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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를 다니며 '공황장애'라는 병을 얻고 회사로부터 해직통보를 받은 한 청년과 누나가 안티전경련(www.antifki.com) 사이트를 개설하였다.

최현규 씨는 1996년 전경련에 입사하여 근무를 해오던 중, 1999년 1월 '과로 및 스트레스로 인한 공황장애'라는 병을 얻었다. 그후 정상적인 회사 근무가 불가능하여 수차례 병원치료를 받았으나 회복되지 않아, 전경련에 공상처리 부탁을 하였으나 거절 당하였다.

올해 1월 전경련은 최현규 씨가 복직 기한을 넘겨 업무에 복귀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해고하였다. 지난 6월 최현규 씨와 가족들은 전경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공황장애'와 같은 신경정신적 장애가 산업재해로서 인정된 경우가 없기 때문에 이번 소송의 결과가 주목된다.

안티전경련 사이트를 방문하시면 사건개요가 '최현규 스토리'에 잘 정리되어 있고, 사건 관련 녹취 자료, 공황장애에 대한 자료, 해외판례 등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최현규 씨는 '직원들에게 드리는 글'에서 아직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는 예전 동료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재벌체제 옹호론의 선두에 서 있는 전경련의 부도덕성을 만천하에 폭로하고, '공황장애'와 같은 신경정신과적 질환의 산재처리를 위한 입법을 이루기 위한' 웹사이트의 운영 목표를 밝히고 있다.

아래는 사이트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최현규 씨 누님과의 E-mail 인터뷰 내요입니다.


- 운영자님에 대한 소개 간략하게 부탁드립니다?

"먼저 저희 사이트에 대한 관심 감사드립니다. 저는 31세의 미혼여성이며 컴퓨터 강사로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안티전경련 사이트는 저와 동생 현규가 함께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사이트 콘텐츠는 동생이 주로 만드는 편이며, 저는 웹사이트 운영에 관한 기술적인 면을 보다 많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 다른 안티사이트에 비해 사이트 디자인 및 구성이 깔끔합니다. 혹시 주위에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계십니까?

"앞에서 말씀 드린 것처럼 저와 동생이 함께 전체적인 기획을 하였고, 함께 내용을 채워 나가고 있습니다. 웹사이트에 운영 또한 간략한 협의를 거쳐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웹사이트 제작은 제가 잘 아는 분의 기술적인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 안티전경련이 전경련 사이트를 패러디한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안티포스코 사이트에서 보여지듯, 패러디 사이트는 현재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희도 물론 잘 알고 있어 사이트 제작 초기에 안티포스코 사이트와 관련된 법원 판례를 많이 참조하였습니다. 법원은 결정문을 통하여 '포스코 로고와 포스코 빌딩'의 사용만을 제한하고 있으며 전체적인 레이아웃은 저작권침해로 볼 수 없다고 이미 판결을 하였습니다.

저희는 패러디의 풍자기법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세심한 데까지 신경을 썼습니다. 세부적인 패러디 내용은 저희 사이트에 '안티 전경련 100배 즐기기 시리즈'를 참조 하시면 될 듯 합니다."

- 전경련측에서 안티전경련사이트 운영과 관련해서 접촉시도 등은 없었습니까?

"공식적으로는 어떤 접촉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웹사이트 개설 직후 몇몇 직원들이 갑자기 전화를 해왔으며, 그들을 통해 “전경련이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는 얘기”가 있다고 알려 주었습니다. 그러나 드디어 8월 20일 '전경련'이란 이름으로 百行之本認之爲上(백행지본인지위상)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더군요. 공자의 말로 '참은자의 축복'을 설파하는 내용을 실었습니다. 한마디로 참으란 의미죠.

저희가 사이트를 처음 개설했을 때 전경련측에서 출입기자들에게 반박문 형식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고 한 출입기자분을 통해 들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했으나 일부 신문을 제외하고는 기사로 삼지 않더군요. 어제 한겨레신문에서 '경제단체 구조조정'을 다루며 저희 사이트를 언급했더군요. 아마 다음주 한겨레 21에서 저희 사이트를 소개하는 기사가 실린다고 하더군요."

- 동생 최현규 씨가 앓고 계시다는 공황장애란 어떤 병인가요?

"신경성 질환으로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서 발병하며 그 발병 요인 중 하나가 스트레스입니다. 여러 증상이 있습니다만 처음 발병하면 사람들은 심장병인 줄 착각하며 죽음에 대한 공포감을 갖게 됩니다. 저희도 처음엔 심장병인가 해서 심장관련 병원들만 다녔으니까요. 심장병 증상뿐만 아니라. 호흡기 계통으로 고통이 엄습하기도 하고 소화기 계통으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전체 인구의 2% 정도가 평생 동안 한번쯤은 공황을 경험한다고 하지만 발병 후 평생을 앓는 사람도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현재 동생의 상태는 어떤가요?

