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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가 발행하는 월간지 [참여사회] 3월호에 '탈옥수 신창원'씨가 '참여'했다. [참여사회]가 지난 1월부터 연재한 '릴레이편지'라는 코너에 신씨의 편지가 실린것. 지난 1월 신씨는 첫번째 편지릴레이 주자 김현진씨(청소년 대상 웹진 [네가넷] 편집장)로부터 편지를 받았으나 답신 편지가 연착해 3월호에 실리게 된 것.
이 글에서 신씨는 자신은 '죄인일 뿐'이라며 자신을 미화하지 말 것과 어려운 처지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따뜻한 사랑과 보살핌을 베풀어 줄 것을 호소했다.
다음은 편지의 전문이다.
"답장이 늦었네요. 재판 전에 글이 나간다면 무슨 동정을 구하는 것처럼 보여질 수 있기에 많은 갈등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를 잘못 알고 있는 분들께 절 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과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에 용기를 내게 되었습니다.
전 의적도 좋은 놈도 아닙니다. 그저 많은 죄를 지은 범죄자이고 죽어마땅한 죄인일 뿐입니다. 십대들이 절 우상처럼 생각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것을 보면서 참 안타까웠습니다. 매스컴을 통해서 만들어진 부분들을 보고 '멋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미화된 표면적인 것일 뿐입니다. 저를 인간이기를 포기한 놈, 악마, 또는 무슨 말로 욕을 해도 괜찮습니다. 제가 지은 죄가 많으니 달게 받아야지요. 그러나 절대 절 조금이라도 미화는 시키지 말아야 합니다.
아이들이 제가 살아온 삶을 동경하고 절 우상시한다면 저처럼 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할 수 없겠지요. 아이들이 저처럼 후회스러운 삶을 살지 않게 하였으면 합니다. 청송에 노인이 한 분 계셨습니다. 노구에 중병까지 앓고 계셔서 교도서에서도 치료를 포기하고 그 분을 가족에게 인계하려 했지만 가족들은 신병인도를 거부했습니다.
"그 사람은 우리완 아무런 상관이 없소. 죽든 살든 당신들이 알아서 하시오."
그래서 그 분은 몇 달을 견디지 못하고 마지막 날까지 가족들을 원망하다가 세상을 뜨셨습니다. 참 안타까웠죠. 오죽했으면 가족들이 그렇게 했을까요. 그 분은 죽는 날까지 자신이 지은 죄를 알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모든 원인은 자신에게 있으면서도 가족과 사회만 원망했던 것이지요. 그런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 분의 운명이 날 때부터 그렇게 정해져 있을까요? 아마 태어날 때는 백지장처럼 하얗게 똑같을 겁니다. 제가 만난 제소자들 중에 90%가 부모의 따뜻한 정을 받지 못했거나 아니면 가정폭력 또는 무관심 속에서 살았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오랜 시간을 지내오면서 마음의 상처가 깊어지고 사춘기 때 비로소 행동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범죄를 줄이는 방법은 다른게 없습니다. 교도소를 아무리 많이 짓고 경찰력을 아무리 많이 늘려도 현상태에선 절대 범죄가 줄어들 수 없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이것만 있으면 됩니다. 가정이 화목하고 자녀들에게 좀더 사랑과 관심을 가진다면 범죄는 자연히 줄어들게 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고 있는 어린아이들이 많이 있을 겁니다. 그들의 대변인이 되어주십시오. 그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반드시 있습니다. 길거리에서 방황하는 아이들(거의 모두가 가출 청소년)이 많습니다. 가출을 하게 되면 어떤 형태로든 범죄는 수반됩니다. 때문에 교도소에 가게 되고 그게 반복되면 앞에서 말한 노인처럼 될 수 있습니다.
