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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있음으로 제주가 있다. 그 안에 중문해수욕장, 울창한 푸른 초목을 입고 기세를 감춘 성채. 활처럼 휘어진 '진모살밭'을 따라 형성된 아름다운 해안절벽이 이별의 슬픔을 달래고자, 현실을 도피한 남녀가 바다 깊이 만큼이나 깊이 빠져들고자, 유혹을 찾아서 새로움을 찾아서 밀려드는 곳.
바로 '중문해수욕장'이 아닐까. 야자수 나무가 진입로를 메워 남국의 정취가 물씬 풍기고 제주를 배경으로 한 CF단골 촬영지로, 배우 권해효가 '진짜 사나이'에서 바다로 여배우와 뛰어들던 곳, 흔적없이 지나간 많은 영화가 드라마 속 장면들이 보일 듯 보이지 않게 이곳 모래 속에 숨어 있다.
해수욕장에도 품격이 있다면 최고라 칭할만큼 마치 호텔 안의 수영장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99년 환경운동연합이 실시한 '수질환경성'조사에서도 전국 유명 해수욕장 중 으뜸으로 꼽혀 오염 없는 환경친화적 피서지로도 각광받고 있다.
서귀포시 중문해수욕장은 남인도의 바칼라, 발리섬의 파당 파당, 스리랑카의 우나와투나, 태국의 코 와이, 홍콩의 쳉화 등과 함께 '2000년 아시아 톱10 해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해마다 '해변 중의 해변-베스트 해변'을 발굴하기 위해 전세계 해변을 돌아다니는 세계적 여행전문가 빌 크랜필드 씨는 대한항공이 펴내는‘Morning Calm’을 통해 때묻지 않고 여행자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매력을 풍기는 해변을 중심으로 아시아의 좋은 곳들을 선정하면서 '중문해수욕장'을 소개했다.
'중문해수욕장'은 다른 곳들과 달리 모래가 흑·백·적·회색의 다양한 빛으로 다가온다. 앞쪽으로는 끝없이 태평양이 펼쳐있고 뒤로는 천제연폭포와 안덕계곡 등의 절경이 받쳐준다. 또 백사장 주위로는 천연동굴이 발달해 있고 바위틈으로 생수가 솟아난다. 동쪽편으로 가파른 모래언덕이 있어 모래썰매를 타도 괜찮겠다.
예전에는 백사장에서 바다로 갈수록 경사가 급해 어린이 물놀이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으나, 해수욕장 서쪽 퍼시픽랜드에서 설치한 방파제 때문인지 99년경쯤엔 엄청난 모래가 기적처럼 몰려와 수심을 많이 낮춰 물놀이 사고가 없어졌다.
중문해수욕장에서는 해마다 여러 섬머페스티벌을 열고 있고 더구나 샤워장과 탈의실 이용을 무료운영하고 해수욕장 입장료도 폐지하는 등 여행객들의 편의에도 보다 신경쓰고 있다.
이곳이 특히 맘에 드는 건 원래 바다와 해수욕장이 여름에 사람들이 몰리는 건 당연지사이지만 오히려 겨울에 더한 매력을 발휘한다. 실연의 아픔이라도 묻기에는 더없는 장소이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과 더불어 겨울 모래 위에 발자국을 남기면 더욱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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