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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한 기자회견장, 영화제 최대의 관심를 이끄는 3명의 감독이 모습을 나타냈다. 디지털 세미나와 겹친 시간대이고, 점심시간을 틈타 로저코먼 등 이어지는 해외 게스트와의 인터뷰에 정신없던 기자는 부랴부랴 회견장으로 뛰어 올라갔다.
디지털 세미나에서 김윤태감독이 몰라몰라를 외치며 도리도리를 보여줄 때, 기자가 "그럼 잘 아는 사람을 쓰고 직접 공부는 하지말라"고 농을 던졌다. 김윤태 감독 왈 "이번에 잘 아는 사람과 작업해도 모르겠더구만."(김윤태감독의 작품 <달 세뇨>의 촬영감독은 영화제 기술고문을 맡고 있는 박기웅교수였다.)
박광수감독은 영화는 재미있어야지 하며 <빤스 벗고 뛰어라>의 배우로 기자회견에 임하겠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장위엔은 새로운 선물, 진싱을 직접 대동하고 회견장에 나타났다.(장 위엔 감독의 작품 <진싱 파일>은 중국의 유명한 현대 무용가 진싱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이다.)
- 먼저 소감을 말해달라
박광수 : 영화에서 배우를 하고 있기 때문에(웃음) 여기에 선글라스를 끼고 나왔다. 원래 현장에서 선글라스를 끼지 않는데, 제가 배우다 보니깐, 쑥스러워서 선글라스를 끼게 되었다. 남들이 보고있는 착각이 들어 일부러 선글라스를 끼고 찍었다.
김윤태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질문이 있으시면 열심히 답해드리겠습니다.
장 위엔 : 아직 영화를 보지 못했다. 어제 차가 많이 밀렸다.(삼인삼색의 상영에 참석하지 못했다는 이야기) 이번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된 것이 무척 기쁘다. 더 기쁜 것은 다른 두 분의 재능있는 감독과 함께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박광수 감독은 특히 존경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매우 재능이 있다. 그래서 기쁘다.
진 싱 : 장 위엔 감독을 통해서 이번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되어 기쁘다. 나도 조선족이라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 한국 사람들이 자신을 더 잘 이해해 줄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해 어떤 이야기가 있었는지 알 수 없어 조금은 두렵다.
- 이번 프로젝트는 영화제에서 사전 제작 지원이 되었나?
박광수 : 5천만원씩 지원이 되었다. 담당 프로듀서가 더 정확하게 알지만 거의 지원된 걸로 알고 있다.
영화제 홍보실장 : 보충 설명을 하자면, 지난 2월 10일에 디지털 삼인삼색 제작 발표회를 가졌다. 저희 영화제에서 사전 제작 지원하는 프로젝트였고, 각 감독님들에게 5천만원씩 지원해 드리면서, 30분 분량이고, 주제를 N, 즉 뉴 테크놀러지, 뉴 제너레이션, 네트웍이라는 3개의 주제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드린 것이다. 그래서 30분의 3개를 모아 150분의 옴니버스 영화를 만들어 디지털 전용 상영관과 키네코 작업을 한 후 일반 극장에서 상영하는 프로젝트였다.
- 이번 작업에서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차이점이 있었나?
장 위엔 : 이 작품에는 디지털뿐만 아니라 예전에 찍었던 아날로그 부분도 있다.그래서 필름이나 디지털이나 역할에 다른 점은 없었다. 여전히 문제는 감독의 생각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있다. 물론 편안하다는 장점은 있다. 디지털 카메라는 혼자서 '핸드헬드'(손으로 들고 찍기) 등을 할 수 있어 편리하다. 이번 작업은 디지털에서 다시 필름으로 전환하는 키네코 작업이 3일 후에 볼 수 있다. 그때 같이 효과를 보도록 하자.
김윤태 : 이번 프로젝트는 실험의 의미가 깊다. 디지털 매체를 이용해서 영화를 만들기가 어떻게 가능한지 점검하는 시금석이라 생각된다. 저는 두 분 감독님에 비해 경험이 짧다. 나의 세계를 조금씩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 이번 실험에 참여하는 것이 두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현장에서 생기는 문제들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영화제에 상영해야 한다는 시간적, 자본적 제약이 있었고, 그런 기획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완성도보다는 오히려 이러한 경로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작업들이 추후에 한 예가 될 수 있다는, 데이터가 되어 사람들에게 유용한 자료가 될 거라는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박광수 : 디지털은 전에 사용을 해 본적이 있다. 디지털을 영화에 수용하는 것을 작년 여름부터 조감독이랑 스터디를 하고 있었다. <이재수의 난>때 우리가 쓴 카메라가 아리530이었는데, 이번에 사용한 Sony DCR-PD100 같은 경우, 아리530을 살 수 있는 가격에 100대를 살 수 있다.
