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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CBS 지방시대 917 공개방송을 시작하겠습니다. 물론 방송에는 나가지 않지만 CBS 대전방송 개국 이래 지방시대 917이 처음으로 공개방송을 시작하게 된 것을 참으로 의미가 깊다고 하겠습니다."

지난 2월 13일. 파업 133일이라는 언론사 사상 초유의 장기 파업사태를 맞이하고 있는 CBS의 한 지역 시사프로그램이 개국이래 첫 공개방송을 시작했다. 공개방송이라는 타이틀이 걸려 있지만 이날 방송은 CBS 라디오를 통해서 청취자들이 들을 수는 없다.

제작 중단 5개월. 도대체 CBS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길래 방송국 제작실이 아닌 밖에서 대전 CBS의 간판 프로그램인 '지방시대 917'이 방송되지도 않는 공개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이들은 공개방송을 통해 무엇을 얘기하려 하는 것일까?

공개방송 내용을 들어보면 그 해답이 보인다. 5개월 동안 '지방시대 917'이 방송되기를 기다리던 애청자 및 제작자가 모여 'CBS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공개방송의 주요 내용을 엿들어 보자.

이날 공개방송은 '지방시대 917' 진행자인 이태헌 아나운서의 진행으로 133일 파업을 이끌고 있는 민경중 CBS 노조위원장과 전 시사쟈키 진행자이자 'C사모(CBS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결성의 주역인 정태인 씨, 대전충남 민언련 운영위원장 차재영 씨(충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참석했다. 다음은 '지방시대 917' 공개방송의 주요 내용이다.

(이태헌 아나운서) - CBS가 파업한 지도 벌써 다섯달째 되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문제가 있길래 이렇게 파행 방송이 오래 지속되고 있습니까?

(민경중 노조위원장)"CBS 사태가 단순히 빵문제라면 133일이라는 장기파업을 이끌지 못했을 겁니다. 이번 사태는 CBS가 갖고 있는 민주화 과정이 갖고 있는 문제와 다매체 시대에 CBS가 살아남기 위해 현 경영진 체제로는 안된다는 절박감 때문입니다."

- 물론 CBS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업을 하고 있다고 노조위원장께서 말씀하셨지만 교계일부에서는 노조가 더 많은 임금을 따내기 위해 파업을 하고 있다는 비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정말 그런 것인지 궁금합니다.

(민경중 노조위원장)"기자가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아나운서가 성형외과 컨설팅을 하고 기술자가 모 나이트클럽에서 대리운전을 하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시겠습니까? 노조는 임의 단체입니다. 215명 조합원이 왜 그런 어려운 상황에서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지 단순히 돈만의 문제라면 벌써 (파업은) 깨졌고 왜 시민단체가 나서서 C사모를 하고 있는지 잘 설명해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편집권 독립 문제가 주된 요구 사항입니다."

- CBS의 133일 파업은 언론계 사상 처음이고 오늘 대전충남 C사모가 결성될 예정인데요. 어떤 면에서 청취자들이 나서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고 보십니까?

(차재영 교수)"CBS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CBS가 상업방송이긴 하지만 다른 상업방송과는 달리 지나치게 영리 추구하지 않을 수 있는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공정한 방송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현재 파업으로 인해 청취자들은 큰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오랜기간 청취할 수 없음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해 이렇게 나서게 된 것입니다."

- 전에도 청취자가 이렇게 나선 사례가 있습니까?

(정태인 씨)"시청자, 청취자 운동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프로그램을 보거나 들으면서 나쁘다고 생각하면 채널을 돌리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죠. 요즘은 인터넷 게시판에 항의 하기도 하지만 방송국 자체에 개입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CBS가 (청취자 운동이) 가능한 것은 지난 47년간 CBS가 해왔던 일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이전에도 청취자 운동이 있었는데 KBS 시청료 거부운동과 안티조선 운동 등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KBS 시청료 거부운동이 대표적이죠. 안티조선운동의 경우는 조선일보가 권력 유착과 특정 이데올로기 유포로 국민저항을 불러 일으킨 경우인데 CBS 경우는 이와는 반대입니다."

