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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중산층을 겨냥한 승부수를 던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21일(한국 시각) 미국 워싱턴 D.C.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장에서 열린 새해 국정 연설(연두교서·State of the Union)에서 중산층 살리기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쏟아냈다.

오바마, 중산층 살리기 나선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재정 적자가 감소하고 산업 경제가 되살아나고 있으며, 에너지 생산도 대폭 늘어나면서 미국이 경기 침체에서 벗어났다"며 "미국 경제는 1999년 이후로 가장 빠르게 회복되고 있고 실업률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소수 사람들만 혜택을 받는 경제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노력하는 모든 사람이 소득을 높이고 기회가 많아지는 경제를 선택할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결정은 분명하게 중산층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부부 합산 연 소득 50만 달러 이상 고소득층의 자본 소득과 배당 이익 최고 세율을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수준인 28%로 올리고, 뉴욕 월스트리트 대형 은행으로부터 은행세를 거둬들이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상속 유산에 대해서도 자본 소득세를 부과하자고 밝혔다. 이 같은 세제 개혁을 통해 앞으로 10년간 3200억 달러(약 345조 원)에 이르는 세수를 마련하겠다는 것이 오바마 대통령의 구상이다.

반면 중산층과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최저 임금 인상, 세금 인하, 초고속 인터넷망 확대, 커뮤니티 칼리지 등록금 무료화 등 각종 혜택을 내놓으며 "정치가 걸림돌이 되지 않으면 중산층 경제를 위한 정책은 잘 작동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저 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의원들에게 이런 말을 전하고 싶다"며 "1년에 1만 5000달러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최저 임금 인상에 반대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수많은 저소득층 노동자를 위해 찬성표를 던져야 할 것"이라고 공화당을 압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깊은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는 지금 앞으로 15년간 혹은 수십 년간 누구를 위한 경제를 만들어야 하는지는 우리 손에 달려 있다"며 "나는 아직도 우리가 하나라고 믿으며, 이제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넘길 때"라고 역설했다.

"테러 막기 위해 힘 모아야" 강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새해 국정연설을 중계하는 CNN 뉴스 갈무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새해 국정연설을 중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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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국정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외교 및 군사, 성 소수자 문제, 사회 기반 시설 확충, 이슬람 극단주의 격퇴, 사이버 테러, 기후 변화 대응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특히 "현대화된 항구, 더 튼튼한 건물과 다리, 초고속 열차와 인터넷 등은 꼭 필요하다"며 "의회는 석유 사업뿐 아니라 사회 기반시설 확장도 동의해달라"고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에 대해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이슬람 과격 무장 단체 이슬람국가(IS)의 약진에 제동을 걸었다"며 "국제 사회 연합을 통해 이라크와 시리아의 극단주의 테러 단체를 격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테러 단체 격퇴를 위한 의회의 군사적·재정적 지원 승인을 언급하며 "우리가 테러 단체를 격퇴해야 한다는 뜻을 함께하며 힘을 모으고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후 변화 대응에 대해서는 "우리가 행동하지 않는다면 지구 온난화, 해수면 상승, 가뭄과 홍수 등의 자연재해를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미국의 리더십과 결단력이 국제사회 차원의 기후 변화 대응을 이끌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의 승부수... 공화당 강력 반발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국정 연설에서 최근 살아나는 미국 경제와 지지율 상승을 계기로 자신의 최대 정치적 기반인 중산층을 껴안아 주요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

지난해 11월 중간 선거 참패로 상·하원을 모두 공화당에 내준 오바마 대통령이 중산층 살리기로 여론의 지지를 확보해 국정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고, 임기 말 업적을 최대한 쌓으며 오는 2016년 차기 대선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돕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의 반대가 거세다. 미치 맥코널 상원 원내 대표는 "국민은 논란만 만들고 의회도 통과하지 못할 정책을 원하지 않는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은 이미 지난 6년간 주장해온 것들이며 의회에서 통과되지 않는다는 것을 자신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공화당의 대표적인 '경제통' 오린 해치 상원 재무위원장은 이날 미국 상공회의소 연설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부자 증세는 계급 투쟁을 조장하는 포퓰리즘"이라며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논란거리가 아닌 진정한 리더십"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이미 두 차례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에 패하면서 정권 탈환에 사활을 걸고 있는 공화당 역시 중산층 표심을 얻어야 하는 입장으로서 오바마 대통령의 승부수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버락 오바마#국정연설#연두교서#백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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