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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언론매체가 다루고 있는 소방관의 관점에서 벗어나 그들의 인간적인 모습과 묵묵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소방관들을 취재하고자 했다.
그들 역시 평범한 가장이자 좋은 아빠이고 고스톱을 치며 웃음짓는 평범한 이웃이었다. 급박한 상황에서는 물불 안가리고 상황에 몰입하지만 항상 여유와 미소를 간직한 그들을 만나보았다.
기자는 강남소방서 구조대원들과 지난 6월 25일 낮 12시부터 다음 날 낮 12시까지 정확히 24시간을 소방관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활동을 취재했다.
강남소방서는 구조, 구급, 진압팀이 24시간 2교대로 활동을 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구조대는 구조대장 1명, 구조을팀, 구조갑팀이 각 9명으로 모두 19명의 인원이 24시간 비상출동 대기 상태를 취하고 있다.
강남소방서 1일 총출동은 구조, 구급 5~9건, 화재는 하루에 2~3건 정도다. 기타 안전사고 및 허위신고, 자가처치 등을 포함하면 하루평균 12번 정도의 비상출동을 한다. 기자도 24시간 동안 10건의 사고에 출동, 동행 취재했다.
구조팀 대원, 특전사 또는 공수부대 출신들
점심 식사를 하고 구조팀 대기실에서 대원들과 인사를 했다. 모두 한 덩치(?)하는 건장한 체구에 목소리를 깔고 기자를 아래 위로 유심히 살펴본다. 조금 서먹한 분위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모두 특전사 또는 공수부대 출신이다. 특히 구조을팀 이영천 반장은 마치 이봉걸을 연상시키는 대략 186cm에 90kg 정도의 근육질, 아무리 강단이 있는 사람이라도 주눅이 들 수밖에 없는 인상이다.
검게 그을린 소방장비가 화재 진압 상황을 잘 보여줘
대원들 사이에서 오늘 새벽 6시에 있었던 힐탑호텔 나이트클럽 화재 출동을 화제삼아 얘기하고 있다. 인명 피해가 없어서 다행이라는, 규모가 상당히 크고 쑈걸방이 따로 있더라는 얘기, 밤에 화재가 발생했더라면 큰일 날뻔 했다는 등의 얘기를 주고받으며 장비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새벽의 화재 정리가 끝난 후 화재 진압 차량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검게 그을린 소방장비들이 얼마나 치열한 진압이었는지 말해주고 있었다. 특히 진압반 부소장님의 안경에 화재 진압 과정에서 생긴 그을림이 모든 것을 대변해 주었다.
이날 화재는 지난 6월 25일 5시 30분경 주방쪽에서 불길이 번지기 시작했다. 소방차 41대와 소방관 100여 명이 출동해 화재발생 20여 분만에 진압됐다. 이런 대형건물 화재는 한 해 한두 번 출동하는 정도라고 한다.
"출동입니다"하는 소리와 함께 불과 15초만에 출동
어디선가 동요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하고 대원들이 급박해지기 시작했다. "출동입니다"하는 소리와 함께 불과 15초만에 출동이 이루어졌다. 기자는 평소 소방서 대원들이 과연 신고 접수 후 얼마만에 출동하는지 궁금했었는데, 몇 분이 아니라 단 15초만에 출동이 이뤄진 것이다.
역삼동의 한 가정집, 50대 후반의 아주머니가 3층 창문을 통해 문이 잠겨 안 열리고 있으니 도와달라는 신고였다. 대원들은 옥상을 통해 로프를 타고 창문으로 진입, 문을 열었다. 상황종료 후 한 대원이 집안의 아기와 잠시 장난을 치다가 내려왔다.
험하고 위험한 일을 하는 대원들도 아기를 보자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대원들은 차 속에서 "이런 일이 많이 있다"며 얘기해주었다. "귀찮지 않느냐"는 질문에 "좀 싱겁기는 하지만 우리가 아니면 누가 문을 열어주겠어요?"라며 웃었다.
아파트 11층 창문을 통해 시커먼 연기가 무섭게 뿜어져 나와
본부로 돌아와서 기자에 대한 호기심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출동 전 동요소리를 궁금해 했더니 "구조는 동요소리, 화재는 기차소리, 구급은 새소리가 난다"는 것이다. TV에 보는 비상출동 장면은 항상 싸이렌 소리나 요란한 벨소리가 전부였기 때문에 기자의 귀에는 상당히 신선하고 부드럽게 들렸다.
이 반장님은 예전의 벨소리는 소방관들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기 때문에 출동 벨를 부드러운 소리로 바꿨다고 한다. 한 번의 동행 출동이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하는 것일까 대원들의 말투가 많이 부드러워졌다고 생각하는 사이 이번엔 기차 소리가 났다.
역시 20초를 넘기지 않고 출동한다. 이제부터는 야간상황, 화재 출동이기 때문에 구조차 안에서 복장과 장비를 착용한다. 화재구조는 매우 위험하다. 실제로 대형건물의 화재시는 연기 투시기를 사용해도 1미터 앞도 구분하기 힘들다. 산소통은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30분 정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구조진입 후 30분만에 빠져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퇴근시간과 맞물려 많은 차량 때문에 빠져 나가기가 쉽지 않다. 비상자동차는 빨리 갈 수 있기 때문에 소방차를 졸졸 따라오면서 퇴근시간을 단축시켜 보려는 얌체운전자, 소방차와 소방차사이를 끼어드는 난폭운전자도 있다.
