해석이 될 수 있음을 내비치면서 기존의 선입견에서 벗어나 작가의 의도와 다른 도슨트(해설사)의 설명이나 관객의 반응을 더 중시한다.

심상용 미술평론가는 당연한 질문이 거세된 한국사회에서 '맞불 놓기로서의 비평'이 요구된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도 그런 맥락에서 미술 감상의 본질을 묻는 것 같다. 그러면서 그는 권위 있는 미술관이나 작가나 전문가의 명성에 휘둘려 맹목적으로 작품을 평가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기자들과 즉석에서 일문일답을 하는 김홍석 작가
 기자들과 즉석에서 일문일답을 하는 김홍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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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석 작가는 기존의 방식과 좀 다르게 생각하는 여지를 있어야 하고 미술 감상에서 이슈를 제기하고 대화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텍스트를 만들어낸다.

그는 거의 같은 작품을 세 방에 전시하여 관객을 당황하게 한다. 우리사회의 노동과 자본의 관계, 돈의 가치와 삶의 태도, 일상과 예술의 다른 점을 주제로 '노동의 방', '태도의 방', '은유의 방'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노동의 방'에 들어가면 중2학생이 빗자루로 그리고 청소용역아줌마가 걸레로 그린 추상화가 걸려있는데 그럴듯해 보인다. 관객은 이 작품이 김 작가의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이런 엉뚱한 전시방식으로 그는 국제비엔날레로부터 여러 번 초대받는다.

 김홍석 작가의 아카이브작품. 문경원+전준호 작가의 영상작품. 이수경 작가의 설치작품. 임민욱 작가의 미디어작품(시계방향)
 김홍석 작가의 아카이브작품. 문경원+전준호 작가의 영상작품. 이수경 작가의 설치작품. 임민욱 작가의 미디어작품(시계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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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으로 말해 한국미술의 현주소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이번 '올해의 작가전'은 그 위상을 세계적으로 높이는 축제라 할 수 있다. 미디어의 정체성에서 예술의 사회적 역할, 고전에서 현대성 찾기, 관객중심의 전시까지 미술전반에 대해 큰 물음을 던졌다. 최종수상자가 누구든 이번 전시는 한국미술이 도약하는 큰 발판이 되리라.

작가소개 및 '올해의 작가상' 운영위원 & 심사위원

[임민욱(1968-)] 1994년 파리 국립고등조형예술학교 졸업 1985년 이화여대 서양학과 재학 중 도불 개인전 : 2012년 워커아트센터 2011년 PKM 갤러리, '공용액체(Liquide Commune)'전 단체전 : LA(LACMA)미술관, 휴스턴 미술관 'Your Bright Future' 제10회 이스탄불 비엔날레 2012년 파리 라 트리엔날레 수상 : 2007년 제7회 에르메스미술상

[문경원+전준호(1969-)] [문경원] 2006년 연세대학원 영상대학원 영상학박사 1998년 미국 칼아츠(CalArts) 대학원 졸업 1993년 이화여대 및 동 대학원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 : 2010년 갤러리현대 '그린하우스'전 2007년 성곡 미술관 '사물화 된 풍경'전. [전준호] 1997년 미국 버몬트 스튜디오 펠로우십 영국 첼시 미술대학교 대학원 졸업 1992년 동의대학교 미술대학 졸업 개인전 : 2009년 스카이 더 배스하우스 도쿄 2008년 아라리오 갤러리 '하이퍼 리얼리즘'전 천안

[이수경(1963-)] 1989년 서울대학교 동대학원 서양화과 석사 1987년 서울대학교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 : 2012년 베를린 퍼포먼스 페스티벌 참가 2008년 마이클 슐츠 갤러리 'Broken Whole'전 베를린 몽인아트센터 '파라다이스 호르몬'전 단체전 : 2008년 리버풀 비엔날레 2006년 광주 비엔날레

[김홍석(1964-)] 1996년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 졸업 1987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 개인전 : 2011년 아트선재센터 '평범한 이방인'전 2008년 국제갤러리 'In through the outdoor'전 단체전: 2006년 베니스 비엔날레 2007년 이스탄불 비엔날레 2009년 리옹 비엔날레

[운영위원] 김홍희(서울시립미술관 관장), 박만우(백남준아트센터 관장), 오광수(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강태희(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윤명로(원로작가, 전서울대미대 학장)

[심사위원] 정형민(국립현대미술관 관장), 김복기(아트인컬처 미술월간지 발행인), 정도련(뉴욕현대미술관[MoMA] 큐레이터), Hans Ulrich Obrist(Serpentine Gallery Director), Yilmaz Dziewior(Kunsthaus Bragenz Director)


덧붙이는 글 | 디지털도록은 I-PAD 앱스토어에서 '국립현대미술관' 혹은 'NMoCA' 검색 후 어플리케이션다운
성인 5,000원(중고생 이하 무료) 전시해설시간: 화-금 14:00,16:00, 주말 13:00,15:00,17:00
더 많은 정보는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 참조 http://www.moca.go.kr



#올해의 작가상#임민욱#문경원+전준호#이수경#김홍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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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중 현대미술을 대중과 다양하게 접촉시키려는 매치메이커. 현대미술과 관련된 전시나 뉴스 취재. 최근에는 백남준 작품세계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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