"처음보다는 많이 좋아졌습니다. 처음에는 동생이 앉아 있는 것조차 힘들어 하더니 이제는 그래도 비교적 말도 많이 하고 적어도 글 정도는 쓸 수도 있으니까요. 재판이 다가올수록 더 불안해 하고 초조해 하더니 잘 생각보다는 잘 견디는군요. 이 사이트를 개설 하고 보니 현규의 친구들이나 아시는 분들의 격려편지가 많이 와서 조금은 위안이 되기도 하나 봅니다."

- 운영자님께서는 전경련의 위치를 '계주와 계모임'이라고 평가하셨는데, 조금 더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저희는 사이트 '설립 취지와 목표'에서 잘 밝히고 있듯 패러디를 통한 전경련과 재벌을 풍자함으로써 전경련과 특히 최고 책임자들의 부도덕성을 고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는 하나의 풍자적 표현이라 할 수 있겠죠.

실제로 전경련은 기업들이 모여서 만든 임의단체로 그 대표적인 주회원이 재벌 기업들입니다. 전경련은 회비로 운영되며 대우부도 이전엔 5대재벌이 회비의 6-70%을 차지했을 정도였습니다. 재벌중심의 입장을 대변해올 수 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지요. 따라서 재벌은 임의단체 전경련의 '계주'고 전경련은 그들의 모임인 '계'의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겠죠.

- 웹사이트를 통하여 재벌해체까지 얘기하고 계신데,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재벌에 대한 평가를 하신다면?

"먼저 저희는 사회운동가도 투사도 아님을 밝히고 싶습니다. 그저 남들과 똑 같은 힘없는 평범한 가족들입니다. 저희는 재벌과 전경련을 해체할 힘도 의도도 없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전경련을 절실히 경험했고, 그들의 무책임함과 부도덕함에 대해 충분히 경험했습니다. 저희는 그저 저희가 직접 경험한 전경련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이를 통해 일반인들은 전경련이 어떤 성향과 행태를 보이는 단체인지를 평가할 수 있겠죠.

또한 그들이 누구를 어떻게 대변할지 가늠하는 하나의 잣대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평가는 저희 몫이 아닌 저희 사이트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저희 가족들로서는 전경련과 현재 소송 중에 있어, 오히려 전경련이 해체하면 큰일납니다. 저희가 입은 피해에 대해 보상받을 대상이 없어지니깐요."

- 사이트를 보면 유독 S상근부회장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한 회사나 조직은 그 최고 경영자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조직을 이끄는 최고경영자의 경영철학과 의사결정에 따라 조직에 몸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움직인다고 생각합니다. 전경련도 마찬가지죠. 전경련에 회장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전경련사무국 조직 자체는 상근부회장이라는 직함을 가진 사람이 경영하게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전경련 사무국은 S상근부회장에 의해 모든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번 제 동생일을 통해 저희는 그를 잘 알게 됐습니다. 자신이 한 말에 대해 전혀 책임 질 줄 모르며 책임회피를 위해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부도덕함을 수 차례 경험하였습니다. 결국 제 동생의 산업재해보험처리에 있어서도 모든 것이 그에 의해 결정되었습니다. 전경련의 최고 책임자가 이러한 사람일진데, 전경련의 특성 특히 전경련이 하는 업무 즉 '재벌체제 옹호'가 어떻게 결정되어 질지는 자명한 일 아니겠습니까?"

- 향후 사이트를 어떻게 운영하실 계획이십니까?

"우선 직장에서의 '공황장애'와 같은 신경정신과적 질병이 법적,사회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미약하나마 노력할 겁입니다. 이는 법적 투쟁을 통해 가장 확실히 가시화될 것입니다. 또한 관련 부처인 국회 환경노동위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이러한 한국적 현실을 알려 나갈 계획입니다. 지난주 이미 환경노동위 소속 김문수 의원실을 방문하여 이러한 저희 의견을 전달하였습니다. 나아가 저희 사이트를 통해 한사람이라도 더 '공황장애'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아울러 지속적으로 전경련의 얘기들을 다뤄 나갈 겁니다. 구체적이고 경험적인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부도덕성을 널리 알려 나갈 생각입니다. 지금은 저희 가족들로써만 사이트가 이끌어져 나가지만 향후 누구나 반재벌, 반전경련에 동참하신다면 그들의 글과 소리를 실어 나가도록 할 것입니다.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 NGOKOREA.ORG는 "행동하는 시민"들과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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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I 심리상담코칭 전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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