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웠던 지난 6월 28일, 경북 경주 안강 일대의 유적을 돌아 보았다. 경주시 안강읍 산대 4리 안강 여중고쪽에서 영천쪽 방향으로 가다보면 도로변에 표충각 버스 정류장이 있고 몇 그루 소나무로 둘러져진 작은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안강 사람들은 다 안다는 바로 표충각 건물이다.
이 건물은 임란 때 순절한 두촌 이팽수를 제향 하는 건물인데 선생은 경주 안강 전투에서 큰 공을 세우고 의병을 이끌고 싸우다가 울산 서생포에서 순절하였는데 그의 충절을 기리기 위하여 조선 정조 때 건립하였다.
정면 1칸 측면 1칸의 작은 건물로 팔작지붕 비각 안에는 비석이 있으며, '충신이공정려초혼사(忠臣李公旌閭招魂辭)'와 '정려각기(旌閭閣記)'가 걸려 있다. 이제는 비지정 유적이나 문화재에 대한 안내 설명문이 잘 설치되어 있어 주변이 개선된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안강 옥산리에 있는 정혜사지 석탑일대를 둘러 보기로 하고 가는데 옥산서원 가는 길가에 새로이 잘 조성된 공간에 잘 생긴 소나무 몇 그루가 있어 주목된다.
휘어진 나무들이 모두 비틀려 마치 구렁이처럼 꿈틀 거리는 듯 주변과 잘 어울리는 큰 이 나무는 모양도 잘 생겼고 수령도 오래되어 보이는데 옥산서원을 가는 이들에는 이제는 명물로 잠시 휴식을 하고 가기에 좋은 곳이다.
옥산서원을 지나 좀 더 들어가면 통일신라시대의 13층 석탑이 있는데 정혜사지 십삼층석탑이다. 국보 제40호로 지정된 이 탑은 그 모습이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특이한 형태이다.
기단은 현재 단층 토축으로 초층 몸돌은 큰데, 사방에는 굵은 사각형 석주를 세우고 그 안에 양측으로 기둥을 표현하였다. 지붕돌 받침은 각층 3단으로 일층에서와 같고 윗 부분은 노반(露盤)이 남아 있다.
가을에 오면 은행 나무와 주변이 잘 어울릴 듯한 이 탑은 경주에서도 멸리 떨어져 있어서인지 그 모습이 독창적이라 주목되어 탑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필수적인 코스이다. 정혜사지 석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정혜사에 딸린 암자터로 추정되는 곳인데 남천암지로 전하는 곳이다.
이곳에는 보기 드문 조선시대 승려의 사리를 안치하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둥근 원형에 윗부분에 사리공이 보이는 부도가 남아 있다. 답사 마니아가 아니고는 아직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유적이다. 여름철에는 온통 주변이 풀로 뒤 덮여있으며 밭의 한가운데 있어 다소 찾기도 어렵다. 찾아가는 길은 가급적 겨울철에 찾아 보길 권한다.
안강 문화화관에는 하곡리 석불좌상으로 소개되어 안강읍 사무소 마당에서 이곳으로 옮겨진불상이 한 구석에 있는데 현재 오른손은 무릎위에 올리고 왼손은 가슴 위에 올리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파손이 매우 심하다. 표현된 수법만으로 보면 통일신라시대 9세기 후반의 작품으로도 추정이 가능할 것 같다. 여러 차례 옮겨 다녀서인지 훼손 정도가 안타까울 따름이다.
안강지역에도 많은 문화유적과 돼지찌게 등 먹거리들이 있으니 경주를 찾는 분들은 경주에서 조금 벗어난 안강으로의 유적도 탐방해 보시면 좋을 듯하다.
덧붙이는 글 | 지난 6월 28일 다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