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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리뷰1 - 이종기변호사 무죄 판결 그후
대전법조비리 '주범' 이종기, 법정싸움 승리… 다음 싸움은 MBC ?
지난해 1월,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대전법조비리' 사건. 이 사건은 이후 심재륜씨 항명파동, 소장검사 연판장 소동으로 이어지며, 법조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그 사건의 '주범'은 이종기 변호사.
그런데 15일 대전지법은 법호사법 위반, 뇌물 공여 혐의로 기소된 이종기 변호사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그렇다면 …
1년여 전 떠들썩했던 '대전법조비리' 는 무엇인가. 옷로비 사건처럼 실체도 없는 사건이었는가.(혹시 도서관에 들를 기회가 있다면, 지난해 1월 7일 이후 일간지들을 휙∼ 들춰보시길. - 인터넷신문이 아니라 직접 신문을 들춰야 실감이 난다. - 이 사건을 언론이 얼마나 크게 다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 …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종기 변호사가 지난 1월 12일 MBC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했다. 대전MBC 및 소속 기자 5명과 문화방송 본사 등을 상대로 각각 30억원씩 모두 6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1월 7일에는 이들 7명을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대전지검에 고소했다.
1월 7일, 이 변호사에겐 의미 있는 날이다. 1년 전 그날 MBC는 '대전법조비리' 를 특종 보도했다. 집요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 변호사의 이번 소송은 일부 정치인들처럼 '정치적 쇼' 가 아니라 "끝까지 계속 할" 가능성이 높다.
소송과 관련한 그의 전력을 한 가지 소개한다.
그는 1998년 11월에는 국세청 담장자를 고소하기도 했다. 당시 세무조사 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세무조사가 잘못됐다며 담당자를 뇌물요구와 허위공문서작성,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대개 '기사' 란 읽는 그때 뿐이다. 어느 독자가 기사를 모두 외우고 살겠는가. 아니, 외울 필요도 없다. 그러니 철 지난 기사는 별 쓸모가 없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기사란 진실성 못지 않게 신속성을 한 생명으로 삼고 있는데 철 지난 기사라니…
그럼에도 여기 철 지난 기사 한 토막을 옮긴다. 기사라기보다는 자료로서 가치 있지 않을까 싶다. 지난해 10월 8일 대전에 있는 이종기 변호사를 만나 인터뷰한 내용이다.
이 인터뷰 내용은 월간 [말](1999년 11월호)에 실린 인터뷰의 한 부분을 그대로 전재한 것이다.(지난해 10월에 쓴 원고임을 상기하고 읽어야 시간상 혼동이 없다.)
이 변호사의 다음 싸움 상대가 MBC라는데… 여러 모로 두고두고 지켜볼 만할 것이다.
2. MBC를 말한다 - "MBC는 자료를 은닉하고 오보를 유도했다."
이종기 변호사는 인터뷰 초반에 언론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중앙일보 사건이 전 국민들에게 주는 교훈은 언론을 믿지 말라는 것 아닌가요" 라며 올 1월 상황을 역설적으로 설명했다.
"우리나라 언론계는 각계에서 나를 공격해 왔기 때문에 내게 유리한 말은 한 마디도 쓰지 못하죠. 그게 언론입니다. 절대로 자기 잘못을 시인하지 않죠."
- 그 동안 다른 언론에 접촉을 안 했나요.
"어떻게 접촉합니까. 내가 이런 주장을 해봤자 어디 한마디라도 쓰나요. 도리어 뻔뻔스러운 놈이라고 생각하겠죠. 애초 사건이 발표될 때 나한테 소개비 받은 판검사가 몇 몇이라는 분위기로 보도가 됐죠. 그런데 대부분 오보 아니었습니까. 왜 그런 일이 벌어졌냐면 MBC가 자료를 입수해서 보도하면서 다른 언론기관이 보지 않은 상태에서 맨 처음 판검사들에게 소개비를 준 것처럼 교묘하게 오보한 겁니다."
허위보도를 유도한 특종 보도
- 일부러 오보를 한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전 그렇게 생각하죠. 우선 장부라는 게 존재하지 않으니까. 장부가 아니라 쓰레기통에서 주운 파지죠. 그리고 MBC는 검찰에 자료를 넘길 때 일부를 은닉한 겁니다. 나한테 유리한 자료는 일부러 없앴다는 뜻이에요.
그렇게 허위보도를 한 다음에 다른 언론기관이 다 따라오게 만들었죠. 대부분 언론기관들은 기러기들처럼 다 따라 갑디다. 왜 따라 갔겠냐가 문젠데. 그 당시가 IMF라는 아주 나쁜 상황이었고, 또 국민들의 법조인들에 대한 시각이 아주 나쁩디다."
- MBC가 자료를 은닉했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죠.
"보석으로 나온 후, 녹화해 둔 내 사건 관련 MBC 뉴스를 봤지요. 내 자료는 맞는데, 검찰에 건네주지 않은 자료가 있습디다. 그래서 MBC가 자료를 은닉했다는 것을 알게 된 거예요."
- 그 뉴스가 언제인지 알 수 있나요.
"제가 보여 드릴게요."
이 변호사는 소파에서 일어나 비디오를 틀었다. 그가 앉은 소파 옆에는 주변의 가구들하고는 어울리지 않게 낡아 보이는 작은 비디오 한 대가 놓여 있었다.
