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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들 질의에 답변하는 김관진 장관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는 김관진 장관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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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지난 16일(한국시각) 갑자기 국방부 기자실로 내려와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핵심 내용은 "우리는 분명히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언론들에 따르면, 바로 하루 전만 해도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요격능력을 높이기 위해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을 40~150㎞에서 격추할 수 있는 '중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도입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정말 요격이 쉽지 않고 실패할 경우에는 국민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중첩해서 방어할 수 있도록 가능한 다양한 방안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고도가 400, 500km가 넘는 SM-3는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밝혔습니다. 아마도 이러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가 중국이나 러시아의 미사일까지 감시, 요격할 수 있는 만큼 우리나라가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인 MD에 편입된다는 논란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중층 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THAAD는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 대변인의 이 발언은 14일, 김관진 장관이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다층 방어를 위한 수단을 연구하고 대응할 것"이라며 "L-SAM(장거리)·M-SAM(중거리) 지대공유도무기 외에 다른 것도 검토 대상"이라고 말한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설명이었습니다.

이 사실은 즉시 외신을 타고 보도되었고 중국의 <신화통신>도 같은 날 "한국 미사일 방어 강화에 'THAAD' 검토 (S.Korea mulls over adopting THAAD to enhance missile defense)"라는 제목으로 보도하는 등 한국이 더욱 향상된 미사일 방어 체제를 구상하고 있다고 보도되었습니다.

그런데 만 하루 만에 다시 김관진 국방장관이 "(이러한) THAAD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완전히 말을 바꾸어 버린 것입니다. 이에 대해 <연합뉴스>는 "김 장관이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통해 미국 MD와 관련한 우리 정부와 군의 입장을 밝힌 것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전시작전통제 전환시기 재연기와 미국 MD 간의 '빅딜설'을 반박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아마 최근 전시작전권(아래 전작권) 연기와 관련해 한국 측이 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증강을 검토하고 있다는 발언들이 쏟아지자 일부 한국 언론들이 '전작권 연기'와 '미국 MD 참여'를 서로 맞바꾸는 '빅딜'을 한 것이 아니냐는 보도에 대해 김 장관이 반박한 것 같습니다.

헤이글 국방 "미사일 방어가 가장 중요"

한국에서는 '빅딜'이 아주 안 좋은 의미로 쓰이는지는 모르나, 사실은 전작권 연기 문제는 매우 '중요한 빅딜'이라고 이미 제임스 서먼 주한미군 사령관이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말한 바 있습니다. 그는 한국 전작권 문제를 묻는 한 기자의 질문에 "전작권 문제는 여기(한국)서는 '빅 딜(big deal)'이다"고 분명히 언급했습니다.

 미 국방부 10월 1일 자 배포 보도자료
 미 국방부 10월 1일 자 배포 보도자료
ⓒ 미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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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진 국방장관은 이어 "미국 측에서도 MD와 관련된 요청은 일절 없었다"며 "(지난 SCM 때) 헤이글 미 국방부 장관도 한국 측의 미사일방어체계(KAMD)와 미국의 MD는 다르다고 얘기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의 전작권 연기 요구가 북한의 거듭된 도발과 아직 이에 대한 자체적인 대응이 부족하다는 것을 명분으로 내걸고 있는데, "미국이 아무 요구가 없었다", "특히 미사일 방어(MD) 관련 요청은 일절 없었다"고 김 장관은 주장한 것입니다.

그런데 언론들에 따르면,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방문 시 한국에 도착하기 직전인 9월 30일(현지시각) 전용기 안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전작권 이양 문제와 관련하여 한국이 앞으로 2∼3년간 최소한 어떤 능력을 확보해야 하느냐"고 묻자 헤이글 장관은 "이미 우리가 파악하고 있고 같이 협력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분명히 '미사일 방어'이다"라고 분명히 답변했습니다.

 미 국방부 9월 30일 자 배포 보도자료
 미 국방부 9월 30일 자 배포 보도자료
ⓒ 미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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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발언한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이 한국에 도착해서는 이에 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게 김 장관의 주장입니다. 김 장관은 더 나아가 "미국 MD는 근본적으로 미국 본토 방어를 위한 것"이라며 "우리의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는 대한민국을 방어하는 것으로, 북한 미사일에 대한 요격시스템이다. 미국 MD와 목표, 범위, 성능이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 미사일 방어는 우리 땅만 방어하는 것이고 미국과 체계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늘 한·미 상호 군사 공동 대응을 목적으로 연합 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현실이라, '우리 미사일 방어체계만 가지고도 따로(?) 방어할 수 있다'는 말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지만, 과연 미국도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지 의아합니다.

