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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드디어 3학년 실습에서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 되었습니다. 오늘 저는 <즐거운 생활> 중 음악수업을 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교생 선생님들 사이에서는 "초반 5분이 중요하다"는 말이 정설처럼 되어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기 위한 재미있는 손동작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전날 밤, 인터넷에서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이 좋아할 음악을 다운받아 연습하기 시작했습니다. 창작동요제에서 금상을 받은 바 있는 <꿀벌의 여행>이라는 음악이었습니다. 산만한 덩치의 선생님이 아기자기한 손동작을 곁들여 노래를 부르면 아이들이 집중할 것 같았습니다(우리 반 아이들은 1학년 때 이 노래를 배운 바 있습니다).

교생 선생님들은 1교시에 수학 시범수업이 있어 2학년 솔반으로 이동했습니다. 솔반 선생님은 강원도 내에서도 열린수업과 교구제작에 있어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계신 분이었습니다. 가끔은 일선현장에서 열린교육 강사로도 활약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지난 연구수업에서도 보았지만 정말 아이들의 수준을 잘 파악하시고 재미있게 수업을 진행하시면서도, 학습목표에서 한 치 벗어남이 없는 것은 교생실습을 하고 있는 우리들의 눈에도 대단한 일이었습니다.

마침 선생님은 다음 주에 제가 수업을 진행해야 할 부분으로 연구수업을 하고 계셨기 때문에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아이들은 자유롭게 발표하면서도 정말 활기찼습니다.

2학년 달반과 별반, 그리고 솔반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습니다. 달반은 발표력이 무척 뛰어났는데 선생님께서 1년간 발표력 향상에 관심을 두고 지도를 하신 것 같았습니다. 이에 비해 별반-바로 우리 반-은 아이들의 자발성을 최대한 나타나게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고, 솔반은 발표나 수업에 있어서의 태도와 2학년다운 아기자기함이 중심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수업분위기가 많이 틀렸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달반 선생님의 지도 방법과 우리 반 선생님의 지도 방법, 그리고 솔반선생님의 지도 방법을 놓고 어떤 것이 가장 적당한지에 대해 논의가 이뤄지고는 했습니다. 논의 끝에 나오는 것은 항상 어디에 중점을 두고 가르칠지는 교사의 교육관에 달려있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무엇이 옳다'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2교시와 3교시 역시 즐거운 생활이었는데 2교시에는 제재곡을 배우고, 3교시에는 몇 가지 리듬악기-캐스터네츠, 템버린, 트라이앵글, 심벌즈-를 가지고 연주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2교시에 수업을 진행한 김재은 교생 선생님은 지난 번 수업보다 월등히 좋아진 모습이었습니다. 3교시에는 리듬악기를 가지고 하다보니 떠드는 소리가 많았지만, 선생님이 무난히 수업을 운영했습니다.

3교시가 끝나자 점심을 먹고 수업준비에 들어갔습니다(춘천교대 부속초등학교에서 저학년은 3교시가 끝나면 점심을 먹고 4교시를 진행합니다). 파워포인트를 켜고 며칠간 연습한 <꿀벌의 여행> 노래와 손동작을 다시 확인해보고 하는 동안에 수업시간이 다가왔습니다. 긴장이 되어서 머리에서는 연신 땀이 흘러내렸습니다. 손을 허리에 올리고 수업은 시작되었습니다. 아이들은 노래와 손동작을 무척이나 좋아했고, 수업은 잘 진행되었습니다.

참 아슬아슬했던 순간은 여섯 모둠 중에서 교실 뒤에 있는 한 모둠(분단)이 수업을 잘 듣지 않았을 때 벌어졌습니다. 저는 칠판에 있던 그 모둠의 스티커를 하나 떼었고, 수업을 잘 들으면 다시 붙여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모둠 아이들이 어떤 한 아이때문에 그런 일이 있었다고 생각했는지, 그 아이를 모두 탓했던 것 같습니다.

계속 수업태도가 좋지 못했던 그 모둠이 노래를 불러볼 차례가 되었지만 수업을 집중하지 못했던 그 모둠 아이들은 결국 노래를 잘 부르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은 저도 나중에 알았지만 울었다고 합니다. 다른 모둠 아이들은 서로 발표하고 노래를 부르려고 해서 시간이 훨씬 넘어버릴 위기까지 있었습니다. 서둘러 수업을 진행하고, 울던 아이들을 담임선생님의 도움으로 무사히 달래고 수업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수업이 끝났을 때 많은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첫 수업이 만족스러울 는 없지만 앞으로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교사 생활을 하면서도 이 순간의 설레임, 그리고 수업 장면 하나하나가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벌써 일주일의 2/3가 지났습니다. 앞으로 남은 기간 더 열심히 실습에 임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교사가 되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교생실습일기는 교생실습이 진행되는 12월 중순까지 연재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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