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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토요일 오후, 연노오란 밤꽃들의 향연에 등산객들의 발걸음은 시원하다. 모처럼 찾은 찻집. 차맛보다 다른 것들이 더 정겹고 그리운.

5월의 끄트머리에 왔을 때 6월에 공사 들어갈 지 모른다며 그러기 전에 한 번 오라해서 부랴부랴 걱정을 하며 들어선 춘설다헌.

입구에 들어서며 기웃거려보니 옛 모습 그대로이다. 휴우 한 숨을 거두고 들어가니 주인 아줌마가 동네에서 갖다준 잘 익은 매실을 차로 만들 것과 아닐 것으로 가려내고 있었다.

주인아줌마의 말씀에 의하면, 작년 12월에 공사를 시작한 의재미술관이 올해 말 문을 열게 된다고 한다. 이에 발맞추어 춘설차시음장으로서 8년동안 자리잡아온 춘설다헌이 오는 8월 공사에 들어간다고 말끝을 흐린다. 내년이나 되어야 문을 여는 데 그 동안 못다한 여행길에 오른다는 주인아줌마. 못내 아쉬워 눈자위가 붉어진다.

자기 집 뒷 산을 오르는 것처럼 무등산을 오르내리는 등산객들과 빛고을 광주를 찾는 이들에게 춘설차를 시음할 수 있는 곳으로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93년 10월이라고 한다. 벌써 8년여 세월을 지켜온 무등산 자락의 춘설다헌. 증심사 아래 자리잡은 춘설다헌은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여느 집같은지붕을 하고 있다. 지붕 위엔 짚들이 두둑하게 쌓여지고 거기엔 여러가지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마치 새로운 땅이 만들어져있는 듯하다.

춘설다헌을 들어서기 전 늘 주인보다 먼저 고개를 내미는 진순이(8살)가 있는 데, 오늘은 세마리의 새끼를 낳아서 산후조리중에 있다고 보이질 않았다. 진순이에게는 귀여운 아들 복돌이도 있었는 데, 지금은 어딘가로 가버렸다고 한다. 그 곳 주인아줌마의 도움으로 복돌이의 귀여운 모습을 담은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축축한 느낌으로 곰팡이 냄새가 많은 것을 제외하고는 지금 이대로의 모습이길 바라지만, 공사가 시작되어 보여질 모습은 어떻게 될런지 알 수 없지만, 매캐한 매연과 어수선한 소음에서 비켜나고 싶을 때 오백원짜리 동전 하나 넣고 증심사 입구에서 내려 한 오분 걸으면 지금처럼 여러 나무 향기와 시냇물 흐르는 소리가 문을 열어준다.

휴일 뿐 만 아니라, 평일에도 변함없이 무등산을 찾는 이들에게 다리 쉼터가 되어주고, 오가다 그냥 친구 집을 들르는 편안함으로 불쑥 찾아들어도 반가이 맞아주는 진순이와 낯설지만 우리 동네 사람같은 차를 마시는 사람들, 시음장 속 풍경 풍경, 그리고 기쁘지도 무덤덤하지 않은 늘 변함없는 모습으로 편안하게 맞아주시는 주인아줌마. 이 모두가 그립지 않도록 다시 지어지는 춘설다헌이 되길 바랄 뿐이다.

산 아래 무거운 마음을 벗어두고 차 한 잔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등의 님들은 행복하다고 말하면서 어떤 등산객은 몇 개월동안의 공사가 있는 동안 어디서 쉬어가냐며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이에 더하여 혹여나 의재미술관의 영향으로 지금의 모습이 아닌 현대적 감각이나 또다른 공간으로 변하게 될까 걱정이라며 털털하게 뒷산에 있는 친구 집을 가는 마음으로 만나지고, 동네 느티나무같은 쉼터가 되어주길 바란다며 서운한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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