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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청 산격청사.
 대구시청 산격청사.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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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가 대구경북통합신공항(TK신공항) 관련 검증 보도를 낸 대구MBC를 상대로 취재거부를 선언한 데 이어 명예훼손으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일각에서는 언론의 비판 보도에 대한 과도한 대응을 넘어 '재갈 물리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대구시는 지난 8일 대구MBC에 대해 취재 편의사항 일체를 중단하기로 한데 이어 9일에는 이종헌 신공항건설본부장 명의로 서성원 대구MBC 보도국장과 시사프로인 <시사톡톡> 피디 등 4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대구경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대구시는 고소장을 통해 "시민들의 오랜 염원인 신공항특별법의 성과를 폄훼하고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왜곡·편파방송을 진행함으로써 공무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TK신공항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후 기자 브리핑을 통해 활주로 길이, 기부대양여 방식 등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방송 전 통합신공항건설본부장이 직접 설명했음에도 사실을 의도적으로 왜곡해 허위로 방송을 했다는 것이다.

대구시는 "애초의 법안에서 활주로 길이나 공항의 위계에 관한 내용이 빠졌다는 이유만으로 활주로 길이가 짧아졌다거나 지금과 같은 근거리 공항밖에 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아무런 근거 없이 허위의 사실을 전파하여 시민들을 선동하려는 악의적 발언"이라고 말했다.

공항 이전 시 부족한 예산 지원과 관련해서도 "법률에서 국가의 예산 지원을 규정하는 경우 '예산의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다'라고 쓰는 것은 통상적이고 일반적인 입법 방식"이라며 "대구시가 무슨 불이익을 받는 것과 같은 뉘앙스를 느끼게끔 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특별법에 빠진 게 많으니 이런 걱정이 들었던 게 아닌가"라고 한 발언은 신공항 추진계획 보고회에서 직원들에게 법률 제정 이후 관련 업무에 만전을 기하라는 취지에서 한 발언임에도 "'특별법에 빠진 게 너무 많아서 걱정을 하였다'는 식으로 엉뚱한 해설을 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대구MBC는 지난 4월 30일 <시사톡톡> 뉴스비하인드 코너에서 'TK신공항, 새로운 하늘길인가? 꽉 막힌 길인가?'의 제목으로 최근 국회를 통과한 TK신공항 특별법을 검증했다.

대구MBC는 "3.8km의 활주로 길이가 빠지고 '중추공항'이라는 표현이 삭제된 점 등을 들어 공항을 이전하더라도 지금의 대구공항을 조금 더 키워 위치만 옮기는 비판이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신공항특별법에 공항 조성 사업비가 당초 예상 금액을 초과할 경우 정부 예산으로 보조하거나 융자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국비 지원은 예산 순위가 밀려 지원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그러자 대구시는 지난 1일 입장문을 내고 "신공항 왜곡, 편파보도에 대해 대구MBC가 즉각 공식 사과하고 500만 시·도민이 수긍할 만한 상응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며 "이러한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일체의 취재를 거부할 것이며 취재 편의도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번 보도는 악의에 가득 찬 편파, 왜곡 보도이기에 더 이상 참지 않고 대응할 생각"이라며 "취재의 자유가 있으면 편파, 왜곡 방송에 대해서는 취재 거부의 자유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했다.

지난 2일에는 "악의를 가지고 트집이나 잡고 왜곡되고 편향된 보도를 계속 하는 것은 정도 언론이 아니고 언론의 자유를 빙자한 언론 갑질"이라며 "취재 거부 뿐만 아니라 취재 편의도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홍 시장이 대구MBC에 대해 취재 거부 뿐만 아니라 취재 편의도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히자, 대구시는 지난 8일부터 출입기자단에 배포하던 보도자료를 보내지 않고 브리핑 참여 금지 및 출입 제한 등의 조치를 내렸다.
 
대구시는 지난 8일 대구MBC가 'TK신공항 특별법' 관련 왜곡, 편파보도를 했다며 취재거부에 이어 일체의 취재편의도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지난 8일 대구MBC가 'TK신공항 특별법' 관련 왜곡, 편파보도를 했다며 취재거부에 이어 일체의 취재편의도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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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재갈 물리려는 시도"

대구시가 대구MBC에 대해 취재거부 뿐만 아니라 고소장을 제출하자 취재기자를 위축시키고 비판 언론에 대한 '재갈 물리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태우 대구MBC 기자는 "공무원 골프대회를 비판하는 언론을 좌파언론이라고 홍준표 대구시장이 폄훼했는데 골프 친다고 비판하는 게 좌파 언론이랑 무슨 관계가 있느냐"며 "이번 건도 언론의 취재를 위축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고소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기자는 "공무원 전체 직원에게 취재에 응하지 말라는 공문을 보내고 고소장을 남발하는 등 대구시의 입장이 전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법률적인 자문을 받아서 의연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남재일 경북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보도에 문제가 있다면 언론중재위를 통한 정정보도나 반론보도를 요청하는 게 적절하다"며 "이런 중재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고소장을 제출한 것은 과도한 조치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남 교수는 "대구시가 고소한 것은 앞으로 이런 내용의 비판적인 기사를 쓰지 말라는 예방적인 소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면서 "기자들의 비판을 차단하는 홍보기법으로 결국 취재기자들을 위축시키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강수영 변호사(법무법인 맑은뜻)는 "공직자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되려면 굉장히 악의적인 공격, 심히 경솔한 공격 등 현저히 상당성을 잃어야 한다"며 "대구MBC가 보도한 내용은 주관적인 평가나 의견으로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 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송 내용을 가지고 문제가 있다면 언론중재위라는 제도가 있는데 이를 통하지 않고 고소장을 제출한 것은 비판 언론에 대한 재갈 물리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정의당 대구시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공항 건설과 같은 대형사업에 대해 우려할 점은 없는지 언론사가 취재하고 비판했다고 해서 신공항 특별법의 성과를 폄훼했다는 설명이 온당한가"라며 "대구시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인 듯 하다"고 비판했다.

대구시당은 "정치 대신 사법으로 갈등을 해소하려는 현상을 '정치의 사법화'라고 이야기한다"며 "정치적 사안과 갈등요소는 정치적 해법으로 풀어야 한다. 이를 일상적으로 사법적 해결에 맡긴다면 정치는 존재 이유가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태그:#대구시, #대구MBC, #고소장, #언론 재갈물리기, #취재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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