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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족의 이름걸고 학살자를 처단하자!"
"양민학살 진상규명 주한미군 철수하라!"

군중들이 내지르는 함성이 새벽하늘을 가른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 밤. 군중들은 무더위로 흐르는 땀과 간간이 내리는 빗물로 축축해진 몸을 견디며 '민족의 가슴'에 반 백년 멍에로 남아있는 '잊혀지지 않는, 잊혀질 수 없는' 양민학살의 역사를 다시금 가슴에 새긴다.

지난 23일 새벽 12시 30분.
예정시간 보다 다소 늦은 시각, 영남대(경산시 소재) 노천광장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순례단 1,000여 명이 「미군에 의한 양민학살 진상규명과 주한미군 철수를 위한 국민대회」(이하 국민대회) 전야제를 가졌다.

이번 전야제는 이날 오후에 있을 「국민대회」와 인근 「경산폐코발트광산」양민학살지를 방문하는 순례단이 우선 '진상규명과 주한미군 철수'를 위한 결의를 모아내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날 전야제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이끌려온 어린아이에서 육십을 넘어 백발 성성한 장기수 어른, 파란 눈을 가진 외국인까지 참석해 세대와 국경의 벽을 허물고 이루어진 자리이다.

환영사를 낭독한 김수병 대경연합 공동의장(전농 경북도연맹 의장)은 "미군에 의한 양민학살의 진상규명을 위한 의지를 가지고 국민대회를 위해 자리를 함께 한 여러분들을 환영한다"고 밝히고 "역사의 실수는 한번으로 족하고 우리의 싸움은 역사를 바로 세우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산지역 양민학살 피학살자 유족회 유윤암 회장은 "전국 방방곡곡 그리고 멀리 미국에서까지 이곳을 찾아준 외국인들에게 감사한다"고 밝히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고 입이 있어도 말하지 못하던 과거를 접고 이제는 용기 있는 여러분들과 함께 끝까지 (진상규명을 위해) 투쟁해야 할 것"이라며 결의를 밝혔다.

학살지역을 순례하고 경산을 찾은 이천재 전국연합 공동의장은 "전국 각 지역에서 양민학살의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고 지적하고 "전쟁직후 발생한 양민학살의 총체적 책임은 미국에게 있다. 그 전모를 밝히기 위해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전야제에는 외국인 다수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18일부터 양민학살지를 순례하며 한국사회의 아픈 과거를 직접 체험하고 있는 『전민특위(미군 학살만행 진상규명 특별조사위원회)』 '국제조사단'이 그들.

이들은 푸에르토리코 출신 반전평화운동가, 미국의 대표적인 평화단체인 '국제행동연대' 관계자, 미국 노동운동가, 전직 독일 해군제독 등 다채로운 이력을 가진 평화인권운동가들로 구성됐다.

이날 대표연설을 한 커렌 텔버트(65)는 "이번 순례를 통해 세계 다른 어느 국가보다 열심히 투쟁하고 있는 한국민을 만나 무한한 감동을 받았다"고 밝히고 "즉각 학살만행의 배후에 있는 미군은 한국을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 노동운동가 제프 미그로우는 "한국민 여러분과 미국의 진보적 인사들이 연대해 미국정부가 양민학살에 대해 사죄하고 배상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할 것"이라며 결의를 밝히기도 했다.

특히 이날 마지막 순서인 문화공연은 노래패 「희망새」, 「우리나라」등이 미군의 양민학살과 매향리 사건 등을 소재로 공연해 관객들에게 '감동의 장'을 선사했다.

문화공연 총연출을 맡은 정보선 씨는 "(양민학살의 역사를) 단순히 슬퍼할 문제만으로 다루는 게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는 미군의 만행에 맞서 투쟁해야한다는 주제의식을 가지고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전야제는 새벽 4시경에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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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오마이뉴스(dg.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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