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비폭력, 무저항주의로 알려진 간디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간디가 생각한 경제'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간디의 경제관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산업화, 기계화에 반대한 간디의 경제관은 '원시사회로의 회귀'인가? 아니면 새로운 사회에 대한 비전인가?

웃통을 벗은 채 아랫도리만 겨우 걸치고 물레를 돌리는 늙은 간디의 사진을 기억할 것이다. 그의 삶과 사상을 가장 잘 드러내는 사진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학자 간디

간디는 자신의 사상과 신념을 목숨으로 지킨 의인으로, 인도의 독립을 위해 평생을 바친 인물로 인도와 마찬가지로 식민을 경험한 우리에게는 퍽 낯익은 사람이다.

그러나 그에 대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너무 표면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폭력 무저항주의, 불복종, 반식민주의 투쟁에 나선 독립운동가, 민족주의자 혹은 사상가 정도가 그에 붙어 다니는 수식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경제학자 간디라고 한다면 쉽게 납득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이 책은 간디를 위대한 경제학자로 부활시키고 있다.

추천의 글을 쓴 박우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 책을 통해 드러난 간디의 경제관은 보통경제학자 이상이며, 특히 "종교·철학·윤리와 경제·사회·정치와의 상호관계에 대한 식견은 어지간한 사회학자가 따라가기 어려운 선견지명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간디의 경제관이 지금 새롭게 부활하는 이유, 아니 부활해야 하는 이유는 현재 우리가 처한 문제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현대사회는 기술과 산업문명의 발달로 자연적, 생물학적 기초가 파괴돼 인간의 생존마저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 따라서 그가 주장해온 도덕적 가치의 중요성, 무절제한 욕망의 제한, 모든 이의 평등과 존엄성, 인간노동에 대한 견해, 자립적인 마을 공동체 구상, 자급자족을 위한 교육 등은 지금 되살아나기에 충분한 조건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간디의 사상은 과연 현실적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실제로 그는 이상론자로 여겨지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윤리와 결합한 경제관

간디 역시 이러한 점을 의식해 자신의 경제관을 유클리드에 비유해 설명한 적이 있다.

"유클리드는 직선이란 넓이를 갖지 않는 것이라고 정의하였지만, 이제껏 어느 누구도 그러한 직선을 그리지 못했으며, 앞으로도 그릴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그의 이러한 견해는 간디가 이상사회를 다룬다는 견해로 해석되기도 하고, 또 상반되게 기하학이 이론의 출발점으로 공리를 요청하고 있듯이, 명료한 사고의 획득과 현실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그에 대한 적절한 전망이 먼저 존재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지은이는 간디의 경제관이 '경제적 이상'을 보여주려 했다는 것을 간디가 민족주의 운동의 지도자로서 바라봐야 하며, 이상적이라고 해서 비현실적 또는 불가능한 것으로 이해하는 데는 단호히 반대한다.

그 이유는 간디의 경제관이 여전히 현실 사회에 적용될 수 있으며, 특히 인도의 농촌 사회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러하다는 것이다. 특히 간디가 살았던 당시의 정황 속에서 간디의 경제관을 이해한다면 모든 형태의 경제 모델들에 대해서도 간디의 경제관은 타당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은이는 이 책을 통해 간디의 사상을 그 중에서도 경제적 주제를 중심으로 살피면서 그의 경제윤리와 철학을 재해석한다.

간디는 경제학이 삶의 정신적 토대와 분리되어서는 안되며, 경제학과 정치는 물질적인 것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문화적, 정신적, 도덕적, 종교적 목적을 실현하는 수단이 되어야 함을 역설한다. 특히 간디의 무소유 사상이라고 할 수 있는 '보관인 정신'(내 것은 내가 잠시 맡아 둔 것일 뿐이다)은 그의 자아실현 개념인 진리파지(사땨그라하)로부터 도출된 경제윤리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간디에게서 배워야 할 경제관의 핵심은 경제가 윤리와 분리되면 안된다는 말에 귀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와 윤리가 분리되면 탐욕, 부패, 경쟁, 권력추구, 약자에 대한 착취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지은이 아지뜨 다스굽따는 평생을 인도 경제 및 간디 사상 연구에 바친 인물로 이 책은 그의 넓고 깊은 연구의 흔적을 보여준다.

이 책이 주는 흥미로운 점은 간디의 사상을 존 롤즈, 노직, 아마르땨 센 등 현재 영미 계통의 최근 학자들의 사상과 비교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사상이나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전공자에게는 특히 일독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