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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피어싱 BODY PIERCING
바디는 바디이고, 피어싱은 무엇일까? 뚫는다는 말이다.
그럼 몸을 뚫어?

귀를 뚫는 것은 이제 아무것도 아닌 세상이 되었다. 귀에 2개, 3개의 귀고리를 한 젊은이들도 이제는 너무나 흔하다.
N세대. 그들이 테크노 바에서 춤을 출 때 현란한 조명아래 반짝이던 몸 위의 작은 야광은 이제 더 이상 반짝이 형광스티커가 아니다.

그들은 왜 몸을 뚫는가?
그들에게 ‘몸’은 더 이상 신체발부 수지부모(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신체에 손상을 입히는 것은 불효다라는 뜻)가 아니라 그들 자신의 것이다. 조물주가 내려준 가장 아름다운 창조물인 인간의 신체, 그들은 자신들의 신체에 예술을 입히는 것을 즐긴다.

그렇다면 바디피어싱은 바디아트라는 말이 된다. 힌두교와 이슬람교에서 몸을 뚫는 고통을 통해 자신의 죄를 속죄하는 고대 종교의식으로 출발한 피어싱은 약 13년 전쯤 영국에서 처음 시작되었고, 프랑스와 미국, 네덜란드등에서는 현대 바디아트의 대표인 ‘문신(tatoo)’과 함께 현대예술의 한 갈래로써, 또한 사회적으로 인정된, 즉 돈벌이가 꽤 좋은 사업이기도 하다.

정확히 말을 하면 신체에 직접 그림을 그리는 문신은 그 자체로 예술이 되지만, 피어싱의 경우는 보석디자인 자체에 예술성을 부여하고, 몸을 뚫어 링 등을 다는 것은 유행으로 간주하는 편이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한 사업장에서 문신과 피어싱을 함께 하고 있으며, 바디아트로서 함께 묶고 있다.

한국에는 약 4년전 주노씨(이대앞 ‘주노’대표)에 의해 소개되어 현재는 이대와 신촌, 대학로와 압구정동, 동대문상가, 안양등지에 피어싱 전문샾이 소개되고 있으며, 인터넷상에도 바디아트 홈페이지 몇 개가 도메인 등록날짜로 서로 자신들의 홈이 한국최초라며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피어싱을 하는 층은 대부분이 젊은 층, 10대 후반과 20대 초, 중반이다.
그들은 개성을 표출하기 위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 남들이 보이는 곳에 피어싱을 한다. 일반적으로 눈썹 홀부분과 코 옆쪽, 코 연골, 입술, 배꼽등에 많이 하는 편이며, 이런 곳을 피어싱한다면 그저 ‘미관상’, 예쁘고 독특하게 보이기 위해 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자, 남자 모두 키스할 때 좀더 색다른 느낌을 받기 위해서 혀를 뚫으며, 성적 오르가즘을 느끼기 위해서 유두와 음부에 피어싱을 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음부를 뚫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외국에서는 페니스나 클리토리스에 피어싱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피어서(piercer, 뚫어주는 사람)들은 음부에 뚫는 것을 그리 권하지는 않는 편이다. 페니스의 경우 서너가지 다른 형태로 피어싱을 할 수 있고, 만약 뚫으면 굉장히 조심을 해야 하는 한편, 한 달 이상 성생활을 할 수가 없다. 또한 유두에 뚫을 경우 남, 녀 모두 가슴이 짝짝이가 될 수 있으며, 여성의 경우는 아이에게 젖을 물릴 때 아주 위험하므로, 떼어내거나 수술을 해야만 한다.

자, 그럼 시술 장면을 관람해볼까?

먼저 원하는 신체부위를 정하고, 마음에 드는 디자인의 링을 고른다.
얼굴부분을 뚫을 때는 앉아도 그만, 서도 그만이다. 배꼽을 뚫을 때는 좀 푹신한 소파에 앉혀준다. 골라 놓은 링을 소독하고, 뚫을 부분도 소독한다. 그리고 볼펜으로 두개의 점을 찍고 1회용 바늘로 그 부분을 주사한다.

"앗", 뚫는 사람은 짧은 외마디 비명을 지른다.조금만 참으라면서 피어서가 달랜다. 금새 붉은 피가 흐르기 시작한다. 피부가 민감한 사람은 피를 더 많이 흘린다. 주사로 구멍 2개를 내고서는 골라 놓은 링을 쑤시는 듯한 기분으로 밀어낸다.

"으흐흐, 다 되었나요?" 잔뜩 긴장을 하고 묻는다. 일단 시술은 끝났다. 시술부위를 붕대와 밴드를 붙여 가려준다. 시술 끝. 5분정도 걸렸을까? 링값은 보통 만원에서 이만원 사이. 뚫는 값은 따로 받는 곳도 있고 받지 않는 곳도 있다.

여기서 우리가 심각하게 고려해야할 것이 있다.
정작 피어싱이 문화와 개성표출로 자리를 잡아 간다면, 더 많은 젊은이들이 하게 될 것이고, 그럴 경우 피어싱에 대한 인식과 의식이 달라져야 한다.

