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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는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만병은 피로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그만큼 증상이 모호하고 모든 질병의 표현방식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뚜렷한 원인 없이 몇 년씩 심한 피로감(신체적 혹은 정신적으로 지치거나 약해진 상태)이 계속되고 활동량이 일상생활의 50퍼센트가 넘지 못할 때, 주로 서양에서 많은 것으로 알려진 '만성피로증후군'(Chronic fatigue syndrome)이라는 질병을 생각하기도 하지만, 진단이 쉽지도 않고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드물다.
피로를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는 질환으로는 빈혈, 당뇨병, 갑상선 질환, 신부전증, 만성 신장염, 결핵, 간염, 고혈압, 심장 질환, 악성 종양(암), 류마치스성 질환, 발열성 질환, 영양결핍, 우울증, 불안증, 스트레스, 약물 부작용, 항고혈압제, 대개의 신경안정제, 소염진통제, 항경련제, 부신피질스테로이드, 감기약, 경구 피임약, 지나친 흡연, 음주, 운동 부족, 중증의 비만, 앞서의 만성 피로증후군 등 수도 없이 많다.
따라서 '피곤한데 어디가 이상이 있는게 아닌가?' 하는 물음은 가장 답변하기 어려운 것이 되기도 하고, 스스로 원인을 넘겨짚어 병을 키울 수도 있는 함정이 되기도 한다.
병원에서는 피로를 호소하는 환자라면 우선 우리나라에 흔한 간염, 결핵 등을 비롯해 자세한 증상과 진찰소견에 따라 주요검사를 시행하게 되는데 이러한 검사에서 이상이 없다면 일단 육체적인 질병이 아니라고 안심해도 될 것이다.
육체적인 병에 의한 피로감은 다른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흔한데, 한달 이상의 만성적 기침, 5퍼센트 이상의 체중감소, 만성적인 소화불량, 더위나 추위를 못 참고 손이 떨리는 등의 증상이 있을 경우 육체적인 질병에 의한 피로를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피로감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사람들의 반 수 이상은 육체적인 질병이 없이 정신적 요인, 우울증, 과로, 운동부족 등이 원인이라고 한다.
많은 직장인들이 만성적인 피로감 때문에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지만 검사에서 이상소견이 없었던 경험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는 절대적인 수면시간의 부족이나,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지, 심하게 코를 골지는 않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직장에서의 과로, 스트레스, 장시간에 걸친 운전도 피로의 원인이 된다.
직장에서 과로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아무런 운동이나 여가생활을 갖지 못하고 쓰러져 자게 되고, 결국 과로에 운동부족이 겹치면서 더욱 피로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 우리네 직장인들의 피로 일순위가 아닌가 싶다.
피로를 이기는 방법은?
사실 세상을 등지고 절에라도 들어가야 가능한 지도 모른다.
규칙적인 운동, 금연, 금주, 카페인(커피 등) 섭취를 줄이고, 습관적인 약물복용을 피한다.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며, 충분한 수면을 취한다. 영양학적으로 균형잡힌 식사와, 과식을 피하고 비타민과 미네랄을 충분히 섭취한다. 업무량의 조절과 효율적인 시간 계획으로 충분히 휴식을 취한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스트레스를 줄인다.
얼마나 가능한가?
'잘먹고 잘자고 잘쉬면 된다.' 이것도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빠듯한 생활 속에서 별로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피로하다고 해서 먹고 자는 것으로 이를 해결하려 한다면 의욕감퇴, 비만등 새로운 문제를 잉태시키고 결국 피로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전날 술을 많이 먹어서 피로하다든지, 갑자기 밤샘을 해서 그렇다든지 하는 급성피로의 경우는 일정한 시간의 휴식과 수면이 도움이 되겠지만 말이다.
한가지를 선택한다면 규칙적인 운동을 선택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차적으로 다른 생활의 변화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달리기, 빨리 걷기, 수영, 물 속에서 걷기, 자건거 타기와 같은 운동을 하루 20분 이상, 일주일에 3-4일 정도 한다면 바랄 것이 없다.
운동의 강도는 분당최대맥박수를 계산해서 약 80퍼센트 정도의 맥박수를 최대목표맥박수로 해서 운동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 예를 들어 40세인 사람이라면 220에서 본인의 나이를 뺀 220-40=180회가 운동시 이 사람의 분당최대맥박수가 되는데 운동이 끝난 직후의 맥박수가 180×0.8=144회 정도가 되는 것이 적당하다.
하지만 매번 초시계로 잴 수는 없는 일이므로 보통 운동 직후 숨이 턱에 닿을 정도는 과하고, 노래 하나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숨이 차는 것이 적당하다고 한다.
한번 쯤은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안해본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혼자서는 작심삼일이기 일쑤고, 헬스, 수영강습 등 미리 돈을 내고 해야 한 달에 열흘정도라도 나가게 된다. 그나마 한 두달이면 돈이 아까워서 더는 못한다.
먹고 노는 사람이라면 아니라면, 불규칙한 직장일이나 사회생활이 규칙적인 운동시간을 갖기 어렵게 만드는 것은 누구에게나 똑같은 조건이다.
그렇다면 주5일 근무제가 이슈가 되고 있는 지금, 이제 다음 목표는 정규근무시간에 직장이나 부서에서 단체로 운동할 수 있는 시간과 조건을 마련하라고 요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 마저도 피로를 느낄 시간조차 없이 드링크제에 의존해서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사람들에게는 사치스런 얘기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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