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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어른들 20여명에게 3년간 성폭행당한 13세 장애소녀의 이야기가 새해의 시작과 함께 사회에 알려졌다. 이 소녀는 초등학교때부터 적어도 열명 이상의 동네 남성들에게 성폭행당해 왔다고 한다.

초등학교때부터 7년동안 마을주민 7명에게 성폭행을 당해온 강원도 강릉의 정신지체장애인 김모양 사건을 기억한다. 새천년이 시작되는 지난해초 파문을 일으키며 사회에 알려진 사건이었다.

여성장애인 성폭행 문제는 이미 그 전년도인 98년도 연초 전주시 동암재활원 원장의 여성장애인 원생들에 대한 성폭행 사건이 불거지면서 시민단체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었다.

지난해 강릉의 성폭행 사건이 전해지면서 문제의 심각성이 공유되고 법제도 마련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면서 세상 뒷자락에 숨어있던 여성장애인 성폭행 사건들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지난해 9월말 경상남도 어느 마을. 노환의 할아버지와 혈액암을 앓고 있는 아버지, 정신지체장애인인 삼촌과 동생들을 돌보며 살고 있던 정신지체장애인 김아무개(20) 씨가 마을 남자들로부터 성폭행당해 임신을 했다.

중학교 매점아저씨, 가끔 용돈을 주곤했던 80대 할아버지, 과일가게 아저씨, 윗동네 오빠 등 평소 잘 알고 지낸 마을 남자들이 김씨를 상습적으로 성폭행해왔던 것이다.

마을 주민들은 이 사실을 은폐시키기 위해 부랴부랴 김씨를 낙태시켰으나, 경찰수사가 진행되는 도중에 김씨는 피해자 중 한명에게 또다시 성폭행을 당하기에 이른다.

지난해 11월 서울에서는 정신지체2급의 박아무개(13) 양이 초등학교때부터 최근까지 수십명의 동네 사람들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사실이 드러났고, 경남의 한 특수학교에서는 담당 교사가 제자를 성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같은 11월 정신지체 2급 장애인인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던 남자를 '가해자와 피해자의 아버지가 합의했다’는 등의 이유로 경찰이 불구속수사 하는 바람에 범인이 피해여성을 전화로 불러내 다시 성폭행하는 해프닝도 발생되었다.

실로 불감증의 사회다. 경찰도 관할 행정처도 아무런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충남 천안에서 6년동안 무허가 장애인 복지시설을 운영하면서 십여명의 여성장애인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하고 수억원의 기부금을 착복한 김씨가 경찰에 구속되기 전까지 감독 관청은 눈을 감고있었다. 아니, 그들은 눈을 뜨고 있었으나 보고도 보지않은 척 했던 것이다.

지난 연말에 세상에 알려진 김모씨의 작태는 실로 엽기적다. 그는 "불쌍한 애를 데려다 키우고 싶다"는 부인의 뜻에 따라 79년 3월 당시 15살이던 지체장애 3급의 여성을 경기도의 한 보육원에서 입양한 후 지금까지 20년동안 한달에 2∼3차례씩 상습적으로 성폭행하고 네차례나 임신과 낙태를 반복했다.

사례들은 너무많아 나열하기도 힘들다. 지역과 연령과 신분을 초월하며, 마치 성폭행 특별법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여성장애인 성폭행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신체적으로 저항력이 약한 장애인에 대한 성폭행, 더우기 무방비상태인 정신지체여성장애인에 대한 성폭력에 대해 우리 사회는 이제 그만 눈을 감고 사태의 천인공로할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

서두에 이야기했던 13세 소녀의 경우 범인이 경찰에 붙잡혀와서도 “왜 또라이 계집애의 말만 믿고 나를 이렇게 하느냐”며 오히려 고함을 치며 큰소리를 치다가 “성기부분에 검은 점 있다"는 이양의 진술이 있고서야 사실을 시인했다고 한다.

정신지체 여성장애인은 성폭행을 당하고도 법적으로 대항할 무엇이 없다. 정진지체 장애인은 증인으로 채택되지도 못한다.

지적인 장애를 가진 사람의 말은 왜 법적으로 그 진실성까지 의심받아야 한단 말인가. 정신지체 그 자체만으로는 이 사회를 살아가는데 장애가 되지않는다. 다소 불편할 뿐이다. 자신을 성폭행한 잘난 사람들처럼 전문지식을 갖출 수는 없지만 그것이 이사회를 살아가는 필요조건은 아니지 않는가?

오히려 교과서적인 순박함과 진실함을 지니고 살아가는 이들이다. 그런 이들에게 진실로 장애와 평생토록 보상받지 못할 정신적인 상처를 던진 범죄자들에게 우리사회는 어떠한 처벌을 내릴 것인가.

덧붙이는 글 | MBC TV 「PD수첩」이 오늘(28일) 성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돼있는 정신지체 장애인의 인권유린 실태를 방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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