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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386세대라는 정치인들이 광주 망월동에 참배 갔다가 저녁에는 술판을 벌인 것이 들통나서 세상이 시끄럽다. 그 386세대들이 열광했던 전설적인 락 그룹, 그리고 그 리더.

5월 26일 금요일 저녁. 일산 백마 카페촌의 한 카페에서 그룹 들국화의 공연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장(카페)으로 향했다. 비가 부슬부슬 오는 가운데 좋은 자리에 앉고 싶은 욕심으로 조금 서둘렀는데, 8시 반에 공연이 열린다는 카페에 도착했다.

안으로 들어가서 둘러 보았는데, 의외로 사람들이 적은데 놀랐다. 어느 무명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몇 테이불에 손님이 앉아 있었다. 그런데 곧 전인권과 최성원 주찬권이 우리 뒤를 따라서 카페안으로 들어오는 것이였다. 공연은 10시라고 했는데 벌써 오다니.

난 10년만에 그들이 함께 모여있는 것을 직접 보면서 약간의 흥분과 설렘을 안고 이층으로 올라가 공연을 기다렸다. 음악은 계속 들국화의 음악들이 나오고, 전인권과 최성원 주찬권은 중앙 테이블에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드디어 10시가 되고, 우리의 추억들은 무대로 올라갔다. 최성원과 주찬권은 예전과 별 다른 것이 없어 보였지만, 전인권은 너무나 변해 있었다. 많이 늘어난 몸무게로 인해 볼품이 없어졌고, 요즘 자주 입고 다닌다는 점퍼가 초라해 보였다.

"오늘 우린 여기 놀러 왔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도 놀러 왔습니다. 그러니까 우린 재미있게 노는 겁니다." 어눌한 말투의 전인권의 인사로 공연은 시작됐다. 사람들은 한 50여명.

팝송을 몇곡 불렀고, 곳이어 "그것만이 내세상" "아침이 밝아 올 때 까지" "행진" 그리고 앵콜곡으로 "사랑한 후에"를 불렀다.

최성원은 베이스 기타 대신 건반을 연주했고, 주찬권은 드럼을 연주했다. 전체적으로는 정식 공연이라 할 수 없는 악기편성과 연주였다.

그냥 연습실에서 연습중에 찾아온 팬들을 위해 한두 곡 불러주는 느낌이 났다. 전인권 말대로 그냥 놀아본 것이다. 최성원은 가끔 연주중에 틀리기도 했고, 전인권은 목소리가 많이 상해서 고음에서는 예전의 폭발력을 보여주진 못했다.

망가진 전인권의 목소리에 마음이 상해서일까. 주찬권은 드럼을 난폭하게 다루었다. 하지만 팬들은 예전의 그 환호를 그대로 보여주었으며 서울에서 원정(?)온 골수 팬들은 풍선을 준비하고 노래 중간에는 종이 비행기를 접어 날려 보내기도 했다.

이제는 전성기를 지난 왕년의 스타에게 예전의 기량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작은 무대에서라도 예전의 추억을 되살리는 이런 작은 공연이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자주 일산에 올께요'라는 전인권의 말처럼 음악외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살아온 노가객에게 작은 무대라도 자주 제공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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