뚫는 사람도, 뚫어 주는 사람도 '선진화'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기본적인 것들이 제도적으로 밑받침 되어주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시행법상 남의 몸에 상처를 내고서 돈을 받는 것은 아직 까지는 불법이다. 하지만 마취가 필요할 정도로, 의사의 손이 필요할 만큼 큰 일이 아니라는 인식때문에, 또한 악세서리 가게와 미용실에서 오랜 동안 아무 탈없이 해왔기 때문에 이제는 그저 관행이 되어버렸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피어싱을 배우는 것은 학원이 아닌, 스승과 제자로서 익히면서 배우고 또 뚫게 된다.(이 점은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미국의 피어싱은 샾(가게)이란 말보다는 스튜디오라는 말을 많이 쓰고, 시술을 하는 곳은 독립되어 따로 있다. 또한 시술실에는 병원의 수술대 같은 것이 마련되어 있고, 간단한 의료, 소독기구와 피부등을 테스트하는 인큐베이터가 마련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샾은 동대문 밀리오레 상가의 경우 1평정도의 크기에 다른 의상소품과 함께 장사를 하면서 원하는 경우 그 자리에서 서서 뚫어준다. 시술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도 않고 인큐베이터도 위생시설도 없다. 거기에 비하면 대학로의 ‘링’ 등 몇몇 곳은 샾과 분리된 시술실이 마련되어 있으나 더 보충해야 할 시설들이 몇가지 있다.

미국 및 유럽, 이스라엘의 경우에는 사회적으로 피어싱 라이센스(Skin Penetration Procedures Business licence)를 발급해주며, 아무리 예술이다 하더라도 사람의 신체를 다루다보니, RED CROSS에서 실시하는 공식과정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으며, APP(Association of Professional Piercers)협회의 멤버로 가입해서 활동하는 피어서를 전문가로 인정하며, 피어싱에대한 전문잡지와 책, 디자인 연구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저 관행으로 시행되다 보니 라이센스는 만들 수도, 발급해 주는 곳도 없다. 뚫는 사람도 뚫어주는 사람도 그저 뚫은 후에 아무 탈이 없으면 그만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RED CROSS인 적십자에서 하는 훈련은 응급처치, 인명구조, 가정간호(간병인교육) 단지 3가지 과정만이 있을 뿐이니, 피어싱을 해주는 사람들은 교육을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하고, 피어싱 고객들에게 애프터케어로서 설명해 줄 수 있는 것은 곪지 않도록 소독이나 잘 하라는 말뿐이다. 정작 의사들은 바디피어싱을 하나의 의료행위로 보고 있기 때문일까? 공식기관에서는 피어싱에 대한 일체의 의료교육이 없다.

외국에서는 미성년자의 경우 부모의 동의를 받거나 부모의 동의서가 있어야 피어싱이 가능하도록, 또한 시술업자들이 위생기준을 철저히 준수하도록 하는 법안이 마련되어져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런 법적인 제재가 없다.

어린 나이에 피어싱을 하는 경우 부작용은 더 크다. 코의 옆 살이 아닌 연골을 뚫은 경우 크게 잘못될 수도 있다. 또 비전문가가 시술을 할 경우, 전체 피어싱매니아의 30%이상이 가벼운 감염, 출혈, 피부조직의 부종등에 노출되어 있다는 통계가 있듯이 일반적인 부작용이 뒤따를 수도 있으며, 어떤 경우 링이 피부를 잘못 파고들어 심한 고통 및 언어장애가 있을 수도 있다.

성숙하고 올바른 바디피어싱.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청소년들의 현명한 판단과 지각이 먼저 선행되어져야 한다. 피어싱전문가를 잘 선택해서 제대로 시설이 갖추어진 깨끗한 피어싱샾을 찾아가도록 하고, 시술실은 독립적으로 마련된 곳을 선택하자.

시술부위와 피어싱링을 소독하는 것을 확인하고 피어서가 라텍스 위생장갑을 끼고 시술을 하는지, 배운지 몇 년 되었는지(적어도 1년은 배워야 한다), 몇 번을 뚫었는지 꼭 물어보아야 할 것이다. 시술 후 애프터케어에 관해 꼭 물어보고, 소독을 잘 해서 염증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문화라는 것은 언제 들어왔나 보다는, 어떻게, 얼마나 빨리 전파되느냐가 더 무서운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적 제재도, 법안도, 의료교육도, 전문피어서들의 모임도, 그 아무것도 마련되어져 있지 않은 우리나라에, 과연 피어싱의 번짐의 속도는 얼마나 빠른가?

한국사회의 배타적인 시선 속에서, 새로운 문화를 정착해 나가는 것은 결국 젊은이들의 몫이다.

앞으로 몇 년 이내에 이런 바디아트를 보호하는 제재와 교육이 뒷받침되어질까?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청소년들을 기이한 취미의 비성숙한 그룹으로 분리하기 보다는 좀더 올바르고 성숙한 문화를 키워나갈 수 있도록 보호할 것은 보호하고, 제재할 것은 제재하는 사회의 뒷받침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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