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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적 시간의 연속선상에서 보면 사실 어제와 오늘은 크게 다를 게 없다. 하지만 서구적 역세법에 의한 시간적 분절뒤에는 분명 공간적(사회적)단절의 절절함이 배어있다. 인류는 늘상 재앙의 그늘에서 가위눌려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0세기는 우리에게 무엇이었으며, 21세기는 어떤 역사로 꾸며가야 할까? 『20세기 딛고 뛰어넘기』, 이 책이 바로 그런 물음에 대해 힌트를 던지고 있다.

<환경연합>에서는 지난 1999년 1월 각 분야 60여 명의 전문가들로 '21세기위원회'를 구성한 바 있었다. 21세기위원회는 그동안의 환경운동이 중장기적인 비전과 실천전략의 부재, 구체성과 세부적인 사안에 집착한 나머지 단발적인 이슈에 매몰되어 온 점 등을 반성하고 평가하는 게 일차적인 목표였다. 그러한 반성과 평가는 곧바로 환경(사회)운동이 목표로 하는 21세기 사회상을 구체적으로 그려내는 커다란 기둥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 평가작업의 실무를 주도한 환경연합 최예용 정책실장은 "21세기위원회의 연구내용은 앞으로 우리 시민운동의 전략적 방향과 목표를 분명하게 세우는 일이며, 이를 바탕으로 시민대중과 정부에 대안적 사회상을 제시함으로써 시민운동은 물론 사회개혁의 질적 변화를 추구하고자하는 총체적인 모색"이라는 설명이다.

21세기위원회의 연구과제는 환경분야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여성 및 국제, 통일, 국방 등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더구나 관련분야에서 나름대로의 연구영역과 성과를 가지고 있는 60여 명에 달하는 각 분야의 진보적인 학자 및 운동가들에게 연구과제를 풀어놓고 분야별, 영역별 집단적인 연구 및 토론을 거친 것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이처럼 그간 수 차례에 걸친 토론과 세미나를 통해 얻어진 성과물이 이번에 발간한 『20세기 딛고 뛰어넘기』(나남출판사)라는 단행본이다. 따라서 이 책에 실린 원고는 한 개인의 주관적이고 일방적인 주장이 아니라, 각 분야 및 분과에서 토론과 비판을 거듭하며 객관적인 논의절차를 거친 최종 수정본인 셈이다.

60여 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의 필진과 52개의 논문, 문학작품 등을 610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으로 엮어낸 이 책은, 한국의 환경(시민)운동을 총화해내면서 21세기 환경(시민)운동과 시민사회의 새로운 이론적·실천적인 나침반이 될 획기적인 성과물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시민환경연구소 이인현 부소장은 "앞으로 더 깊이 있고 실천적인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희망의 21세기를 바라면서 20세기를 다각도로 반성하고 우리 사회의 방향키를 찾아보자는 실천적이고 총체적인 모색이자 '학제간 연구'의 단초를 마련했다는 점"도 이 책의 중요한 의의라고 분석했다.

총 여섯 단락으로 나뉘어진 이 책은 '백지위의 첫 줄'이라는 시인 최승호씨의 권두시로 시작하는데, 제 1모둠, '돌아보기와 내다보기(시민, 사상, 법 등 총괄분야)'에서는, '21세기 친환경사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환경보전 뿐만 아니라 자연과 인간의 관계, 정치와 경제의 양식, 사회관계, 문화와 인성의 문제, 그리고 도시와 에너지체계 등에서 지금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질적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과 연구과제를 던지고 있다.

제 2모둠, '자율과 참여공동체(정치, 통일, 국방, 국제분야)'라는 단락에서는, '21세기는 과거 20세기의 간접민주주의와 중앙집권적인 정부를 넘어 권력분산의 정치, 참여의 정치, 생태를 중시하는 정치, 일상으로서의 정치를 제도화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러한 녹색정치의 이념을 바탕으로 남북한 환경분야의 교류협력과 국제적인 환경협조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제 3모둠, '시장주의를 넘어서(경제와 과학분야)'는, '21세기의 사회·경제구조는 경제성장, 환경보전, 사회적 분배가 조화를 이루며 발전되어야 한다'는 기조를 바탕으로 '당장은 환경오염을 줄이면서 경제성장을 지속하는 것은 현실적 타당성이 희박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사회체제를 친환경적으로 개혁하여 환경오염과 빈부격차가 발생하는 어떠한 경제성장도 중지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 4모둠, '생태적 문화사회와 인성(문화, 여성, 교육 등 사회분야)' 부분에서는 '근대로 대표되는 지난 세기가 자기중심적 성취지향과 남성성을 강조하였다면, 21세기는 배려, 평화지향, 관계지향, 구체성과 같은 여성성이 강조되어야 한다'고 제안하며, '그것은 경제가 중심인 사회가 아니라 문화사회로의 전환을 추구하는 일'이라고 결론 짓는다. 즉 생태적 감수성의 회복을 위한 제언인 셈이다.

제 5모둠, '건강한 삶의 터전 (도시, 교통, 생태, 농업, 해양 등 분야)'에서는 '앞으로는 친환경적인 개발만이 삶의 질은 담보해낼 수 있다'고 전제하며, 이를 위해서는 농업, 해양, 생태 등에서 환경친화적인 개발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어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도시, 교통, 건축 등이 우리 삶을 질적으로 담아내는 그릇으로 작용하도록 시민운동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도시의 순환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도시의 구조, 자원의 재활용시스템, 생활양식의 변화 등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되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마지막으로 제 6모둠, '순환형 사회(수질, 대기, 폐기물, 에너지 등 분야)' 단락에서는 '현대 산업사회에서 나타나는 과다한 물질소비는 에너지에서부터 수자원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와 규모가 끝이 없으며, 이미 그 한계가 보이고 있다'고 경고하며, '생태적이고 지속가능한 장기적인 안목으로 에너지과소비형, 폐기물과다배출형, 화학물질과다사용형, 용수과소비형 사회체제를 개선함으로써 생태계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일이 절실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산업생산은 물론 행정에서도 폐기물 제로사회를 향해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마지막 단락은 결국 산업사회에 대한 경고이자 극복 대안인 셈이다.

덧붙이는 글 | 『20세기 딛고 뛰어넘기』
[환경운동연합 21세기위원회 편/나남출판/610쪽/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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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대 고양시의원을 지냈으며, 현재 <환경운동연합> 중앙사무처 전략홍보국장으로 일하다, <희망제작소> 뿌리센터장을 거쳐, 2010년 7월부터 경기도의원으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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