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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도매시장의 학교 앞 이전을 막기 위해 지난해 봄부터 학부모들은 힘든 싸움을 해왔다. 당시 도림고등학교 어머니들 때문에 시청 업무가 마비된다는 이야기까지 들을 정도였다. 싸움 과정에서 농산물도매시장 이전 부지 선정과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학교 앞 이전을 막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해 농산물도매시장의 주출입구를 옮겨달라고 요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런데 시는 설계도가 주출입구를 중심으로 설계된 것이라 설계 변경이 어렵다며 이 또한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교육청이 고민하다가 안을 낸 것이 학교 이전이다. 학부모들은 이전을 한다면 반드시 현 부지에서 반경 1.5킬로미터 이내로 옮겨야한다고 했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반경 1.5킬로미터 안에는 부지가 없다며 서창2지구 내 학교용지로 옮기는 안을 이야기했고, 학부모들은 고심 끝에 공사 기간에 아이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으로 하고 그 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런데 남촌ㆍ도림동 주민들이 학교 이전 반대 서명을 제출하면서 문제가 노출돼 학교 이전이 확정된다고 해도 1년이나 더 늦춰지게 생겼다. 이제 어른들이 정말 아이들을 위한 최선의 길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했으면 좋겠다."

 이성임 인천도림고교 교육환경보호위원장.
 이성임 인천도림고교 교육환경보호위원장.
ⓒ 장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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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도림고교(남동구 도림동 소재)에서 <시사인천>과 인터뷰를 한 이성임 도림고교 교육환경보호위원장은 현 상황의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 위원장은 도림고교 학부모였던 지난해 4월 학교 운영위원장에 선출된 뒤 농산물도매시장 이전 추진을 알았다. 이전이 확정되고 난 뒤다. 인천시는 농산물도매시장 이전ㆍ신축 설계 시 주출입로 건너편에 도림고교 입구가 있는 것을 반영하지 않았고, 시교육청은 농산물도매시장 이전을 알면서도 도림고교 쪽에 알리지 않았다.

이렇게 시작부터 잘못된 것을 뒤늦게 안 이 위원장을 비롯한 학부모들은 신영은 시의원을 통해 지난해 5월 25일 시와 시교육청 담당자들을 면담했고, 이강호 시의원과 박남춘 국회의원 보좌관 등과 같은 해 6월 8일 시교육청 담당자들을 다시 면담했다.

당시 학부모들은 농산물도매시장이 들어서면 교육환경에 엄청난 피해가 예상될 것을 걱정해 농산물도매시장 이전을 반대하기로 했다. 학부모 150명의 연서명을 제출하고, 시와 교육청, 국토교통부와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반대 민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이런 과정 속에서 같은 해 9월 26일 이 운영위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도림고교 교육환경보호위원회를 발족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교육환경보호위원회는 학부모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민원을 넣으며 시청 앞에서 집회를 네 차례 열었고, 시교육청이 주관한 '도림고교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협의회'에도 적극 참여해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이렇게 힘든 과정 속에서 학부모들이 시와 시교육청이 협의한 서창2지구 내로 학교 이전을 차선책으로 받아들인 것이다"라며 "농산물도매시장 이전으로 더 이상 학교가 존립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뤄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이 서창2지구로 학교 이전을 받아들였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최근 남촌ㆍ도림동 주민들이 학교 이전을 반대하는 서명을 받아 진정서를 제출하자, 시교육청은 주민 여론조사를 진행해 반대 의견이 찬성 의견보다 많을 경우 학교 이전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 소식을 접한 학부모들이 더 절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힘들게 학교 이전을 받아들여 시의회 교육위원회와 한 간담회에서 '빠르면 2020년 3월 이전이 가능하다'고 타진됐는데, 주민 여론조사를 진행해 결정하면 이전이 결정되더라도 이전 시기가 1년은 더 늦춰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반대 의견이 더 많을 시 학교를 이전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학교 이전 반대 서명운동과 사실과 다른 내용이 적힌 현수막 등을 동네에 내건 것은 지역이기주의를 내세워 사실을 호도하고 아이들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 행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지난해부터 학부모들이 계속 싸울 때는 왜 한 번도 도움을 주지 않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도림고 타 지역 이전 반대 대책 소위원회' 명의의 현수막이 동네에 걸렸는데, '주민들의 힘으로 도림고 타 지역 이전 반대의 성과를 냈다' '도림고 3m 이상 방음벽, 1m 이상 방진망 설치' '농산물시장의 주출입구 변경' '학습시간대 피해 농산물시장 공사 진행' 등의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농산물도매시장 주출입구 변경은 공사 시에만 한정하는 것으로 이미 학부모들이 지난해 5월에 약속받은 사안이고, 방음벽ㆍ방진망 설치는 도림고교 쪽이 아닌 농산물도매시장 공사 현장 쪽에 설치한다는 것이다. 또한 도림고교 학생들의 학습시간이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인데 학습시간을 피해 공사를 진행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농산물도매시장 공사가 임박해오는데, 학생들은 대형 트럭의 출입으로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된다. 교통체증으로 상습적인 지각과 공사장의 날림먼지로 인한 호흡기 질환 등, 학업에 큰 지장을 받게 될 것이다"라며 "학교 이전을 빠르게 확정해야하고, 이전 전까지 학습권 보장을 위한 대책 마련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지금까지 도림고교가 남촌ㆍ도림동 지역의 공교육을 담당해온 것처럼 서창2지구로 이전한 뒤에도 이 지역 학생들의 공교육을 담당하는 역할을 계속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http://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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