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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6일 오후 5시 5분경, 서울 지하철 1호선 청량리행 열차가 멈추어 섰습니다. 달리던 지하철을 멈추어 세운 것은 성난 장애인들이었습니다.
이날 오후 3시 서울역 광장에서는 서울지체장애인협회 소속 장애인들의 항의집회가 있었습니다.
자료제공 : <다큐-인> 박종필 대표
동영상 보기 - 열린시선 WideAngle-지하철을 멈춘 성난 장애인
지난달 22일 경기 시흥시 4호선 오이도 역에서, 70대 노부부가 장애인용 리프트를 타고 1층 승강장으로 내려가다 리프트 철심이 끊어지며, 7m 아래로 추락, 사상한 사건에 대해 항의집회였습니다. 지하철 장애인 리프트가 위험하다는 이야기는 여러 차례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습니다.
사고의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던 장애인들은, 이제 스스로 위험한 선로에 뛰어 들었습니다. 더 이상 자신들의 안전을 정부에 담보해두지 만은 않겠다는 의지 보여준 것입니다.
장애인들은 하나, 둘 스스럼없이 선로로 내려왔습니다. 그들을 지켜보며 눈물을 흘리는 동료 장애인도 있었습니다.
시민들도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장애인들을 바라봅니다.
이어 서울지하철 공사는 전동차로 장애인들을 위협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한 장애인이 달려오는 전동차를 가로막아 섰습니다.
그들은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 장애인 스스로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을 결심한 것 같습니다.
반대편 선로에서도 전동차가 다가옵니다.
이들이 위험을 감수하며 시민들에게 알리고자 했던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박경석(노들 장애인 야학 교장. 장애인)
"오이도역에서 장애인이 죽어도 정부는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번 사고를 보며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대책을 세워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시민들에게 이런 말을 덧붙였습니다.
박경석(노들 장애인 야학 교장. 장애인)
"국민들은 오늘 하루 불편하시겠지만, 우리는 이런 불편을 평생 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입니다."
이에 경찰은 1개 중대 120명의 경찰력을 투입, 선로를 점거한 장애인들을 선로 밖으로 끌어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 3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5시 30분, 선로에서 끌려나온 장애인들은 승강장에서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장애인의 권리를 외치는 시위대와 그들을 둘러싼 경찰, 뒤이어 나타난 기자들로 승강장은 발디딜 틈도 없습니다.
사람 한 명이 지나갈 수 있는 통로에서 장애인들이 달려오는 열차를 위태롭게 지나쳐 가고 있습니다. 이들이 요구한 `장애인의 이동권 확보'는 항의집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그들의 뒷모습에서도 확인되고 있는 것입니다.
- 장애인들이 리프트를 이용할 때, 이렇게 안내를 합니까?
지하철 공익근무 요원(리프트 안)
"예. 거의 안내하고 있습니다."
- 거의 안내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실제는 어떤가?
(같이 리프트를 타고 온)장애인
"아니요. 안내를 거의 받아 본 적이 없어요."
항의 집회를 끝내고 서울역 광장으로 나가기 위한 리프트에서, 그들은 더 이상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이들을 연행하기 위한 경찰병력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기 때문입니다.
7시 30분 지하철 선로를 점거했던 장애인 35명은 마포경찰서 등으로 전원 연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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