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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종근 창원의창구선거관리위원회 계장.
 석종근 창원의창구선거관리위원회 계장.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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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간 선거관리 업무를 해온 공무원이 명예퇴직하며 1억 원을 사회에 내놓았다. 석종근(54) 창원의창구선거관리위원회 계장이다.

석 계장은 오는 31일자로 명예퇴직한다. 명예퇴직 수당 8000만 원에다 2000만 원을 더 보태 사회에 기부한 것이다. 석 계장은 28일 오전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 회의실에서 '명예퇴임식'을 겸해 연구논총 출판기념회와 1억 기부 협약식을 가졌다.

석 계장은 일두사상연구원창립준비위원회에 8000만 원, 진해청소년봉사단에 2000만 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그는 "근무를 하지 않고 받는 수당은 사회에 돌려주는 것이 명퇴 정신에 맞다"고 그 배경을 밝혔다.

일두(一蠹) 정여창(鄭汝昌·1450~1504) 선생의 정신을 배우겠다는 것이다. 석 계장은 "국록을 축내는 한 마리의 좀 벌레. 일두(一蠹)를 호(號)로 하여 스스로 성찰하고, 괘관산(掛官山)에 관직을 걸어 놓고 백성을 위하여 삭탈관직이나 유배를 각오하고 옳은 일을 하신 선생의 민본정치의 학사(學士) 정신을 계승한다"며 "이 정신을 오늘날에 맞게 창달하여 공직이나 기업의 구성원들이 스스로 성찰하는 기풍을 세워 노사문제 등 사회갈등 해소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또 그는 진해청소년봉사단에 기부하면서 "민주시민으로서 '공동체문제에 관심을 갖고 그 대책을 찾아 해결에 참여하는 것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길임을 인식한다"며 "그동안 자원봉사활동으로 동진여중 옹벽을 시작으로 석동중, 중앙공영주차장, 그린고물상, 남광고물상, 동아고물상, 로망스여좌천, 진해희망의집, 원일다락방 등 10개소에 벽화를 그렸으며, 앞으로 계속하여 이 활동을 꾸준히 펼칠 것을 다짐한다"고 했다.

이번 기부에 대해, 그는 "명퇴를 하는 공직자나 직장인이 스스로 공익활동 재단을 만들어 기부하고, 퇴직 후 그 곳에서 활동하며 기부문화를 확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기부는 '몽땅 내 사랑'의 희생과 헌신이 아니라 '십시일반의 내 사랑'으로 공적가치를 계속적이고 지속적으로 창조하는 것"이라 말했다.

그는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온 세상이 알 수 있도록 홍보해야 한다"며 "희생과 헌신은 한 번은 하지만 부담이 되어 계속하는 것은 어렵다. 부담없는 십시일반의 기부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석종근 계장은 선관위 업무를 하면서 '공명선거 전도사' '공명이 봉사상', '자원봉사왕'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는 시민단체인 '민주도정 경남도민모임'을 만들어 대표로 있으면서 창원과 진해를 잇는 안민터널 무료화 소송을 주도하고, 88고속도로와 남해고속도로 요금 인하 운동을 벌여 결실을 보기도 했다.

석 계장은 이번에 <연구논총>을 냈다. 이 책에는 연구논문 26편, 민주시민교육과 실천의 자원봉사활동 보고서 등 24편, '안민터널 무료화'의 숨은 이야기 등이 3000여 쪽에 걸쳐 담겨 있다.

그는 이날 퇴임인사에서 "나가서는 공직생활이 의미있고, 가치있고, 보람되고 아름다웠다고 말할 것"이라며 "선관위에서 근무했기에 이러한 삶을 살 수 있었다고 말하겠다.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도 저는 이 길을 갈 것"이라 말했다.


#선관위#석종근#명예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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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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