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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0일로 예정된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고려대 강의는 지난 13일과는 달리 큰 충돌없이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총학생회장 정동희·기계공4)는 10월 17일 밤 9시부터 약 2시간동안 중앙운영위원회를 열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20일 강의에 대해 막지 않기로 공식 결정했다.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학생회장 이규철(23·신방4)씨는 이같이 결정한 이유에 대해 "이미 우리의 뜻은 보여줄만큼 보여줬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더 이상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이씨는 "김영삼은 막으면 또 올 사람"이라며 "그런 소모전을 하느니 20일은 아셈(ASEM) 반대 투쟁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학생회는 회의 직후 김 전 대통령을 초청한 함성득 교수(행정학과)에게 결정사항을 알렸고, 함교수는 다시 김 전 대통령에게 전했다. 이로서 김 전 대통령이 지난 10월 16일 기자간담회에서 "20일 다시 고대에서 강의할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관심을 모았던 'YS-고대생 재충돌'은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다른 '충돌'이 기다리고 있다.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대통령학' 강의를 듣는 40여명과 함성득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이 강의중 수업과 관련이 없는 정치적인 발언을 하면 자리에서 일어나 강의실에서 퇴장하기로 결정했다. 함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을 초청한 것은 순수하게 학문적인 목적"이라며 "김 전 대통령의 강의가 학문적이 아닌 정치적으로 흐른다면 강의를 중단하기로 지난 13일 밤 수강학생들과 대책을 논의하며 합의했다"고 말했다.

대통령학 수업을 듣는 한 학생은 "일이 이상하게 돼서 우리가 어용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찝찝하다"며 "우리도 김 전 대통령을 높게 평가하지 않고, 강의 계획과 상관없는 반 DJ나 대북관을 언급하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수업을 듣는 40여명의 학생들과 함교수는 이같은 뜻을 학생회 측에도 전달했다.

함교수가 김 전 대통령에게 보낸 강의 취지에는 "1992년부터 1997년까지 국정운영을 책임졌던 김영삼 전 대통령과 그를 가까이에서 보좌했던 분들을 모시고 그들의 생생한 경험을 통해 그 시절의 '성공과 실패'를 회고하고자 합니다"라고 적혀있다. 즉, 퇴임 2년 반을 맞아 재임시절을 돌아보는 것이다. 함교수는 "주로 3·4학년들로 구성된 학생들은 날카로운 질문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를 찾은 김 전 대통령에게 지난 13일 총학생회가 주축이 된 'YS 방문 반대'가 기다리고 있었다면, 20일은 수강생들의 '부릅뜬 눈'과 '날카로운 질문'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다음은 행정학과가 속해 있는 단과대학인 정경대학 학생회장 이규철 씨와의 일문일답.

행정학과가 소속된 고려대 정경대 학생회장 이규철(신방 4) 군ⓒ 오마이뉴스 이병한
- 지난 10월 13일 김 전 대통령을 저지한 것에 대해 학내 여론은 어떤가.

"양비론적 시각도 있는 것으로 보이고, 전반적으로 학생회가 잘했다와 잘못했다가 반반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대자보도 많이 붙고 있다."

-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개인적으로 막은 행동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대통령학 수업을 듣는 학우들과 사전에 이야기가 되지 못한 점은 잘못된 점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YS에 지나치게 끌려다닌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총학생회와 정경대 학생회실로 여러곳에서 전화가 왔다. 민주산악회라고 하면서 비난하는 전화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잘했다는 전화였다."

- 이후에 수업을 듣는 학생들과 이야기를 했는가.

"17일 오전 대통령학 수업시간에 나와 부총학생회장, 행정학과 학생회장이 들어갔다. 그곳에서 '김 전 대통령 저지'를 사전에 상의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했다. 학생회 민주주의의 문제 등은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라고 생각한다."

- YS가 20일 다시 강의하러 온다고 하는데.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에서 20일에는 막지 않기로 결정했다. 우리의 뜻은 이미 지난 13일 보여줄만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YS는 막으면 또 올 사람이다. 그 때문에 소모적인 활동을 하느니 차라리 얼굴이 빨개질 만한 선전을 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본다. 또한 20일은 2학기 정치활동의 핵심인 아셈이 있는 날이다. YS는 상대할 가치도 없다."

- 대통령학 수업시간에 수강학생들은 무슨 말을 했는가.

"강의 취지인 92년부터 97년 사이의 회고가 아닌 정치적인 발언을 하면 강의를 중단하고 강의실에서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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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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