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영등포역 경찰 아저씨가 책을 대여한다.
 영등포역 경찰 아저씨가 책을 대여한다.
ⓒ 김동규

관련사진보기


지난주는 이래저래 바빠서 책수레도 한주 건너뛰었다. 이번 주에는 좀 제대로 하려고 했는데, 또 일이 자꾸 생긴다. 핑계를 대고 이번 주도 건너뛸까 하다가, 일단 발부터 움직이기로 마음먹었다. 결국 책수레가 출동한다.

오늘은 일단 시간이 없어서 영등포역 앞에만 있다가 가려고 딱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런데 구둣방 아저씨가 인사를 한다.

"왔어? 책(태백산맥 포켓용)이 재미나!"

순간 내 얼굴에 미소가 퍼진다.

"아, 네. 다행이네요. 하하하."

이래서 책수레는 중독성이 있다는 말씀이다.

"동네 사람들, 골목문학상에 도전하세요"

책수레 책마을 첫 운영위원회가 짜우리아에서 열리다.
 책수레 책마을 첫 운영위원회가 짜우리아에서 열리다.
ⓒ 김동규

관련사진보기


영등포 2번 출구 앞을 서 계신 듯 할머니가 한참을 망설이다가 책수레 앞으로 걸어오신다.

"공짜로 빌려줘요?"
"네, 할머니. 공짜로 빌려드려요. 이 동네 사세요? 이름하고 전화번호만 적어주시고 빌려 가시면 됩니다."
"전화번호가 없어요."
"네. 그럼 그냥 빌려 가세요. 저 골목 안쪽에 들어오시면 2층에 마을 카페가 있으니까, 저기로 돌려주셔도 되요. 거기에는 책이 더 많이 있어요."

책을 빌려 가시는 할머니의 뒷모습을 보니까, 왠지 울컥하는 마음이 올라온다.

잠시 뒤, '순찰'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조끼를 입고 있는 아저씨가 또 다가온다.

"책 빌려주는 거예요. 태백산맥은 어디까지 봤더라?"
"언제 보셨는데요?"
"옛날에..."
"그럼 1권부터 보세요. 다시 보면 느낌이 달라요. 잘 안 보이면 글씨 큰 책은 카페에 있어요."
"그럼, 1권 2권 빌려줘요."

맨날 노숙인들과 티격태격하는 경찰 아저씨, 책 읽을 시간은 있을지 모르겠다.

딱 1시간만 책수레하고 카페로 들어간다. 또 다음 회의가 있어서. 들어가는 길에 중국집 사장님이 가게 안에서 거울 보고 있다가 가게 밖으로 나오신다.

"요즘은 뭐해요?"
"곧 골목문학상이랑 마을 상가지도 만들기 할 겁니다."
"어서 해요."
"네, 저녁 먹으러 올게요. 가게이름으로 4행시로 골목문학상 참가하세요. 꼭!"

오늘은 골목문학상과 마을 상가지도를 준비하는 책수레 책마을 첫 운영위를 개최했다. 일부러 중국집 짜우리아에 가서 저녁을 먹으면서 진행했다. '사람을 연결하는 것이 곧 마을이겠지.' 아직은 좀 떨리고, 걱정도 많다. 하지만 움직이고 부딪히다 보면 길이 보이겠지. 체 게바라 평전을 읽는 중국집 사장님 모습에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또 책수레는 출동한다.

"동네 사람들, 올가을에는 가게 이름으로 4행시 '골목문학상'에 도전하세요."


태그:#책수레, #책수레 책마을, #영등포, #마을상가지도, #골목문학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영등포역 1번출구 초역세권 노동자마을카페 <카페봄봄>과 마포구 성산동 <동네,정미소>에서 주로 서식중입니다. 사회혁신 해봄 협동조합,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경제민주화네트워크에서 변화를 꿈꾸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