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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김영춘 한나라당 당선자는 오늘(5월 29일) 오후 오마이뉴스에 전화를 걸어와 이 기고문을 싣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 당선자는 기자회원으로 가입한 후 이 글을 올렸다.)


운좋게 이 소나기에서 한발 비껴날 수 있었던 사람입니다. 저는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 공천으로 서울광진갑구에서 당선된 김영춘입니다. 제3의 힘 회원이기도 하구요. 문제의 술자리에 없었기 때문에 직접적인 욕은 안먹고 있지만 "젊은 놈들이 다 그렇지 뭐, 튈 때 알아봤어."식의 비난과 폄하로부터는 자유로울 수 없으므로 당사자된 심정으로 이 글을 올립니다.

그날 광주 망월동 묘지 참배에는 10명의 한나라당 당선자들과 원외 위원장들이 함께 했더랬습니다. 민주당 측은 당일 밤 자체 M.T 계획이 있어 남았고, 저희들은 먼저 상경했습니다. 만약 남았더라면 언론기사의 제목은 '정치권 386, 낮과 밤의 두얼굴'이 되었을 것입니다(사실은 386이 아닌 분들도 많았는데 말이죠).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그날의 해프닝은 비난받아 마땅한 '실수'라는 겁니다. 5월 17일 밤 광주에서, 그 광주정신의 계승자를 자처하는 젊은 정치인들이 아가씨들이 접대하는 비싼 술판을 벌였다는 것은 이유를 불문하고 욕먹을 짓입니다.

더욱이 그들은 이 땅의 한심한 정치를 개혁할 기대주들로 각광받고 있었기에 말입니다. 그렇다고 그 사람들을 위선자, 도덕적 파탄자로 몰아세움으로써 그들의 의기까지 결딴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 전부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제가 속내를 잘 아는 몇 사람은 비록 당이 다르긴 하나 정말 이 나라의 정치를 바로잡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려는 자세와 의지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거대한 기득권력에 몸으로 사명으로 맞서 부딪칠 각오가 되어 있는 극소수의 정치인들 중 일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 글을 읽는 분들께 그들이 실수를 인정하고 여러분들이 기대하는 역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는 한 그들을 너그럽게 품어달라고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여기서 짓밟아버리기엔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너무나 소중한 싹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적어도 제가 잘 아는 그들이 이 게시판의 일부에서 이야기하듯이 과거를 팔아 자신의 출세를 꾀하는 천격들은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들과 같은 상황에 직면했더라면, 맥주 한잔만 하고 가라는 광주 출신 당선자 선배의 권유를 뿌리치지 못했을 것입니다. 더 솔직히 고백드리건대, 가보니 호스티스가 있는 단란주점이었어도 쉽게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결기를 발휘하진 못했을 겁니다.

더욱이 원내총무 경선에 나온 선배의원도 있었다죠? 토론 일정도 있고 하니 조금만 마시고 일어서야지 하고 있다가 그 분위기에 휩쓸려 결국 임수경 씨한테 욕먹고 정신이 번쩍 들었을 겁니다.

이번 일은 우리 젊은 정치인들에게 큰 경각심을 주는 사건이 되었습니다. 우리에게 겨누어진 도덕성의 기대가 이다지도 큰 줄 어느 정도 세파에 마비되어온 우리들이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고 봅니다.

이러한 자성 위에서 저희들은 뜻을 모아 4년의 임기동안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민주당의 개혁연대가 무너진다면 그 당의 뜻 있는 소수 선배의원들도 기반을 상실하게 될 것이고, 한나라당 초재선 의원들의 개혁 주장도 왜소해질 것입니다. 사실은 이런 일이 없어도 힘든 싸움이죠.

그래도 계속 돌을 던지시겠다면 차라리 저도 함께 맞고 싶습니다. 그 술자리에는 없었던 저이지만, 제가 그들보다 도덕적으로 더 낫다는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나무라십시오. 그러나 죽이지는 마십시오. 그들이 정치적으로 사망한다면, 아무리 외면하더라도 현실로서 이 나라를 죽이기도 살리기도 하는 정치권 내에 여러분의 목소리를 대변할 일각은 무너집니다. 정치를 포기해버리기엔 이 땅의 21세기 초입은 너무나 중대하면서 또한 각박한 시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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