"당시에 나는 검찰에서 조사 받으면서 들었죠. 'MBC에서 자료를 감추고 있으니까 이 변호사가 사건을 모조리 얘기하지 않으면 MBC에게 당한다. 검찰이 친정인데 도와주는 셈치고 사실을 얘기해 달라'고 하더라고요.
물론 당시에 증거는 아무 것도 없었어요. MBC가 자료 일부를 숨겼고, 보도 자체가 판검사에게 소개비를 주었다는 듯한 뉘앙스였어요. 그것을 실수라고 할 수 없잖아요."
이 변호사는 MBC가 숨긴 자료에 대해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그에 따르면 소개비가 아님을 증명해줄 자료가 민사사건의 미수금 정산표인데, 검찰에 넘어온 민사사건의 미수금 정산표는 거의 없다고 했다.
"민사소송의 미수금 정산표를 보면 비용기재란 소개비뿐만 아니라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저에게 유리한 자료입니다."
이 변호사가 관련 화면을 찾는 데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여분이 지난 후에야 이 변호사는 문제의 화면을 찾아 보여주었다.
텔레비전 화면엔 무엇인가 내용이 적힌 A4 용지를 펼쳐놓은 장면이 나왔다. 다음 장면은 A4 용지가 한 장씩 던져지기도 했다. 잠시 후 이 변호사가 화면을 가리켰다.
- 숨긴 자료는 무엇입니까.
"영수증 부본철을 넉 장씩 놓고 카피를 한 것이죠. 한 7∼8매 정도 끼여 있습니다."
- 이 부본철이 중요한 건가요.
"중요하지 않아요. 그러나 일부 자료를 검찰에 제출하지 않은 것만은 사실입니다."
- 저것이 검찰에 넘긴 자료에서 빠졌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나요.
"검찰에서 수사를 받을 때, MBC로부터 받은 6백31매와 김 현 전 사무장이 내 놓은 1백21매를 하나하나 보면서 진위 여부를 판단했죠. 화면에 나온 부본철은 김 현 전 사무장이 나에게 공갈칠 때 가지고 다니던 것이죠."
- 그렇다면 MBC가 이들 자료를 은닉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선 한 건 하려고 했겠죠. 그 당시 특종을 해야만 했었던 사정이 있었겠죠." 이 변호사는 MBC보고의 정치배경에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걸려있다고 말하는 듯 했다. 특히 그는 MBC가 지난해 10월 입수한 자료를 보면 왜 그때 보도했는지 모르겠다며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 변호사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이렇다. MBC는 대전법조비리 자료 중에서, 이 변호사에게 유리한 자료를 은닉했다. 그리고 방송일자가 옷로비 내사를 하던 때와 일치한다. 더욱이 당시는 MBC와 관련된 주변 정황들이 복잡했다는 것이었다.
"기자가 검찰 통해 사건 막으라고 했다"
한편 지난 1월 7일 MBC는 '이종기 변호사의 수임비리' 를 특종 보도했다. 그 다음날 MBC는 법조비리 사건에 대해 검찰이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고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종기 변호사는 8일 인터뷰에서 "1월 5일 MBC 기자가 검찰에 찾아가 사건이 터질 것이니 나를 통해 사건을 막으라고 했다" 고 진술했다.
이 변호사는 또한 "내가 무슨 얘기인지 모르겠다고 하니, 기자에게서 얻은 미제정산표 한 장을 보여줘, 그것을 김 현 전 사무장이 가져 간 지 알았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말}은 당시 검찰을 찾아갔던 MBC기자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 1월 5일날 검찰에 찾아간 적이 있는가
"그런 얘기는 묻지 마라. 다른 기자에게 물어봐라."
- 만난 적이 없는가
"취재과정에서 그런 거다. 당시 검찰 출입기자였다. 취재를 하다 보면 접촉할 수 있지 않나. 이종기 사건은 불쾌하다.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다."
- 왜 얘기하고 싶지 않나
"세상이 바뀐 게 하나도 없다."
- 검찰에 미리 미제정산표는 주지 않았나.
"그런 일 없다."
그러나 {말}이 16일 이 변호사와 가진 제 3차 인터뷰에서 이 문제에 대해 재차 확인을 요청한 결과 이 변호사는 MBC기자가 검찰에게 '미리' 사건미제표를 건네준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 1월 5일날 MBC 기자가 검찰에 찾아온 것은 확실한가. 정황을 자세히 얘기해 달라.
"당시 이문재 차장 검사가 5일날 12시에 오라고 했다. 가 보니 나에게 정황 얘기를 해 주더라."
- 당시 미제표를 받은 것은 확실한가.
"확실하다. 당시 송민호 공안부장이 가져왔다."
- 그것을 기자에게 받은 것이라고 어떻게 확언할 수 있나.
"그때, 기자가 찾아온 얘기를 하다가 가져와 보라고 해서 가져온 거다."
- 그것이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있나.
"알고 있다. 대구MBC에서 다른 언론사에 한 두 페이지씩 준 것이다. 신문에 사진 찍은 것이다. 사건 발표때 강제집행 사건으로 3백만원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말}은 또한 이종기 변호사가 제기한 누락됐다는 영수증 부본철에 대해 MBC측에 누락여부를 확인했다.
MBC 송화순 보도국장은 "그 자료 나왔을 때 기자들이 화면을 처리해야 하니까 대충대충 찍는 건데. 그 자료야 빠질 이유가 없어요 만일 빠졌다고 하면 조사를 세밀하게 했는데 형사입건 했었을 것" 이라며 부인했다.
노정환 기자는 월간 [말] 취재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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