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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살아있다니 믿기지 않아.”
30일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북한에 있는 둘째아들 강익수(71. 황해남도 삼천군 삼천읍) 씨가 살아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강인홍(103. 제주시 봉개동 2499의1번지) 할머니는 “아들을 기다리며 살아온 보람이 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3남 1녀를 둔 강할머니는 장남과 막내아들을 4.3 때 잃고 당시 20살이었던 둘째아들마저 4.3 때 형무소로 끌려간 이후 6.25전쟁이 터져 다시는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남편도 자식들을 잃은 충격을 감당하지 못해 1953년 세상을 떴고 남은 딸자식마저 오래 전부터 지병을 앓고 있다.

강할머니는 “둘째 아들이 대전형무소로 끌려갔다는 소식이 들려 한때 책도 보내곤 했는데 바로 6.25전쟁이 나는 바람에 소식이 완전히 끊겼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한동안 강 할머니는 둘째아들이 살아 있다는 소식이 믿기지 않은 듯 창 밖만 멍하니 바라봤다.

강할머니를 모시고 있는 외손자 허병오(44.제주시 화북1동) 씨는 “외할머니가 소식을 처음 접하고는 매우 당황해 하셨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믿으시는 표정이었다”고 말했다.

주변에 사는 친척들이 편히 모시겠다는 권유에도 “내가 이곳을 떠나면 어떻게 아들이 찾아오겠어”라며 한사코 떠나기를 마다한 강 할머니. 그럴 때마다 단 하나 남은 아들이 행여 찾아올까 대문만 물끄러미 쳐다보곤 했다고 한다.

50 평생 아들을 볼 수 있다는 신념 하나로 함께 살았던 집터를 떠나지 않은 채 홀로 자리를 지켜 온 강 할머지의 소망은 이제 그 결실을 보게 됐다.

강 할머니와 현재 노환을 앓고 있는 강 할머니의 딸 강윤희(80) 씨를 모시고 있는 외손자 허씨는 “나이가 든 만큼 직접 방북해서 상봉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느냐”며, “생사가 확인된 만큼 면회소가 설치돼 얼굴만이라도 볼 수 있게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아들놈의 생사가 확인됐으니 이젠 만나야지.”백수를 넘긴 강할머니의 마지막 소망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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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대자(大者)는 그의 어린마음을 잃지않는 者이다' 프리랜서를 꿈꾸며 12년 동안 걸었던 언론노동자의 길. 앞으로도 변치않을 꿈, 자유로운 영혼...불혹 즈음 제2인생을 위한 방점을 찍고 제주땅에서 느릿~느릿~~. 하지만 뚜벅뚜벅 걸어가는 세 아이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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