카메라가 작고, 여러 대의 카메라를 동시에 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카메라가 작아지면서 영화에서 현장성과 즉흥성을 잘 살릴 수 있고, 카메라가 어느 각도에서든 손쉽게 찍을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 작업 때에는 35mm와는 다른 각도로 작업을 했다. 여러 대의 카메라로 작업할 수 있었던 것은 필름 값에 비해 테이프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고, 덕분에 촬영을 계속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영화를 연출하는데 있어서, 처음부터 정교하게 연출된 장면들만 담는 것이 아니라 시추에이션만 잡아놓고 배우들과 적당한 선에서 합의만 보고, 과정이나 결과는 연기자의 판단에 맡기는 즉흥적인 연출로 첫날 하루에 본 촬영을 끝냈다. 첫날 30시간 분량의 촬영을 했는데, 저 같은 경우 장편을 한 편을 만드는데, NG포함해서 전체 25시간 분량을 찍는다.
장편 4개월동안 찍는 분량을 하루에 다 찍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나머지 일주일 동안 다큐멘터리처럼 찍은 것을 기반으로 해서, 거기서 나온 이야기의 결과를 가지고 중간과정을 다시 연출을 해서 찍었다. 뒤집어서 찍었다는 이야기이다. 보통 본 촬영을 일주일한다면, 하루를 보충 촬영하는 개념인데, 본 촬영을 하루하고 보충을 일주일한 경우니깐 조금은 다른 각도로 접근한 경우다. 이런 것들이 디지털 카메라가 가지는 장점이라 생각된다. 어려운 점은 디지털로 촬영해서 필름 수준으로 뽑아내는 프로세스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계속 스터디의 연속이었다.
참고로 기자회견장엔 포토를 제외한 거의 대다수의 기자들이 웹진이었다. 일간지와 유명 매체들은 따로 그들은 인터뷰한 상태이기 때문에 질문은 주로 웹진에서 나왔다. 하지만 그들의 질문은 조금 상식 밖의 것들이었다. 대체로 자신의 영화에 대한 평가를 작가들에게 주입하며 잘못을 인정하라는 식의 질문이었고, 급기야 그들은 김윤태 감독에게 잘못 만들어서 죄송하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그 질문 공세는 무척이나 집요한 것이었고, 자신의 미학적 허세를 부리는 만용에 가까운 이상한 언어들이었다.
본 기자는 솔직히 그 기자가 말하는 것을 거의 이해하지 못했고, 그 이유는 그들이 김윤태 감독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혀 없는 망무가내식의 발언들을 하였기 때문이다. 김윤태 감독은 실험영화 감독이며 <달 세뇨>는 전작에 비해 무척이나 친절한 스토리라인을 가진 작품이었다. 그 기자는 김윤태 감독의 이전 작품들을 보지 못한 것 같았다.
이런 분위기들이 웹진의 위상을 의심하게 하고 기존 매체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빌미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우리가 경계하고 솔직히 평가해야 할 부분들이지 않을까? 그들의 질문이 난해(? : 말의 앞뒤가 맞지 않는 언어들의 구사.)한 관계로 쉽게 요약한다.
- 박광수 감독님의 다른 작품들과는 많이 다르다. 조금은 장난을 치는 것 같은데...
박광수 : 질문이 어떤 말인지 모르겠다. 대충 알아들은 것으로 이야기를 하면(웃음), 이전까지는 과거를 통해서 현재를 보는 방식이었는데, 이번엔 한국사회를 단적으로 '빤스'라는 상징으로 가져갔다.
이걸 준비하면서 많은 자료조사를 했었는데, 실제 에로배우를 만나서 인터뷰도 하고 하면서 에로비디오 업계에 대해 많이 알게되었다. 에로 업계가 밖으로 크게 나와있지는 않지만 사실 큰 덩치로 존재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그런 것을 많이 알게 되었다.
- (이어지는 질문) 감독님의 작품이 무척이나 어렵다. 충무로에서 작업하는 감독이면 무언가 색다른 것이 나와야 하지 않나?
박광수 : 어렵다고 하는 평가는 처음 듣는다. 디지털의 특징은 개인 누구나 혼자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극장에서 배급을 하지 않더라도, 인터넷으로 배급을 할 수 있다. 훈련된 배우나 훈련된 스텝이 없더라도, 얼마든지 영화를 찍을 수 있는 특색이 있는데, 그것은 지금 말씀하시는 심각하다거나 어려운 것이랑 반대하는 개념이라 생각한다. 디지털의 세계에선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더 이상 어떤 잘난 사람들만이 아니게 된다. 누구나 창작할 수 있는 기회의 평등이 제공되는 것이 디지털이다.
- 작품의 주제와 컨텐츠를 영화제에서 받고, 자본까지 지원을 받았다. 영화제를 위한 영화가 아닌가? 작품을 완성하고 이 작품에 자신이 있다고 말할 수 있나? 후회는 없나?