(청중 질문1) - CBS 노사는 그 동안 파업 등 몇차례 갈등을 겪으면서 재단과 회사의 개혁을 위해 몇 가지 중요한 사안에 합의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개혁안의 추진 상황과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정태인 씨)"권호경 사장 재임 7년동안 퇴임 요구는 3번 있었습니다. 파업 시작 전 합의한 안은 정관 개정을 통해 CBS 지배구조를 최소한 바꾸자는 것이었습니다. 그 내용은 이사회 내에 전문 방송인 5명을 이사로 선임하고 사장 초빙위원회를 통해 사장을 선임하기로 작년 4월 노조가 합의했습니다. 그것이 시행됐다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4월 노조 합의안이 지금까지 이사회에서 통과되고 있지 못합니다. 지난 11월 이사회에 상정됐지만 제대로 논의가 되지 못했고 내년 8월이면 권호경 사장이 퇴임하기 때문에 정관개정을 안될 것으로 보입니다.

C사모도 정관개정안만 통과되도 좋다고 생각하는데 현재 C사모와 시민사회 단체가 개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 제일 가슴 아픈 사람이 방송인입니다. 그러나 이사회 목사들은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일반 회상의 경우 파업이 길어지면 회사의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지만 라디오의 경우 그렇지 않습니다. 파업기간 CBS의 광고는 전혀 줄지 않고 있는 상황이고 이기간 회사는 15억을 벌어들인 상태입니다."

(청중 질문2) - C사모의 향후 역할과 관련해 피동적인 전파 수신자의 입장을 벗어나 적극적인 방송참여자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동안 상당수 방송매체들은 언론의 자유라는 이름아래 사회, 특히 합목적적인 시민집단의 올바른 방송문화 창달 요구를 무시해온 경향이 있습니다. C사모 결성을 계기로 애청자 운동이 질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C사모의 앞으로의 역할은 어떠해야 한다고 봅니까?

(정태인 씨) "CBS 문제는 소유지배구조의 문제로 그냥 놔두면 CBS의 올바른 목소리를 다시는 듣기 어렵다고 봅니다. 보통 청취자 운동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의 경우 모니터링과 자유게시판에 욕하는 정도로 끝날 수 있지만 C사모의 활동은 그런 차원을 넘어 C사모에 참여하고 있는 다양한 전문가 집단의 조언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C사모의 성과는 다른 방송국 청취자들도 소유지배구조 같은 청취자와는 비교적 먼 문제에도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질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현재 파업중인 노동자들이 현장에 돌아가더라도 CBS문제 해결된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파업이 끝난 이후에도 CBS의 장기 발전 논의가 가능할 것입니다. 가령 지속적인 모티터 활동을 강화해 프로그램에 반영한다든지, 전문 회계사가 CBS의 경영상황을 파악해 조언한다든지하는 적극적인 청취자 주권운동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또한 청취자가 가세해 파업이 궁극적으로 승리할 경우 언론개혁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태헌 아나운서) "최근 국세청이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대대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언론사들은 언론탄압이라고 맞서고 있지만 절대 다수의 시민들은 언론개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며 이를 반기고 있습니다.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 알게 해주는 대목입니다.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국민들이 들고 일어선다는 것은 역사를통해 알수가 있습니다. CBS를 사랑하는 대전충남시민들의 모임이 결성되는 이유를 CBS 경영진은 가슴깊이 새겨야 할 것입니다. 지방시대 917 오늘은 여기서 물러갑니다. 감사합니다."


1부 공개방송에 이어 진행된 '대전충남 C사모' 결성식은 5개월째 장기 파업중인 대전 CBS 노조와 C사모 발기인으로 참여한 청취자 40여명이 모인 가운데 진행됐다. 이날 결성된 '대전충남 C사모'는 결성 선언을 통해 "역사의 질곡을 헤쳐나온 CBS가 국민의 품으로 되돌아와 활짝 날개를 펴야 할 이 시점에 CBS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며 "이 모든 것들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CBS를 사랑하는 우리 청취자들이 떠 안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CBS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데는 권호경 사장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판단된다"며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10만인 서명운동에 동참해 권호경 사장 퇴진과 방송정상화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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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 민언련 매체감시 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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