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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이 질 무렵


동백이 집니다.

오늘 아침도 세연정 주위는 떨어진 동백꽃들로 온통 붉게 물들어 있습니다.
인간의 세상이 다할 때와 같이 꽃세상이 저물 때도
저렇듯 천지는 온통 핏빛입니다.

내가 꽃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이 바로 이 순간입니다.
피어서 아름답지 않은 꽃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나 진실로 아름다운 꽃은 필 때가 아니라 질 때가 아름다워야 합니다.

모란이 花王이라 하지만 모란은 꽃피던 시절에 대한 집착이 너무 큽니다.
한잎 한잎 갈갈이 찢겨져 서럽게 지는 처참한 낙화.

모란에 비해 그 크기나 화려함 어느 것 하나 미치지 못하지만 진실로 아름다운
꽃은 동백입니다.
동백이 아름다운 건 그 꽃 질 때가 아름답기 때문이지요.

꽃시절에 대한 한치의 미련도 없이 온 목숨을 던져 꽃다이 지는 꽃.
사람이 아름다울 때도 그 때가 아닐까요.

동백이 집니다.
오늘 아침 사람의 마을에 꽃이 집니다.


*최근 펴낸 산문집 '보길도에서 온 편지'(이학사)에 실려 있는 글입니다. 오마이 뉴스에는 연재하지 않았던 글이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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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섬 활동가입니다.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당신에게 섬><섬을 걷다><전라도 섬맛기행><바다의 황금시대 파시>저자입니다. 섬연구소 홈페이지. https://cafe.naver.com/isla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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