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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대안, 그러나 느리게 진행되는 보편화
우리나라에서도 선진국형 헌혈방식이라고 하는 작은 대안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바로 헌혈의 집이 그것입니다. 각 도시의 고정된 장소에 마련되어 있는 헌혈의 집에서는 버스보다 더 편안한 시설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실내 인테리어나 편의 시설은 물론이고 채혈하는 침대같은 것도 구조자체가 다릅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헌혈 후에도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성분헌혈도 할 수가 있습니다. 성분헌혈이란 사람 몸속에 있는 혈액을 그대로 뽑아 내는 것이 아니라 채혈을 한 후 그 자리에서 필요로 하는 혈액 성분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몸으로 다시 넣어 주는 것입니다. 이 경우 혈액원의 입장에서는 채혈후 혈액을 다시 성분별로 분리를 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고 헌혈자의 입장에서는 몸에 변화를 덜 느끼게 됩니다.
실제로 성분 헌혈을 하면 헌혈 후 다시 헌혈할 수 있는 기간이 짧아집니다. 이 말은 그만큼 사람에게는 성분헌혈이 건강에 더 좋다는 이야기인 셈이죠.
또한 이곳에서는 등록헌혈제도를 보급하고 있습니다. 등록 헌혈제도란 혈액의 폐기를 줄이고 특정 시기에 헌혈이 몰리거나 부족해지는 현상을 막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헌혈자가 헌혈을 하면 그 혈액 모두가 사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개중에는 질병에 감연된 혈액이 있을 수도 있고, 채혈 당시 음주 등의 사실을 밝히지 않아 혈액 중 알코올이 남아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이런 혈액들은 폐기 되게 됩니다. 하지만 헌혈자 중 깨끗한 피를 가진 사람을 회원으로 등록시켜 놓고 그들의 헌혈을 정기적으로 유도한다면 혈액을 폐기하는 비율이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이런 분들의 헌혈 기록은 컴퓨터에 데이터 베이스로 저장되이 되어 각 헌혈의 집에서는 데이터 베이스를 검색해서 헌혈이 가능해지는 시기가 되면 헌혈자에게 연락을 해서 헌혈시기를 알려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제도가 아직 보편적인 것은 아닙니다. 시행은 되고 있지만 여전히 이곳에서도 가두권장원이 '헌혈의 집' 앞에서 헌혈권유를 합니다. 그리고 등록헌혈자의 수가 그리 많지가 않습니다. 그만큼 보편적으로 홍보가 안되어 있다는 이야기죠.
기대는 해 볼 만한 제도이지만 그 보급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물론 몇 십년 동안 어떤 하나의 시스템에 의존하다가 다른 시스템을 적용하려니 단기간에 활성화될 수는 없지만 대한 적십자사의 홍보가 소극적이라는 점도 분명 문제는 문제입니다. 또한 여전히 헌혈캠페인의 방법적인 수준이 위에서 본 정도라면 헌혈의 집에서 적용하는 제도를 보편화시키는 것 자체도 힘들 것입니다. 헌혈의 집에서 적용하는 제도 또한 기본은 헌혈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전환을 바탕으로 가능 한 것이니까요.