김윤태(이미 앞에서 이번 작업의 의미를 설명한 상태, 조금은 황당한 표정) : 이번 프로젝트를 보는 의의나 관점이 조금은 다른 것 같다.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이번 프로젝트는 디지털 방식에 대한 실험이었다. 디지털로 작업하는 프로세스에는 우리가 모르는 복잡한 과정들이 있었다. 영화제 상영이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상영 당일 날까지 작업을 해야 했다. 겨우 상영 당일 날까지 완성했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물론 제한된 예산, 짧은 일정들 속에서 흡족한 작업물을 뽑아낸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30분의 길이로 영화를 만들기로 했는데, 호흡이 장편으로 가다듬어져서 많은 애로사항이 있었다. 그리고 후반 작업에서 많은 문제점을 만났다. 그래서 영화를 보시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을 거리고 생각한다. 저랑은 다른 이유로 다른 두 분도 그런 문제점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 작품이 말이 되질 않는다. 무슨 이야기를 했나?
김윤태 : 일종의 코멘트를 하신 것 같다. 거기에 어떤 답을 해야하는 지 모르겠다. 영화를 그렇게 보셨다면,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선 그런 평가도 있구나 하고 심사숙고해야할 문제이지 거기에 대해서 무엇이라 답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의 작품에서 배우에게 대사가 있고, 거리를 걸어다니고, 여관을 가고, 섹스를 하고 이런 것(명확한 스토리라인이 있는 이야기)은 처음이다.
제가 작업해오던 경로들을 따져 본다면,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거의 제휴와 죽음에 관한 어떤 실험영화 작업들을 해왔었기 때문에, 그럼 이번엔 실험영화에서 나와서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공감해보자는 의도가 이번 작품에 담겨 있었다. 지금 말씀하시는 것으로 보아서는 그것이 잘 형성된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런 점이 아쉽다.
이것은 기자라는 직무를 이용한 작가에 대한 공개적인 강간이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는 것, 작가의 작품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것이 그 작가에 대한 평가로 이어지고 비판하고 공격하는 것,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기자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름을 서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검열의 법칙이다. 따라서 작가에게 잘못을 자백하라 라는 식의 돌팔매질은 없어져야 한다.
- 이전 작업의 연작이라고 보면 되나?
김윤태 : 아니다. 어떤 작품이더라도 그 작품은 내연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영화는 보는 관점에 따라 각각이 독립되어 자생하는 객체라고 생각된다.
- 개막식날 상영과 어제의 상영이 다른 것 같다.
박광수 : 첫날 상영한 필름이 어둡다는 평가여서 어제는 조금 밝게 상영을 했다. 배우가 우는 장면에서 눈물이 보이지 않았는데, 어제 상영때는 눈물이 잘 보였다. 이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그것 하나가 (관객이) 영화를 받아들이는 데 많은 작용을 한다. 우리가 처음 겪어가는 과정이 여러 가지 데이터로 축적되어진다는 의미이다.
- 작품을 보면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새로움이 없다. 새로움을 발견하는 실험에서 무엇을 느꼈나?
박광수(기자에게) : 디지털로 영화를 찍어본 적이 있나?
그 기자 : 없다.
박광수 : 왜 안찍어 봤냐? 디지털은 누구나가 찍을 수 있는 것이다.
아까 그 기자 : 나는 영화 미학을 전공하고 있기 때문에 못 찍었다. 찍어 볼 계획이다. 찍어본 친구에게서 이야기를 들었다. 이 영화제에서 그런 답을 얻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질문을 던진 것이다.
박광수 : 내 생각에는 아마 찍어보면 답이 나올 것 같다.
디지털로 영화를 찍는 것은 디지털이 어떤 심오하고 특별한 것이 있어서 찍는 것이 아니고, 단지 디지털 카메라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지 영화제에서 논리적으로 정의하는 것이 아니다. 찍어 봐라!
또 아까 그 기자 : 논리적인 대답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모두 디지털, 디지털 한다. 어떤 새로운 것이 있지 않을까 하고 물어보는 것이다.
박광수 : 좋은 이야기인데, 우리는 지금 시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온 (해외) 영화들은 굉장히 질 높은 작품들이 많다. 그들은 많은 축적된 기술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사용한 카메라는 (디지털 중에) 최하위 기종이다. 그 위엔 디지베타도 있고 HDTV도 있다. 여기에 온 영화는 우리 같은 5천만원짜리 영화가 아니고, 50억을 들여서 제작된 고품격의 영화들이 많다. 그것을 비교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한국 내에서도 디지털에 대한 역량이 축적되고, 여러 작품이 나오면 논의가 될 수 있을 것 같고, 우리 같은 경우는 이제 시작한 것이다.
N-Vision의 HDTV 기술을 선보인 존 아캄프라 인터뷰로 그 자리를 더 사수하지 못했다. 참고로 3명의 감독과 진싱은 답변에서 높임말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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