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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에서 '문고리 권력'으로 불렸던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지난 2017년 6월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에서 '문고리 권력'으로 불렸던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지난 2017년 6월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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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윤석열 대통령이 박근혜 정부 시절 권력의 실세로 불렸던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3비서관으로 임명했다.

정 전 비서관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연루돼 구속까지 된 인물로, 국정농단 당사자 중 한 명을 기용했다는 비판과 당시 국정농단 수사팀장으로서 정 전 비서관을 기소한 윤 대통령의 자기모순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최순실에게 청와대 문건 넘겨 구속된 인물을 대통령실 비서관으로?

정 전 비서관은 지난 2013년 1월부터 2016년 4월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최서원(개명 전 이름 최순실)씨에게 이메일 또는 인편 등으로 청와대 문건 47건을 넘겨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혐의로 2016년 11월 기소됐다.

이후 1심과 2심, 대법원을 거쳐 검찰이 기소한 47건 중 14건의 문건이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최씨에게 전달된 것이 인정돼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2018년 5월에 만기출소한 정 전 비서관은 2022년 12월, 다른 문고리 3인방인 안봉근·이재만 전 청와대 비서관과 함께 특별사면으로 복권됐다.

당시 재판부는 정 전 비서관이 "고도의 비밀 유지가 요구되는 각종 문건을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최씨에게 전달해 직무상 비밀을 누설했다"며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국정질서를 어지럽혔으며 전체 국정농단 사건의 단초를 제공해 국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고 판시했다.

당시 국정농단 사건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던 중요한 증거 중 하나가 바로 정 전 비서관이 최씨의 음성을 녹음한 파일들이었다. 해당 녹취파일들에는 최씨가 대통령의 일정에 개입하고 대국민 메시지의 내용이나 박 전 대통령의 칭화대 연설 내용을 지시하는 등의 음성이 녹음돼 최씨가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로서 국정에 개입한 것이 드러났다.

끝까지 박근혜 옹호한 정호성... <조선> "윤석열, 충성심 높게 평가했다"

한편 정 전 비서관은 자신이 청와대 문건을 최씨에게 전달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재판장에서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조금이라도 좋은 표현이 있을까 의견을 구한 것"이라면서 "머리를 맞대면 조금이라도 나아진다. (최씨가) 정책적으로 판단할 능력은 안 되지만 한 번 보내서 의견을 들어 나아진다면 그게 뭐가 잘못인지 모르겠다"며 문건 유출에 대해 잘못한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2017년 9월, 박 전 대통령 재판에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한 정 전 비서관은 "오랫동안 모셔온 대통령께서 재판을 받으시는 참담한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며 "심적 고통을 감내할 수 없어서 오늘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증인신문을 증언거부로 일관했다.

재판 종료 직전 발언권을 얻은 정 전 비서관은 "대통령께서는 가족도 없으시고 사심 없이 24시간 국정에만 올인하신 분"이라며 박 전 대통령을 옹호하고 자신의 청와대 문건 유출에 대해서도 "박 전 대통령은 잘못이 없다", "(문건 유출은) 오히려 대통령이 얼마나 정성을 들여서 국정 운영에 임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정 전 비서관은 "대통령에 대해 왜곡되고 잘못 알려진 것들이 너무나 많아 가슴이 아프다"며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이처럼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된 이후에도 줄곧 박 전 대통령을 옹호해 온 정 전 비서관의 대통령실 비서관 발탁은 퇴행적 인사라는 비판이 불가피해 없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고 정 전 비서관을 기소했던 윤 대통령의 자기모순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통령의 복심인 정 전 비서관 발탁에 대해 언론마다 해석이 분분하다. <한겨레>는 "총선 패배 뒤 지지율 하락 속에 보수층을 결집하려는 포석"이라고 해석한 반면, <조선일보>는 "정 전 비서관이 수사 당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일관된 충성심을 보였는데, 이를 윤 대통령이 높게 평가했다는 말도 나왔다"고 전했다.

태그:#정호성, #윤석열, #박근혜, #국정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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