대체물질이 없는 혈액, 헌혈의식전환과 꾸준한 헌혈동참만이 해결책
언젠가 국정감사에서 혈액폐기에 대해 강하게 문제점을 제시한 한 국회의원이 있었습니다. 그 분의 말이 맞기는 맞지만 현재의 헌혈 시스템이나 혈액의 특성에 대해서는 깊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혈액은 성분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일정기간 이상을 보관할 수가 없습니다. 성분에 따른 보관 방법 및 보관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혈액성분, 보관온도, 보관 혹은 처리기간 순
농축적혈구 1-6℃ 35일 유효기간은 채혈일 기준
신선동결혈장 -18℃이하 1년 채혈 후 6시간 내 분리동결*
세척적혈구 1-6℃ 24시간 채혈 후 10일 내 것으로 제조
농축혈소판 20-24℃ 72시간 채혈 후 6시간 이내 분리
혈소판풍부혈장 20-24℃ 6시간 채혈 후 6시간 이내 분리
백혈구제거 적혈구 1-6℃ 24시간 채혈 후 10일 이내 분리
제가 왜 이 내용을 장황하게 그것도 복잡하게 보여주는 것일까요? 문제점은 실컷 헌혈캠페인의 방법에 대해서만 말해놓고. 잘 보시면 혈액은 채혈 후 거의 바로 수혈을 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이중에서 의약품으로 제조를 하는 성분도 있지만 대부분은 수혈용입니다. 헌혈의 중요성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한 시기 동안 엄청난 헌혈을 받아서 저장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그건 불가능합니다.
필요로 하는 혈액량을 그 시기 시기에 맞게 꾸준히 확보할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번 헌혈을 하는 사람들은 한번 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헌혈동참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한적십자사나 각 혈액원은 이벤트나 반대급부식의 헌혈유도로 헌혈량을 조절할 것이 아니라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이것만이 사람들의 생명도 구하면서 혈액폐기량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몸이 필요로 하는 혈액을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이 현재로는 없습니다. 최근엔 기쁜 소식인지 혈액을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의 연구가 어느 정도 성과가 있어 임상실험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혈액대체물질 연구는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 지혈작용이 있는 혈소판, 피를 굳히는 혈액응고인자 등 혈액 성분별로 개발되고 있지만 임상실험 단계인 것은 아주 제한적인 부분에 불과합니다.
한마디로 아직 꿈이 실현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꿈이 실현되더라도 제한된 몇몇 성분에 한해서 일 것이라는 예측도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피가 부족해 죽어가는 사람 혹은 생명을 구하는, 몇몇 혈액성분에 의존한 의약품은 여전히 우리들의 헌혈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10월의 어느날 저는 한 혈액원을 취재하러 갔다가 헌혈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경기도의 한 병원에서 산모가 수술을 하다가 갑자가 혈액이 부족해서 경기도 모든 병원과 혈액원으로 혈액을 구하다가 못 구해서 서울의 혈액원으로 응급차가 달려온 경우였습니다. 그 산모의 혈액형이 RH마이너스여서 더 구하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 시간에 서울 혈액원에 전혈 상태(채혈한 상태 그대로의 혈액)의 RH마이너스 혈액이 팩으로 몇 개 정도가 있었습니다. 만약 그게 없었으면 산모는 상당히 위험할 수도 있었다고 합니다. 아마 방송 같은 데서 급하게 혈액을 구한다는 소식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죠.
요즘은 예전에 비해 방송에서 혈액을 구한다는 소식이 잘 안나옵니다. 그만큼 혈액의 수급이 어느 정도 안정되었다는 측면도 있지만 우리들이 인식 못하는 시간들에 계속 그런 상황은 있어왔다는 이야기입니다.
일반혈액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사실 그 혈액원에 있던 RH마이너스 혈액은 보관기간 동안 필요로 하는 환자가 없으면 그냥 폐기됩니다. 하지만 긴박할 경우를 위해서 항상 일정량의 헌혈은 받아 두어야 하는 것이죠. 사실 헌혈의 중요성은 이 사례 하나로 충분히 이야기가 다 됩니다.
본 기자도 취재를 다니면서 몇몇 헌혈 장소에서 자의반 타의반 대여섯번 헌혈을 했지만 독자여러분에게 한가지 부탁을 하고 싶습니다. 헌혈은 한번 했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니까 제발 꾸준한 동참을 해 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요즘 사회 봉사활동이니 그런 것들이 활발한데 헌혈은 가장 간편하면서도 가장 의미있는 사회봉사활동이라고 생각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드가의 다큐멘터리 이야기'의 드가가 제공합니다. '드가(박성호)의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방문하시면 다큐멘터리에 관한 풍부한 정보들을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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