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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적인 에로티시즘과 신비주의의 저주받은 소설가 조르쥬 바타이유(1897 ~ 1962)는 술과 마약과 섹스를 통해 죽음까지 파고드는 에로틱한 삶을 살다 갔다. 그가 느끼고 체험했던 것은 우리가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성(性)의 음란한 세계. 스스로 발가벗어 본질의 세계를 살다간 그에게 장 폴 사르트르는 "신은 죽었다. 그러나, 신이 죽은 이후에도 바타이유는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금기에 도전하는 사람은 결국 살아남는 것일까?

성(性)의 세계에서 우리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같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보수적 유교문화가 지배적인 곳에서 성(性)은 자유로운 창작가인 예술가들에게도 금기시 해야 하는 낙원의 열매.

또 한 가지, 70 ~ 80년대 우리사회를 지배했던 독재정권에 대응하는 창작물들은 벙어리 냉가슴 앓듯, 표현하고 싶어도 표현할 수 없었던 핍박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사상성을 띈 예술작품들은 끊임없이 제작되어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인사동 <갤러리 사비나>에서 열리는 <노 컷(No Cut, 무삭제)전>에서는 사회적 압력으로 인해 일반인들에게 금기시 되어왔던 '성(性)과 권력(權力)'을 표현한 미술 작품들을 만나 볼 수 있어 새롭다.

오는 2월 28일부터 3월 26일까지 개최되는 <노 컷(No Cut, 무삭제)전>은 금기에도 구애받지 않는 작가들의 창작 행위 결과가 어떤 식으로 나타나고, 또 그것을 통해 어떻게 예술이 발전하는가를 살펴볼 수 있도록 기획됐다. 따라서, 작가들이 금기에 대항하는 순수한 의지가 고스란히 배어 있다.

이번 전시는 지금껏 공개되지 못했던 작품들과 금기의 논란으로 압수되었던 작품들을 재 제작하는 구작(舊作)과 수개월 동안 금기없는 자유의지에 의해 제작된 신작(新作)으로 구성되어 있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회의 의미란 '예술인들과 일반인들에게 검열이 없는 표현의 자유를 보여주는 첫번째 전시'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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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훈 화백의 전희(前戱), 캔버스에 유화
ⓒ 우창훈
무검열 전시인 <노 컷(No Cut)전>은 미술사적으로 많은 작가들을 만나면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왔다. 점묘파 화가인 쇠라(1859~1891)가 앙데팡당 전에서 일체의 심의 없이 자신의 자유의지로 작품을 출품한 것을 효시로, 마네가 그린 1863년의 <풀밭 위의 식사>는 논란이 된 가장 대표적인 작품. 풀밭 위의 남자들 곁에 알몸의 여자가 앉아있는 모습이 문제가 된 이 작품은 당시 큰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그 후, 미술의 본질을 화폭에 담아 번번이 살롱 전에서 낙선했던 폴 세잔을 거쳐 파블로 피카소는 사회적인 금기가 얼마나 예술창작을 방해하는지, 죽을 때까지 표현의 투쟁으로 입증한 산증인이다.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인 백남준 씨도 1967년 2월 뉴욕 45번가의 극장에서 전위음악가인 샬로트 무어만과 '음악과 섹스'를 주제로 한 행위예술 <섹스 트로니크>를 공연하던 중, 경찰의 제지로 공연이 중단되는 일을 겪기도 했다.

1979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앙데팡당 전에서 정복수 화백이 그린 바닥화(남녀의 성기가 적나라하게 묘사된 알몸으로 이뤄진 복잡한 가계도 같은 작품)도 외설시비에 걸려들어 전시도중 작품이 철거당하기도 했다. 정복수 화백은 지나온 20여 년을 회상하며 "미술관을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도 '이게 예술이냐?'며 화를 불끈 내었던 적이 있었다"면서, "이번 <노 컷(No Cut)전>에서 그 동안 소개될 수 없었던 작품의 신선한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어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性)에 관련된 작품들이 외설시비로 시끄럽다면, 권력(權力)과 정치(政治)에 대응하는 작품들은 여전히 탄압시비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안성금 화백은 <아! 한반도>라는 작품을 통해, 자신의 집 대문도 스스로 지키지 못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을 고발하고, 주한미군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그 의미를 생각해보고자 했다. 그러나, 작품은 전시회에 걸리기는커녕, 제작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실정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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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필용 화백의 화려한 휴가-학살, 아크릴릭
ⓒ 송필용
작품 <아! 한반도>는 인사동 거리를 소재로 한쪽에는 태극기와 미국의 성조기가 합성되어 걸려있고, 다른 한쪽에는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사진이 들어간 인공기가 걸려 있다. 이 작품은 현재 그래픽으로만 제작된 상태로, 전시회의 도록(圖錄)을 미리 살펴 본 종로경찰서 보안과 관계자가 보안법 7조(*양심수들이 손쉽게 양산되어 온 근저에는 국가보안법 7조 <찬양·고무죄 등>가 있었다 - 편집자 주)에 해당한다며 안성금 화백에게 작품 제작의 만류(挽留)를 권하고 있다.

국가보안법 7조는 언제든지 공안 당국이 입맛대로 적용할 수 있는 모호한 조항으로 사상표현의 자유를 구속해왔다.

종로경찰서 보안과 담당자는 "인공기는 보안법 7조에 위배되는 사항이다. 인공기만 없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 검열의 기준은 '예술'이 아닌 '법'임을 강조했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가 검열 없이, 금기에 도전하는 <노 컷(No Cut, 무삭제)전>이라 해도, 안성금 화백의 경우 여전히 검열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특히 이번의 경우는 제작에 들어가지도 않은 예술가의 창작 아이디어에 검열이 이루어진 것으로, "그럼 앞으로 창작활동을 하기도 전에, 경찰한테 가서 창작을 해도 되냐는 검사를 맡아야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또한, 전직 대통령들의 목에 섬뜩한 칼을 갖다 댄 박불똥 화백의 작품 <칼을 받아랏!>은 명예훼손을 우려해 사진 콜라주 작품을 유화로 그리고 있다.

헌법 제 21조 제 1항에는 분명 표현의 자유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제 4항은 이 같은 기본권도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해서는 안된다고 규정, 일면 모순적 대립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못 만들게 하면 만들게 되고, 만든 것을 못 보게 하면 어떡해서든 보고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다. 유교문화와 권력이 구시대의 창작활동을 구속했다면, 다음은 자본의 논리가 또 다른 족쇄를 만들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도 혹자는 말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거기까지 가지도 않았다. 아직도 권력이 만들어 놓은 법안에 표현의 자유는 압박받고 있다.

이렇듯 금기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며, 금기에 도전하는 사람 또한 살아남을 것이다. 바타이유가 살아남았듯이...

덧붙이는 글 | # 전시회 안내

2월 28일부터 3월 26일까지, 인사동 수도약국 오른쪽 골목길의 갤러리 사비나에서..

# 초대작가 

- 성적 검열 - 안창홍, 이홍덕, 우창훈, 이왈종, 정복수, 최경태, 성동훈, 조광현
- 정치적 검열 - 김을, 박불똥, 안성금, 신학철, 송필용

# 전시회는 미성년자 입장불가로 진행되며, 입장료는 1000원입니다.

<제7조>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제 1항의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구성하거나 이에 가입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제 1항, 제 3항 또는 제 4항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한 자는 그 각 항에 정한 형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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