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떠날 때가 되었습니다. 안나푸르나 라운딩이 끝나고 포카라에서 닷새를 머물렀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같은 장소에 닷새를 머문다는 것은 드문 일입니다. 그런데도 떠날려니 아쉬움이 남습니다. 포카라는 무엇을 하거나 어디를 가야한다는 부담이 없는 곳입니다. 바람이 부는 대로 물결이 흐르는 대로 저 자신을 맡겨도 마음 편안합니다. 

페와 호수를 품고 있는 포카라 모습
▲ 포카라 모습 페와 호수를 품고 있는 포카라 모습
ⓒ 신한범

관련사진보기


카트만두 가는 첫 비행기

오늘은 포카라에서 첫 비행기로 카트만두로 이동한 후, 오후 비행기로 태국 방콕으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포카라에서 카트만두까지 거리는 약 200km입니다. 버스는 7~8시간이 소요되며 항공기는 30분 내외면 카트만두에 도착합니다. 방콕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는 버스는 하루 전에 카트만두로 이동해야 합니다.

카트만두에서 방콕으로 가는 타이항공의 출발시간은 오후 2시입니다. 포카라에서 카트만두 가는 첫 비행기는 오전 7시에 출발합니다. 네팔 국내선은 소형 비행기가 운항되기에 날씨의 변화에 민감합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첫 비행기를 예약하였습니다. 

사람 애간장을 태운 포카라 공항 모습
▲ 포카라 공항 사람 애간장을 태운 포카라 공항 모습
ⓒ 신한범

관련사진보기


새벽 6시, 포카라 공항으로 이동하였습니다. 공항은 레이크사이드에서 택시로 10분 거리에 있습니다. 공항에 도착하니 아직 여명이 터지 않았습니다. 시골 역사 같은 공항에는 한 대의 비행기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활주로에 비행기가 없다는 것은 카트만두에서 출발하지 않았음을 의미합니다.

국내선 비행기는 카트만두에서 출발하여 카트만두로 회항함
▲ 텅빈 활주로 모습 국내선 비행기는 카트만두에서 출발하여 카트만두로 회항함
ⓒ 신한범

관련사진보기


출발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비행기가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포카라 공항 청사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입니다. 직원에게 문의하여도 카트만두의 날씨가 좋지 않아 비행기가 이륙하지 못했다는 말만 반복합니다. 언제 출발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답답한 마음에 공항 옥상에 올라가 보지만 비행기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10시쯤 되자 초조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적어도 12시에는 카트만두에 도착해야하는데. 어제 카트만두로 출발하지 않은 것이 후회되었습니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여 서울 여행사에 국제전화로 방콕행 항공권 변경을 요청해 보지만 불가능하다는 답변입니다. 3일 전 까지만 변경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설마가 현실로...

오늘 방콕에 도착해야 내일 미얀마로 출발할 수 있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방콕에서 미얀마, 미얀마 국내선 3회 등 여행 일정에 맞게 모든 항공권을 예약하였습니다. 오늘 방콕에 가지 못하면 국제선 2회 미얀마 국내선 3회 등 모든 예약이 물거품이 됩니다. 시간적 손실과 금전적 피해를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해집니다.

오전 11시가 지나자 비행기 소리가 들렸습니다. 공항에 있던 승객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몇 대의 비행기가 하늘에 떠 있습니다. 카트만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비행기가 이륙한 것 같습니다. 서둘러 보지만 답답한 사람은 저 뿐입니다. 모두들 한가한 모습으로 수속을 하고 탑승을 합니다. 

카트만두행 비행기 탑승
▲ 탑승 카트만두행 비행기 탑승
ⓒ 신한범

관련사진보기


포카라와 카트만두를 운항하는 비행기의 장점은 아름다운 히말라야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구름위에 떠 있는 설산 모습은 사람을 황홀하게 만듭니다. 오늘은 마음의 여유가 없어 설산 모습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이십분 쯤 지나자 카트만두 공항이 보입니다. 착륙하면서 보니 제가 타야할 타이항공이 계류장에 있습니다. 

네팔 국내선에서 볼 수 있는 모습
▲ 설산 모습 네팔 국내선에서 볼 수 있는 모습
ⓒ 신한범

관련사진보기


카트만두에 도착하니 시간이 오후 1시쯤 되었습니다. 국내선 청사를 나와 택시를 이용하였습니다. 국제선 청사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지만 제 약점을 파악한 기사는 1000루피(약 12$)을 요구합니다. 서둘러 택시를 타고 국제선 청사로 이동해서 타이항공 발권 카운터에 도착하니 직원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안내 데스크에 가서 문의하니 이미 업무가 종료되었다고 합니다.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공항에 방콕행 비행기가 있는데도 말입니다.

카트만두 공항에서
▲ 타이항공 카트만두 공항에서
ⓒ 신한범

관련사진보기


'설마'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네팔 카트만두에서 태국 방콕, 방콕에서 미얀마 양곤 두 편의 국제 항공권과 미얀마 양곤-바간-혜호-양곤 순으로 3장의 국내선 항공권이 휴지 조각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고스톱도 아닌데 '일타오피'가 되었습니다. 몇 달간의 준비와 예약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모든 것은 '자업자득'

카트만두 여행자 거리인 타멜로 이동하여 우리나라 사람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에 투숙하였습니다. 숙소를 정하고 타이항공 카트만두 지점을 찾아 갔습니다. 천재지변임을 이야기해 보지만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는 말만 되풀이합니다. 어쩔 수 없이 내일 출발하는 방콕행 티켓을 구입하였습니다.

티켓을 구입한 후, PC방에 가서 인터넷을 접속하였습니다. 태국 방콕에서 미얀마 양곤은 저가 항공사인 '에어 아시아'로 예약하였습니다. '에어 아시아'는 요금이 저렴한 반면 취소나 변경을 할 때 고액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인터넷을 통해 접속해 보지만 반응이 없습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양곤 여행사에 전화하니 미얀마 국내선은 취소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네팔 카트만두 여행자 거리 '타멜' 모습
▲ 타멜 거리 모습 네팔 카트만두 여행자 거리 '타멜' 모습
ⓒ 신한범

관련사진보기


모든 것이 자업자득인 것 같습니다. 여행은 여유를 가지고 세상을 보는 것인데 저의 조급함이 일정을 엉망으로 만들었습니다. 여행지에서는 여유를 가지고 계획을 세우고 이동을 해야 하는데 제가 편리한대로 판단하고 계획한 것이 화근이 되었습니다. 한 번 어긋나니 도미노처럼 많은 것이 허물어져 버렸습니다.

숙소를 돌아와 휴식을 취했습니다. 천정을 보고 누워 있자니 헛헛한 웃음만 나옵니다. 배낭여행을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초보자 같은 실수를 하였습니다. 얼마나 많은 수업료를 지불해야 실수를 줄일 수 있을지 저 자신도 궁금합니다.

오늘 하루는 히말라야를 걷는 것 보다 더 힘든 하루가 되었습니다.


태그:#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라운딩, #포카라, #카트만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8년 3월 자발적 백수가 됨. 남은 인생은 길 위에서 살기로 결심하였지만 실행 여부는 지켜 보아야 함.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