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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사람의 머리카락이 자꾸만 코끝을 간지럽힌다. 등뒤에 선 남자의 손이 어디에 가 있나 괜히 신경쓰여서 몸을 외로 꼬게 되는데다, 옆으로 맨 가방에 든 지갑은 안전한지 어떤지 내내 신경쓰여서 좀체로 마음을 놓을 수 없었던 기억,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지하철... 생존을 위해 타지 않을 수 없는 서울의 생필품. 그 지하철을 타러 대학로 '학전블루' 에 간다.

지난 2월 6일로 1000회 공연을 마친 록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원작을 13년 동안 공연하고 있는 독일에서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한국에서 먼저 해낸 것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그립스 극단이 로열티를 더이상 받지 않겠다고 해 화제가 되기도 했던 공연이다.

'아니, 그런 훌륭한 작품을 아직 보지 않았단 말이야, 내가?' 아무도 강요하지 않는 의무감에 허우적대다 결국은 달려가고 말았다. '박하사탕' 으로 일약 '큰별' 이 되어 버린 설경구가 사실은 '지하철 1호선' 에서 '철수'와 '땅쇠' 로 연기력을 다졌다니 한 번 봐야겠다, 싶은 마음 또한 사실은 있었다.

뮤지컬에 등장하는 할머니, 깡패, 조선족 여인, 그리고 제비나 창녀들이 지나치게 정형화된 캐릭터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라이브 뮤지컬이 주는 생동감으로 겨우 극복해 본다.

현실을 바탕으로 하되, 재미를 위해 희극화하거나 변형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리얼리티를 좀 더 살리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그래도 우리 나라에서 이런 생각있는 뮤지컬이, 뚝심 버리지 않고 1000회까지 온 것은 쾌거임이 분명하다.

독일의 원작을 처음 번안해 발표한 94년부터 2000년 2월까지 극도 바뀌고 배우도 바뀌고 또 관객도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은 많다.

무엇보다 화가 났던 것은 관객이 가장 쾌적한 상태에서 뮤지컬을 볼 수 있게 배려해야 할 공연장 측이 돈 생각만 하고, 적정인원을 넘어서는 관객을 계속 받아들이는 사실에 있었다. 공연 시간이 조금씩 지나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무대 앞쪽에서 계속해 들어왔고, 좌석과 좌석 사이에는 제대로 된 경계도 없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 옆사람과 서로 민망한 자리눈치를 봐야 했다.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뮤지컬이 진행되는 동안 영어 자막을 계속 보여 주는 정성을, 어째서 1000회까지 자신들을 지지하고 응원한 한국의 관객들에게는 보여 주지 않는단 말인가? 안전사고에 대한 위험도 위험이지만, 좋은 기분으로 보러 갔다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듯 하여 맘이 좋지 않다. 더군다나 우리의 김민기 아저씨가 만드는 뮤지컬인 바에야...

극중 '문디' 가 "야,우리 돈도 생겼는데 택시 타고 가자!" 외치자, '땅쇠' 가 말하길, "야, 우리 같은 놈을 누가 태워줘? 그래도 우리 태워주는 건 지하철밖에 없어" 하는 대사가 있다. 낮게 사는 이들도 전부 포용한다는 의미에서 거지도 부랑아도 다들 '지하철 1호선' 을 편하게 타고 다닐 수 있도록 문을 열어 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공연장까지 똑같은 자세여선 곤란한 일이지.

'지하철 1호선' 에는 욕심쟁이만 사는 것이 아니기를 바라며.모처럼 좋은 공연이라 권할 만한 작품 만났는데, 주최측의 태도 때문에 저어하게 되는 건 나로서도 슬픈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원작 Yolkar Ludwlg
*연출:김민기
*출연:이황의,남문철,김학준,양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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