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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도 110주년 국제 노동절 메이 데이 집회와 시위는 아시아 각 지역에서 예년과는 다른 강력한 움직임을 보였다. 영국 런던에서의 반 자본주의 시위가 유럽지역에서 가장 주목되는 상황이었던 반면에 아시아 지역에서도 이에 못지 않은 대대적인 시위사태가 벌어졌던 것이다.

이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시위가 발생한 나라는 일본이었다. 일본의 경우, 1000여개의 메이 데이 행사가 있었으며 참가인원도 1백 70만명 이상이었는데 일본 최대 노조 조직인 일본 노조 연맹은 정리해고 금지와 노동조건의 개선을 요구로 내걸었다.

일본의 경우 전후 최악의 실업율을 보이고 있는데, 일본정부는 지난 주 3월 현재 실업자의 수가 전후 최고로 3백 49만명에 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국의 경우에도 노동절 시위는 강력한 양상을 보였는데, 가장 중요한 주제는 기업들의 해외매각 중단이었다. 특히 대우자동차를 해외자본에게 넘기는 문제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와도 중차대한 관련을 가지게 된다는 점에서 향후 정부의 대응이 계속 주목되고 있다.

대만의 경우에는 메이 데이 시위를 통해 대만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기게 된다는 점을 들어 외국 노동력 수입을 자제할 것을 요구했다. 말레지아는 최저임금과 관련한 시위가 일어났으며, 필리핀에서는 마닐라의 대통령 궁 근방에서 자본의 세계화로 인한 필리핀 노동자들의 생활환경 악화와 필리핀 경제의 종속에 대한 저항시위가 발생했다.

이밖에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콜롬보,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노조결성의 자유, 임금인상, 노동조건 개선등을 요구하는 메이 데이 시위가 벌어졌다.

이렇게 아시아 각지에서 전례없이 메이 데이 행사와 노동자들의 시위집회가 대규모로 발생한 것은 특히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변화한 아시아 지역 경제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초국적 자본의 세계적 확대과정인 세계화로 인해 이들 지역의 노동자들이 압박을 받고 있으며, 이와 함께 이들 아시아 지역의 경제가 급속하게 종속적인 경향이 심화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 지역의 금융위기는 이들 나라들의 경제를 초국적 자본에게 무방비적으로 노출하도록 만들었으며, 이들 초국적 자본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노동자들에 대한 관리가 이루어짐으로써 가장 강도높은 압박과 부담이 이들 노동자들에게 전가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런 결과 임금은 낮은 수준에 계속 묶여 있고 노동조건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며, 해고의 위협은 사회적으로 확산되어 가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하겠다.

더군다나 기업들의 해외매각의 증가는 이들 나라의 국부유출과 경제에 대한 주도권 이동의 문제만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삶을 좌우하는 자본의 주체가 정리해고를 능사로 하는 초국적 기업이 된다는 점에서 더더욱 상황이 긴박해져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이들 해외 초국적 자본의 주도권에 압박을 받게 되는 아시아 지역 국가들은 노동자들을 보호하기보다는 이들 초국적 자본의 이해를 우선적으로 지켜내는 쪽으로 기울게 되어 결국 이들 나라의 권력과 초국적 자본의 동맹체제가 형성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그리고 이러한 초국적 자본과 이들 나라의 권력간의 동맹체제는 노동자들을 조직적으로 압박하면서 보다 고강도의 착취구조를 유지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현실이 되어 가면 노동자들의 생활개선은 점점 어려워질 뿐만이 아니라 자연환경의 생태계도 이들 초국적 자본의 이해에 따라 언제든 파괴되고 마는 지경이 된다. 따라서 이들 아시아 지역의 노동자들이 전개한 메이 데이 시위집회는 단지 이들 노동자들의 행사로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 지역 전체의 미래적 사활과도 같은 주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하겠다.

미국 언론들은 세계 각처에서 일어난 메이 데이 행사가 폭력으로 얼룩졌다는 식으로만 주로 보도하고 있다. 시위대와 경찰간의 충돌을 부각시키고 메이 데이 행사가 폭력적인 과격파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인상을 주려는 것이다.

메이 데이 행사의 배경과 그것이 갖는 세계적 의미, 그리고 세계자본주의 체제의 확대과정에 대한 저항시위가 일어나는 연유에 대하여서는 일반대중들이 알도록 돕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로, 아시아 지역에서 일어난 이번 메이 데이 시위는 지난해 시애틀로부터 시작된 세계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일대 저항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의미하며 탈냉전의 시기가 서구 자본주의체제의 승리로 귀결되었다는 이념적 논리가 파산되어가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오히려 탈냉전의 시기로 강화된 세계화가 저항에 직면하고 있으며 새로운 방향전환과 변화가 있지 않을 때에는 보다 심각한 위기가 온다는 것을 예감하게 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아시아의 금융위기는 아시아의 낙후한 경제체제 때문이라는 비난을 했던 서구의 자본주의체제가 지금 최대의 반격에 봉착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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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 기자는 경희대 교수를 역임, 현재 조선학, 생태문명, 정치윤리, 세계문명사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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