자신때문에 다른 생명이 위협받고 있는 것은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 조수석에 이 반장은 걸죽한 입담으로 타박한다. 이 반장은 성수대교 참사,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아현동 도시가스 폭발사고 등 굵직한 현장에서 10년을 근무한 베테랑이다.
도로 사정이 좋았다면 더 빨랐을 것이다. 현장도착 전에 무전 내용이 심상치 않았다. 출동한지 14분만에 현장도착, 약 10대의 구조, 진압차량이 아파트 입구를 가로막고 있었다. 11층 창문을 통해 시커먼 연기가 무섭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 반장이 "그냥세워!"라고 말하자 근처에서 하차, 뛰기 시작한다. 기자도 뒤따랐다. 대원들의 장비가 상당히 무겁고 화재현장이 11층이기 때문에 체력이 좋아야 구조하러 들어갈 수가 있다. 기자는 달랑 카메라 한 대와 녹음기를 들고 뛰는데도 숨이 턱까지 차는데 대원들은 잘도 올라갔다.
고가 사다리가 11층을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구조대는 진입직전 산소마스크를 착용하고 연기가 가급적 적은 바닥쪽으로 진입했다. 다행히 집안에 있던 아주머니는 대피해있는 상태, 하지만 혹시 사람이 남아있을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에 대원들은 시커먼 연기가 가득한 집안을 몇번 더 수색한다.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유리창을 깨기 시작했다. 이웃 주민들에게 연기 피해가 가지 않도록 밖으로 빼내기 위한 조치였다. 이 화재는 60평 전체를 태우고 화재 발생 15분만에 진압됐다. 이번 화재는 가스레인지에 음식물을 올려놓고 방심한 틈에 발생했다.
시켜놓은 자장면을 뒤로 하고 대치동 화재 현장으로 출동
화재 현장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후 구조대는 철수했다. 구조대원들의 장비와 몸에서 심한 불 냄새가 났다.
한바탕 체력을 소모한 대원들이 야식으로 자장면을 먹기로 했다.
"오징어 한 마리는 들어가야 짬뽕 아니냐"는 이 반장의 농담이 오고갈 때 야식이 도착했다. 배고픈 대원들이 한입 먹으려 할 때 또다시 기차소리, 이번엔 대치동 아파트 화재 출동.
자장면을 뒤로하고 화재 현장에 도착했지만 이미 불은 자가 진압이 이뤄진 상태, 아파트 4층계단 보수공사 현장에서 약간의 연기가 나긴 했지만 불은 이미 꺼져 있었다.
요란한 싸이렌 때문에 주민들이 많이 나와 있었다. 구조대는 현장확인 후 바로 철수했다. 구조대 대기실의 자장면은 이미 재기능을 상실한 상태.
오후 10시 45분. 강남소방서 앞의 개천에서 잔디화재 물탱크차만 출동.
오후 11시. 구조출동. 20대 후반의 여자가 신고, 셔터문이 잠겨있는데 열쇠가 없으니 도와달라는 출동, 확인해보니 잠겨있지 않았고 신고자는 잠겨있었다고 우긴다. 대원들은 그냥 웃는다. 바로 철수.
다음날인 지난 6월 26일 오전 4시. 역삼역 부근 교통사고 구조출동 도중 자체상황 종료, 철수.
오전 4시 46분. 엘리베이터 구조출동 도중 자체상황종료, 철수.
오전 5시 25분. 청담동 부근 3층건물 가정집에 문이 잠기는 사고, 사다리를 통해 진입성공. 신고자 확인 후 철수.
이후 낮 12시까지는 출동이 없었다. 하룻밤이지만 소방대원들의 따뜻한 마음과 성실한 근무자세를 느낄 수 있었다.
구조대장 이상칠 씨와의 인터뷰
- 관내에서 가장 사고가 많이 나는 곳은 어딘가?
"88대로 중 청담교 부근이 고속도로 진입구간인데 약간 S자 코스이다. 이곳이 사고 다발 지역이다. 설계가 잘못된 것 같다. 강남구 교통사고 중 가장 많은 신고가 들어오는 곳이다."
- 요즘도 장난전화가 오는가?
"언론이나 TV에서 장난전화 문제를 많이 방송했기 때문인지 많이 줄었다. 지금도 허위신고는 가끔 있지만 그럴 때는 반드시 확인한다. 요즘은 장난전화보다 자신들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신고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고양이를 잡아달라는 신고도 있었다. 119는 긴급 전화인데 긴급하지 않은 사람들이 너무 자주 신고하는 것 같다. 장난전화를 할 경우에는 현행법상 1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한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사고가 있었다면 무엇인가.
"많은 사고들이 있었지만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때 당시 다른 소방관들 보다 먼저 도착했는데 정말 황당했다. 어떻게 백화점이 무너질 수가 있는지... 분노를 느꼈다."
- 마지막으로 119신고시 유의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빠른 구조를 받기 위해서는 정확한 위치를 말해줘야 한다. 당황해서 막무가내로 빨리 와달라는 신고자들이 많이 있다. 사고가 발생하면 우선 침착하게 위치와 상황을 설명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가족들에게 잠깐이라도 교육을 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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