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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한미 행정협정 SOFA의 경우, 이것이 기본적으로 주한미군의 지위에 관한 협정이라는 점을 깊이 따져보는데서 시작해야 한다.
주한미군이 한국의 안보를 위해 존재하는 동맹군이라는 위상을 가진 존재라는 점을 전제로 할 경우, 한미행정협정은 어디까지나 이들의 동맹군적 지위를 보장하기 위한 내용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그런데 만일, 한미행정협정이 이들의 동맹군적 지위 이상의 것을 보장하는 것이 된다면, 그리고 그 부분을 미국이 계속 유지하려고 든다면 이는 주한미군의 본질이 동맹군이 아님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동맹군은 기본적으로 그 군대가 주둔한 국가의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안전을 보호하는 것이 그 존재목적이다. 그런데 이들 동맹군이 바로 이 목적에서 벗어나는 사건을 저질렀을 경우 그것은 동맹군적 지위와 충돌하는 행동이 된다.
이들의 탈동맹군적 범죄행위를 통제 내지는 처벌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는 치외법권적 협정이 있다면 이는 이들 주둔외국군대의 지위를 동맹군이 아닌, 점령군 내지 식민지 주둔군의 지위로 인정하고 있는 셈이나 마찬가지라고 하겠다. 왜냐하면, 그렇지 않고서는 그 나라 국민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을 일으키고도 아무런 뒷탈이 없을 수 있는 경우란 없기 때문이다.
한미행정협정의 모태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은 그런 의미에서, 미군의 전략적 이해를 위해 우리의 국가적 역량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든 동원, 희생할 수 있도록 하는 한미 양국의 주종(主從)관계에 대한 국제법적 규정에 다름이 아니다. 주한미군의 지위가 가지고 있는 본질은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주둔외국군이 주한미군의 살인, 강간 범죄처럼 무수한 전과(前過)와 함께, 매향리 폭격장 문제 등에서 보듯이 주둔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을 위협하게 되면 동맹군으로서의 위상을 상실할 뿐만이 아니라 심각한 외교문제가 발생하고 동맹적 관계에 균열을 가져올 수 있다.
그것은 주둔군의 추방까지를 포함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한미군이 이렇게 치외법권적 지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것은 한-미 관계의 근본적인 성격, 즉 그 종속성 때문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법률적으로 우리의 국내법적 적용을 무시할 수 있는 군대라면 그것은 앞서 언급했듯이, 점령군 내지 식민지 주둔군의 위상을 가지고 있는 외국군대외에는 없다.
따라서, 바로 이러한 외국군대의 철수를 강력하게 요구하거나 그 지위의 변경을 꾀하지 않는 한, 이 문제의 본질적인 해결은 무망하다. 단지 협정의 불평등성을 개정하는 수준에 그칠 일이 아닌 것이다. 주권의 공백지대를 복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는 북한이 제기하고 있는가 아닌가와 상관없이 우리 사회 내부에서 마땅히 논의되고 정리되어야 하는 문제인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군이 한반도 통일 이후에도 동북아 질서의 균형자가 될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현실은 한-미-일 삼각으로 이어지는 대(對)중국 포위전선의 무장강화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는 우리가 미국의 패권전략에 휘말려 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을 항상적으로 안고 있음을 뜻한다.
실로 민족자주의 원칙은 민족생존의 기본요구이다. 이것이 저버려질 때에 그 민족의 생명과 안전은 언제나 위협받게 되어 있다. 매향리 주민들의 벼랑 끝에 처한 절박한 처지는 우리 민족의 운명을 축소판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 이것을 깨닫지 못하면 우리민족의 장래는 여전히 냉전체제의 폭력과, 대외적 예속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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