가출한 아이들, 사회에서 문제아라고 치부해버리는 아이들 정말 정에 굶주린 불쌍한 애들입니다. 가까이 가서 심한 말로 꾸짖어보십시오. 아마 폭행을 당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반항심이 강하니까요. 그러나 그들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따뜻하게 대해서 그들의 마음의 문을 열게 만들고 그 안에 들어가보면 의외로 여리고 순수함에 놀라게 될 것입니다. 그들은 별종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자녀나 동생과 같습니다. 그들을 소외시키고 멸시한다면 더욱 더 악해질 것입니다. 정에 굶주린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받아보지 못한 사랑과 정이기 때문입니다. 쓰다보니 글이 길어졌네요. 우리 주위에 이런 아이들이 있고 그들의 미래가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십시오. 배움이 짧아 글로서 마음을 표현하기 쉽지 않네요. 때문에 뒤죽박죽 엉망입니다. 이해해주십시오."
다음은 신씨의 편지가 [참여사회]에 실리기까지 과정을 [참여사회] 윤정은 기자가 정리한 것.
<신창원의 편지가 한 달 연착한 까닭>
2월 17일 오후 3시경. 사무실로 전화 한 통이 왔다.
"참여사회 맞습니까? 저 신창원 애비되는 사람입니다."
순간, 침을 꿀꺽 삼켰다. 참여사회 2월호 릴레이에서 김현진씨(청소년 대상 웹진 [네가넷] 편집장) 편지에 대한 신창원씨 답장을 받으려고 그렇게도 무던히 애를 썼건만 성사가 안됐었는데.
"우리 신창원이가 그쪽으로 편지를 썼다는데 어째 받아봤능가 전화했습니다."
전화기에선 자꾸만 동전 떨어지는 소리를 들렸다.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편지라구요? 못받았습니다."
"오늘 면회를 갔더니 창원이가 그쪽으로 편지를 보냈는데 받았는가 확인 좀 하라고 부탁합디다. 그리고 내일 창원이가 선고를 받아요.'
신창원씨는 지난 1월 24일 부산지법에서 있었던 결심공판에서 사형을 구형받았다. 그래서 그런지 신창원의 아버지 신흥선(77세)의 목소리에는 불안함이 역력히 묻어있었다.
교도소로도, 관할 우체국으로도 알아봤지만 편지의 행방은 찾을 길이 없었다. 교도서에선 부쳤다. 이 쪽에선 받지 못했다. 그럼 우체국에서 문제가 생긴건가? 부치긴 부쳤는가? 교도서에서 검열하다가 부치지 않은 것은 아닌가? 몇 번이고 확인했다. 그러나 교도소 내부에서 있었던 일을 가지고 증거도 없이 심증만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교도관에게는 신창원씨에게 다시 편지를 써달라고는 부탁해달라고 했지만 다음날 선고가 있던 터라 신창원씨에게 미안감이 들었다. 사형을 구형받은 직후에 썼다는 그 없어진 내용이 궁금하기도 했다.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을까?
다음날, 신창원에게 징역 22년 6월이 선고됐다. 그러나 부산교도소 탈주이전에 이미 강도치사죄가 적용돼 무기징역이 선고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번 선고와는 관계없이 무기징역형은 계속 유지된다.
2월 20일 오후 9시경. 신창원 아버지 신흥선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흥선씨와의 통화내용은 간단히 요약한다.
- 여러 우여곡적 끝에 아드님의 편지는 다시 받아보게 되었습니다. 현재 신창원씨의 건강상태는?
"건강하다. 걱정해줘서 고맙다."
- 교도서에서 생활은 어떻다고 하던가?
"창원이 말로는 교도관들도 잘 해주고 요즘은 책도 읽고 잘 적응해나가고 있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라."
- 19일에 징역 22년6개월을 선고받았는데 아버지로서 심정은?
"무기징역으로 살아야 하지만 다행이다 싶고, 한숨 놓았다. 저번에 사형을 받았을 때는 자식의 죽음을 아비가 봐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괴로웠다. 이제 바라는 것은 몸 건강했으면 하고, 거기에서 모범이 되는 것이다. 면목은 없지만 빨리 나왔으면 하는 것이 아비로서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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