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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만2000원을 벌기 위해 길에서 도시락을 먹고 30도를 넘나드는 폭염의 뙤약볕 아래서 하루종일 풀을 뽑고 있는 사람들.

박종서(59,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마정리), 이홍섭(50, 파주시 문산읍 당동리), 윤문숙(58, 파주시 월롱면 영태1리) 씨는 공공근로로 번 2만2000원으로 근근히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밑바닥 인생의 사람들이다.

박종서 씨는 귀 뒷편에 지름 2cm 이상의 큰 종기가 생겨 피고름이 흘러내린다. 1년이 다 돼 가지만 잘 낫지 않는다. 그런데도 생활이 여의치 못해 병원에도 제대로 못 간다. 그 상처를 햇볕에 노출시킨 채 하루의 임무를 위해 열심히 풀을 뽑고 있다.

부인은 21년 전 중풍으로 먼저 세상을 떴다. 공장 다니는 25살 된 아들이 하나 있지만 가정에 도움을 못 주고 있다. 하루 2만2000원의 일당 중 차비 3600원을 빼고 나면 하루 고작 1만8000여 원 벌이 밖에 안된다.

생활보호대상자로 정부로부터 조금의 지원을 받았지만, 아들이 고교를 졸업하면서 그나마도 끊긴 지 오래다.

박씨는 21년 전 부인이 먼저 세상을 떠났고, 결핵을 앓고 있어 배급에 의존해 왔다. 간간이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노동을 했지만 생활은 나아질 줄 몰랐다. 지난 5월부터는 공공근로에 참여해 오고 있지만 먹고 사는 것을 제외하고 나면 차비조차 걱정해야 하는 고달픈 생활이다.

이홍섭 씨도 사정은 나아 보이지 않는다. 아들이 둘 있지만 둘째는 아직 고등학교 학생이고 큰아들은 군 입대를 앞두고 무직 상태에 있다.

3년 전 부인마저 가출했다. 문산교회의 성낙근 목사가 조금의 도움을 주곤 있지만 사는 것 자체가 고통스럽다. 팔에는 습진 투성이지만 그대로 방치돼 있다.

윤문순 씨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 오른쪽 팔과 다리는 선천성 소아마비로 마비 상태고, 오른손 역할을 해줬던 왼손마저도 47살 때 프레스에 눌려 엄지 손가락을 빼곤 모두 절단됐다. 남편도 앞을 못 보는 맹인으로, 장애인 가족이다.

아들은 지난 8월 8일 군에 입대했다. 입을 줄여 부담은 덜었지만 3년간 보고픔에 마음이 아프다.

"사는 것이 지겹다. 오죽해 나오겠느냐. 남에게 대우도 못 받고... 먹고살려니 안 할 수도 없고..." 윤씨가 토해내는 한숨 속에서 고달픔이 그대로 배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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