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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특사로 석방된 용산철거민참사 구속자 이충연씨가 부인 정영신씨와 함께 1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에서 철거민 희생자 5명의 묘소를 참배하던 중, 아버지 이상림씨의 묘소를 침통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 석방 후 아버지 묘소 찾은 용산철거민 이충연 대통령 특사로 석방된 용산철거민참사 구속자 이충연씨가 부인 정영신씨와 함께 1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에서 철거민 희생자 5명의 묘소를 참배하던 중, 아버지 이상림씨의 묘소를 침통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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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당시 구속된 이충연 용산4구역 철거민대책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 임기 말 특별사면으로 지난 1월 31일 출소해 4년여 만에 가족의 품에 안겼다. '용산참사'는 2009년 1월 20일 용산4구역 재개발 철거 현장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출소 다음 날인 1일 이 위원장은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에 출연해 그동안의 소회를 털어놨다. 용산참사 당시 함께 구속된 철거민 김재호(57)씨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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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원장은 부모님이 27년 정도 운영한 음식점을 개조해 호프 가게 영업을 해오던 평범한 '사장님'이었다. 용산참사 당시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동 건물 망루에 올라 철거에 저항하다 구속돼 옥살이를 하게 됐다. 김씨 역시 용산에서 25년간 금은방을 운영하다가 용산참사 농성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3년 9개월 동안 옥살이를 하고 지난해 10월 가석방됐다.

4년여의 수감생활과 관련해 이 위원장은 "신문과 책을 읽으며 용산참사의 원인인 도시개발 문제를 두고 공부했다"며 "그밖에 노동자·농민·빈민 문제도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고 말했다.

김씨는 "교도소에 있는 동안 딸에게 만화로 편지를 보내는 일에 집중했다"며 "제가 구속된 이후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딸을 즐겁게 해주고자 했다"고 전했다. 그는 교도소에서 딸에게 보낸 만화편지를 엮어 책 <꽃피는 용산,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출간하기도 했다. 이 책에는 김씨가 가석방 때까지 보낸 편지 400여 통이 담겼다.

'도심 테러리스트' 비판에... "우리가 원한 건 장사하게 해달라는 것뿐"

2009년 ‘용산참사’ 당시 점거농성을 벌이다 수감됐던 철거민 김재호씨(57)는 만기 3개월을 앞두고 지난해 10월 가석방됐다. 용산참사가 일어나기 전까지 김씨는 용산 4구역에서 25년 동안 금은방을 운영했다.
 2009년 ‘용산참사’ 당시 점거농성을 벌이다 수감됐던 철거민 김재호씨(57)는 만기 3개월을 앞두고 지난해 10월 가석방됐다. 용산참사가 일어나기 전까지 김씨는 용산 4구역에서 25년 동안 금은방을 운영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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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안에서 분주한 시간을 보낸 두 사람은 출소 후에도 용산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바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재판 과정에서 많은 진실이 드러났는데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사건 당시 공권력을 통한 진압에 대해서도 경찰 수뇌부가 잘못이라 인정했다"고 하소연했다.

이 위원장은 또 "경찰은 '사고 원인인 화재는 철거민들의 화염병 때문'이라고 주장했는데, 당시 현장에 있었던 경찰 대부분은 화염병이 없었다고 이야기했다"며 "불이 밖에서부터 시작되는 동영상도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러한 내용들과 관련해 정부와 국회가 나서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들은 용산참사의 원인이 세입자가 소외되는 도시 재개발 정책 때문이라며 무분별한 철거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정청래 민주통합당 의원이 발의한 '강제퇴거금지법' 제정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산참사 때 철거민들의 저항이 지나치게 강경했다는 비판과 관련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당시 일부 보수 언론에서는 망루에 오른 철거민들을 '도심 테러리스트'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용산참사 전부터 약 1년 동안 경비용역업체 직원들에게 맞으며 시달렸고 지방자치단체에 대화를 요청해도 들어주지 않았다"며 "저희의 방법이 무조건 옳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이런 상황이 저희를 극단으로 밀어 올렸다는 현실을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한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이충연 용산4구역 철거대책위원장과 용산4구역 철거민 김재호씨가 1일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에 출연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충연 용산4구역 철거대책위원장과 용산4구역 철거민 김재호씨가 1일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에 출연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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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도 "우리가 요구한 건 용산에서 계속 장사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뿐이었는데, 철거민의 농성이 강경하다는 비판에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도 철거민이 되기 전에는 강경한 농성이 문제라고 생각했었는데, 직접 당해보니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해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위원장은 <이털남>에 출연하기 경기 마석 모란공원에 들러 용산참사 희생자 묘역을 참배했다. 그는 용산참사 당시 망루에 올랐다가 목숨을 잃은 아버지 이상림씨의 묘소에도 들렸다.

이 위원장은 "아직 용산참사와 관련해 제대로 밝혀진 게 없고, 아버지가 원했던 염원도 이뤄지지 않아 죄송한 마음에 무덤 앞에서 눈물을 많이 흘렸다"며 "용산참사 진상규명으로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해드릴 때까지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전했다.


태그:#용산참사, #이충연, #김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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