서먼·로클리어 사령관 "미사일 방어 개발, 모든 지역 방어용"

그러나 미국은 이런 생각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1일 새뮤얼 로클리어 미군 태평양 사령관과 제임스 서먼 주한미군 사령관은 공동 기자회견을 연 바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서먼 사령관은 "북한의 비대칭(핵 등) 위협에 대해 한국과 연합훈련을 통해 대응하고 있으며 우선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광범위한 탄도 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이며 이는 (한)반도를 보호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 '모든 지역'을 보호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설명 : 미 국방부 10월 1일 자 배포 보도자료
 설명 : 미 국방부 10월 1일 자 배포 보도자료
ⓒ 미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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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하루 전에는 마틴 뎀프시 미국 합참의장도 "북한 미사일 능력을 고려할 때 한·미 간 합동 통합 미사일방어체계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미국의 대한반도 군사 정책을 최고로 책임지는 이들 사령관 3인과 한국 국방부 장관의 생각은 너무도 차이가 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김관진 국방장관이 긴급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입장이라고 발언한 내용과는 판이한 발언들을 미군 사령관들이 했던 것입니다.

왜 김관진 장관이 불과 하루 전의 국방부 발표를 확 뒤집으며 "고고도 요격미사일(SM-3)은 물론 THAAD도 도입을 고려나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을 바꾸었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한국일보>는 16일 자에서 "방위사업청 관계자들은 (이미) 지난 4월 제조사인 미국 록히드마틴을 방문, THAAD에 관한 브리핑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와 관련 미국 방위 산업체인 '록히드마틴'사 관계자는 18일(현지시각) 이에 관한 내용을 묻는 기자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언급할 수가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이에 기자가 "답변을 거부하는 것으로 봐도 되느냐"고 재차 질의하자 "답변 거부는 아니다"며 "우리는 고객들의 활동(activity)에 대해 일일이 확인해 줄 수 없는 점을 양해 바란다"고 긍정도 부정도 아닌 답변을 했습니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우리의 미사일 방어는 이른바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로 우리 땅만 보호하는 것이기에 미국 미사일 방어(MD)와는 관련도 없으며 이에 참가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합니다. 기자는 누구 말이 맞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미 국방 최고 책임자가 서로 다른 입장으로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니면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한국 국방부가 또 국민을 잠시 속이려고 (일각에는 미국 MD 참여에 대한 중국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미국과의 협상 내용을 숨기고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청와대 "박 대통령 대일 강경 발언"

물론 국방부가 거짓말을 했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가 특히 한·미 회담 결과를 자신들의 입장에 맞는 것만 발표한 사례가 있습니다. 지난 달 30일, 박근혜 대통령과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의 청와대 비공개 회담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외교 결례를 무릅쓰며 박 대통령이 일본에 강경한 발언을 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역사 문제라든가 영토 문제라든가 이런 것에 대해 자꾸 역사 퇴행적인 발언을 하는 일본 지도부 때문에 신뢰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며 "일본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사과는커녕 계속 모욕을 하고 있다"고 한 발언들만 집중적으로 뽑아 부각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측이 발표한 청와대 회동 관련 보도자료에는 이런 내용이 전혀 없었습니다. 오히려 박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이 사실이라면 그보다 더 충격적인 내용이 있었습니다.

 미 국방부 9월 30일 자 배포 보도자료
 미 국방부 9월 30일 자 배포 보도자료
ⓒ 미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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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네 문장 정도에 불과한 미 국방부 보도자료에는 박 대통령의 이러한 대일 강경 발언에도 불구하고 헤이글 장관은 "결국 헤이글 장관은 북한 위협을 대처하기 위해 일본과 일상적인 삼각 안보 협력을 주문(강력하게 권고(command))했으며, 헤이글 장관은 이러한 협력 형태에서 미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물론 이러한 미국의 발표 내용은 한국 언론에 부각되지 않았습니다.

왜, 한국 국방장관이 자신이 했던 발언까지도 뒤집어가며 "우리는 절대 미국 MD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는지는 모릅니다. 정말 확고한 신념이 있는 발언이라면 문제가 될 것이 없지만, 앞뒤의 상황을 살펴보면 전혀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혹 일부에서 우려하듯이 중국의 눈치가 무서워 일단 급한 불을 끄고 보자는 심리에서 나온 발언이라면 문제는 더욱 확대될 것입니다.


#미사일 방어#전시작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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